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아우디의 2015년 새해 선물은 ‘가격 인상’이다. 새해 선물치고는 고약하다.
새해부터는 차값에 포함된 개별소비세가 내리면 가격도 따라서 내려갈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가격 인상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배기량 2,000㏄를 초과하는 모든 자동차는 생산지와 관계없이 차값에 포함된 개별소비세가 현행 6%에서 1일부터 5%로 낮아졌다. 차값도 그만큼 내려갈 여지가 생긴 것. 실제로 벤츠, BMW 등 주요 수입차들은 물론 국내 메이커들까지 해당 차종의 차값을 최대 수백만 원까지 인하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반대로 갔다. 가격 인상을 택한 것. 폭스바겐 골프 2.0 TDI 블루모션은 3430만원으로 90만원, 파사트 2.0 TDI는 3,970만원으로 80만원이 올랐다. 아우디는 A4 30 TDI와 A4 35 TDI 콰트로의 가격을 50만~80만원 올렸다. 개소세가 인하되는 페이톤과 A7 등 일부 모델들도 가격이 올랐다.
폭스바겐은 “환율변동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유로화가 내렸지만 폭스바겐코리아가 원화결재를 하고 있어 그만큼 독일 본사의 이익폭이 줄어들었다는 것. 결국 유럽 본사의 지침에 따라 한국에서의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 차종이 페이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000cc 미만이어서 개소세 인하와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아우디는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일부 차종에 대해서만 가격을 인상했다”는 간단한 입장만 밝혔다. 두 브랜드 모두 홍보담당자들과는 연락이 안돼 홍보대행사를 통해 입장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설득력은 떨어진다. 유로화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가격이 낮아지고 국내에서는 오히려 더 싸게 차를 팔 수 있게 된다. 결재 수단에 따른 환차손과 환차익은 본사와 한국지사간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면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넓게 보면 본사와 한국지사는 사실상 한 몸인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 소비자가 그 책임을 떠안을 이유는 없다.
같은 독일 브랜드인 벤츠와 BMW는 폭스바겐 아우디와 달리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가격을 내렸다. 환율변동, 물가인상분의 요인을 똑같이 적용받는 이들 메이커의 가격 인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결국은 이번 가격인상의 배경은 폭스바겐 아우디의 지나친 자신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분석해 본다. ‘가격을 올려도 판매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난해에도, 2년 전에도 해가 바뀌기 무섭게 가격을 인상했던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 호황에 힘입어 전에 없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 왔다. 지난 2년간 연초에 가격을 올려도 잘 팔려왔으니 올해에도 그럴 것이란 자신감을 갖는 건 충분히 근거 있는 판단이다. 판매가 보장된다면 그 다음 생각해야할 것은 ‘이익’이다. 이익폭을 늘려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 자신감에 바탕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을 빼고는…
하지만 가격을 자주 변동시키는 것은, 그것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먹는 일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환율변동이나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다. 소비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위기가 찾아올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법이다.
가격인상이 알려진 1월 2일, 폭스바겐아우디코리아의 임직원들은 휴가 중이었다. 시장에 가격인상이라는 폭탄을 던져두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던 것. 징검다리 휴일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