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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다”는 말은 부족하다. 2톤이 넘는 몸무게, 1,702mm에 달하는 키, 숫자만으로는 둔해 보일 법한 큰 덩치가 날렵하다. 풍만하다. 섹시하다. 뭐랄까. 기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다. BMW X6다.

쿠페를 입은 SUV는 여전히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1세대 X6를 만났던 2008년에 이어 2세대로 탈바꿈한 X6와 재회했다. 뉴 X6 x드라이브 30d다. 옛 애인을 만난 느낌, 익숙한 듯, 어색하다.

뒤로 갈수록 지붕을 낮추는 쿠페라인은 밋밋한 직선인 지붕보다 훨씬 멋있다. 많은 자동차들이 쿠페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다. 쿠페 스타일을 자랑하는 세단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SUV는 어지간한 배짱과 능력이 아니면 쿠페 스타일을 시도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X6는 BMW이 배짱과 디자인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2세대로 진화한 X6는 국내에선 30d를 먼저 판매한 뒤 뉴 X6 x드라이브 40d, BMW 뉴 X6 M50d가 차례로 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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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부분을 더 다듬었고 군살은 덜어냈다. 4,909×1,989×1,702mm 크기다. 이전에 비해 32mm가 길어졌고 높이도 12mm 키워 그만큼 공간을 넓혔다.
길고 높아진 차체는 지붕 뒷부분이 낮은데서 오는 뒷좌석 공간의 협소함을 해소했다. 사륜구동이지만 뒷좌석 가운데에 솟아오르는 센터터널도 없다. 센터터널이 바닥에 붙어 살짝 윤곽만 드러낸 정도다. 유효공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헤드램프는 좌우로 커졌고 그 사이에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이 당당하게 자리했다.
멋진 자태는 옆에서 볼 때 드러난다. 긴 보닛 뒤로 이어지는 쿠페라인은 ‘아름다운 SUV’의 진면목이다. 우람한 하체 위로 날렵한 보디를 올렸다. 자칫 어색하거나 균형이 깨져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시도를 조화롭게 해결해낸 것은 디자인팀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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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BMW의 그것 그대로다. 리모트 키로 도어 잠금을 해제하면 실내 라이팅이 한줄기 빛을 그려낸다. 주인을 맞는 X6의 자세는 이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싸고 고급 나무장식을 넣었다. 핸들도 당연히 가죽으로 마감했다. 가죽과 마주하는 손이 호강한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누르는 촉감도 고급스럽다.

X6 30d의 심장은 3.0ℓ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다. 8단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58마력과 최대토크 57.1kg•m의 강력한 힘을 조율해낸다. 이전 모델보다 13마력과 2.1kg•m이 증가한 힘이다. 놀라운 건 디젤 엔진임에도 5,5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된다는 것. 고회전에 약하다는 디젤엔진의 한계를 뛰어넘었음을 계기판의 레드존 표시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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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의 정석, 힘은 세졌고 몸무게는 가벼워졌다.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 사이드 패널에 열가소성 플라스틱, 보닛에 알루미늄,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마그네슘 등을 적용해 다이어트를 성공시켰다.

아랫목처럼 따끈한 시트가 반갑다. 추울수록 반가움의 강도는 세진다. 첫발을 뗀다. 조용하다. 디젤 엔진이 이 이처럼 조용할 수 있다니. 속도를 올릴 때까지 엔진은 차분하다. 전혀 디젤답지 않다. 속도를 올리면 비로소 디젤의 굵은 숨소리가 들린다.

주행모드는 모두 4가지. 에코 플러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다. 각각의 주행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에코플러스 상태에서는 여유만만, 게으르다. 충청도 사람의 양반걸음을 닮았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한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도 든다. 연비 최우선 상태로 달리기 때문이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반응이 즉각적이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성질 급한 사내를 닮았다. 여러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모여 있는 다중인격이다. 밀고 당기고 기분 따라 다루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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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3,0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고르게 나온다. 3,000rpm을 지나도 엔진은 거침없이 치고 오른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5,000rpm을, 에코 플러스 모드에선 4,700rpm을 터치한 뒤 3,700rpm으로 후퇴한 뒤 다시 오른다. 디젤 엔진임에도 5,500rpm부터 레드존이 설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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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 전후로 정속주행하면 8단 변속기가 조율하는 엔진의 rpm은 1,500 아래로 차분해진다. 8단 변속기가 조율해내는 안정감이다. 에코 플러스 모드에서 정속주행하면 한없는 부드러움을 경험한다. 큰 힘을 쓰지 않고도 물 흐르듯 적당한 속도를 내며 흘러간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을 누르며 힘을 썼다. rpm이 5,000까지 치솟는다. 고첨을 터치한 뒤에는 변속이 일어나며 3,700rpm까지 후퇴한 뒤 다시 치솟는다. 힘은 넘쳐 거침없이 속도를 끌어올린다.
시속 120km를 넘기면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차 커진다. 속도를 더 높이면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뒤섞인다. 조용함은 사라진다. 차 높이가 있는지라 극단적인 고속주행상태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가속감은 압도적이다. BMW가 자랑하는 X 드라이브는 앞뒤 구동력을 100:0까지 조절한다. 주행 속도, 바퀴 회전 속도, 조향각도, 가속페달 위치에 관한 정보를 기초로 구동력을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X 드라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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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위, 앞창에 반사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꼭 필요한 정보를 띄워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목적지까지 방향도 안내한다. 운전하면서 계기판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크루즈컨트롤은 기본 기능만 있다. 스스로 차간거리를 조절하지 않고 정해진 속도로 주행하는 정도다. 1세대에서는 리어게이트와 분리돼 뒤창도 별도로 열 수 있었지만 2세대에서는 뒤창이 열리지는 않고 리어게이트만 오픈된다.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기본 적용됐다. 사고, 고장, 조난 등 비상상황에서는 24시간 이머전시 콜을 통해 콜센터와 연결할 수 있다.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360도 서라운드 뷰와 주차 거리 경보장치, 20GB 하드 디스크와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i드라이브 등이 운전을 편하고 즐겁게 해준다.

복합연비는 12.3km/L다. X6 30d는 1억 원을 주면 10만원을 거슬러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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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뒤를 볼 때 답답하다. 룸미러는 물론 직접 고개를 돌려도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룸미러 윗부분에는 지붕이 일부 걸려 아치 라인이 생긴다. 고개를 돌려 직접 보려 해도 좁은 뒤창이 답답하다. 이래저래 후방 시야 확보가 시원치 않다. 쿠페 스타일을 적용하느라 뒤로 가면서 낮아진 지붕 탓이다. 굵은 액자를 통해 그 너머를 보는 것 같다. 봐야 할 것을 못 볼 정도는 아니고 후진할 때에는 후방 카메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