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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5 노바 ‘놀이터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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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는 르노삼성차다”

2015년 새해 벽두, 신형 SM5를 시장에 내놓은 르노삼성차 박동훈 부사장의 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삼성, 닛산, 르노를 거치며 진화해온 SM5는 한국자동차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다. 1998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까지 이어지는 이름. SM5는 르노삼성차의 ‘뿌리’다.

새해 새 모습으로 탈바꿈한 ‘SM5노바’다. 파워트레인이 다양하다. 2.0 가솔린, 1.6 TCE, 디젤, LPi 등 모든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했다. 워낙 폭넓은 소비자들을 상대해야하는 중형 세단인 만큼 그들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 셈이다. 특히 LPi 엔진 모델로 그동안 부진했던 택시시장에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트렁크 절반을 차지했던 기존의 LPG 탱크를 도넛 형태로 만들어 트렁크 아래 스페어타이어가 놓이는 곳으로 배치해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디자인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르노삼성의 패밀리룩이 드디어 SM5에서 완성됐다. 2014년 12월 출시한 QM3에서부터 적용한 르노삼성차의 패밀리룩이 SM3, QM5, SM7에 적용을 마쳤고 이제 SM5가 합류하면서 르노삼성차의 전차종이 패밀리룩을 적용한 것이다. 일관된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이 가문의 DNA로 자리 잡은 셈이다. 요란하거나 과하지 않아 좋다.

르노삼성차는 ‘자신들만의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박동훈 부사장의 지론이다. 경쟁사의 프레임에 따라가거나 휩쓸리지 않고 르노삼성차 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것.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의 주도권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SM5는 놀이터의 왕자인 셈. SM5 노바 2.0 가솔린 엔진을 얹은 RE 트림 모델을 타고 시승에 나섰다.

실내에 들어서면 코가 먼저 반응한다. 상큼한 향기가 실내에 가득 차 있다. 대시보드에 퍼퓸 디퓨저가 있어 탑승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향기의 종류에 따라 연출이 가능하다. 인테리어의 소재로 ‘향기’를 택하는 차는 매우 드물다.

널찍한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편안하게 받아준다. 헐렁하지도 꽉 끼지도 않는 시트는 최고급 나파 가죽을 사용했다. 조수석 시트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조절장치를 더했다. 통풍 기능까지 있다. 엉덩이에서부터 쾌적한 운전이 시작된다.

핸들은 얇다. 부담 없이 쏙 잡혀 그립감도 좋다. 3회전하는 핸들은 중형 세단의 모범 답안이다. 예민하지 않은 편안한 핸들링을 기대해 본다.

스마트 커넥트 시스템은 핸드폰의 T맵을 그대로 모니터에 구현해낸다.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되는 미러링 방식을 통해 핸드폰의 음악, 동영상, 핸드폰 기능 등을 차와 공유하게 된다. 간단한 조작으로 핸드폰과 차를 연결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이 기본 내장되어 있어 따로 미러링 연결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전화와 음악을 공유하기 위해 블루투스와 핫스팟을 통해 간단히 차와 연결했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센터페시아 상단에 깊숙하게 배치했다. 어둡게 외부 빛의 반사가 없어 선명하게 보인다. 화면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2.0 가솔린 모델은 무단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는 19.8kgm다. 6,000rpm에서 최고출력이, 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비교적 고회전 영역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는 구성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가 크게 느껴진다. 4,885mm의 길이도 그렇지만 1,860mm에 달하는 폭이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편안한 승차감이 먼저 와 닿는다. 대형세단에 버금가는 안락함이다. 디젤 세단에서는 맛보기 힘든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움도 인상적이다. 사뿐거리는 발걸음이 디젤차의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굵은 토크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디젤의 가속감과는 달리 가솔린 엔진의 가속감은 가볍고 경쾌하다.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움직임이 반갑다.

가솔린 엔진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있다. 조용하고 편안하다는 점은 가솔린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초반 가속은 물론 추월가속, 고속주행할 때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 확실히 차분하고 조용하다. 다행히 기름값이 상당히 떨어졌고 당분간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솔린차의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 가솔린 차의 입지는 더 넓어지게 된다. 가솔린차에 불리했던 환경이 점차 개산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무단변속기여서 딱 딱 끊기는 변속이 아니라 하나로 길게 이어지는 가속이다. 끝까지 가속을 이어가면 레드존인 6,000rpm까지 터치하고 물러선다. 운전하기에 따라 호쾌한 주행도 가능하다. 엔진 소리도 달라진다.

하지만 SM5는 편안함에 조금 더 방점을 둔 특성을 보인다. 고속주행보다 100~140km/h 구간의 속도에서 가장 돋보인다. 살짝 소프트한 느낌을 주는 서스펜션은 편안하게 움직이는 상태에서의 승차감이 최고다.

연비는 12.6km/L로 2.0 가솔린 엔진의 중형세단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2.0 가솔린 모델은 공차중량 1,425kg으로 SM5 중에서도 가장 가볍다. SM5 RE의 판매가격은 2,890만원. 가솔린 모델은 2,250만 원 부터다.

조용하고 편안한 실내, 여유 있는 공간,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움, 그리고 ‘향기’. SM5 RE는 패밀리세단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는 중형세단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공회전 상태에서의 미세한 떨림은 의외다. 조용한 가솔린 엔진이어서 떨림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선바이저를 내려보면 떨리는 게 눈으로 보인다. 안전띠 버클에서도 비슷한 떨림이 느껴진다. 최고 수준의 조용함이 이 같은 떨림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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