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도로는 수입차 천지다. 수입차들 속에 간간이 국산차가 끼어있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강남을 점령한 수입차는 이제 강북, 지방 거점 도시들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수입차의 전성기는 곧 국산차의 위기다. 더 분명하게는 현대기아차의 위기다.

자동차 리서치 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는 최근 수입차 점유율이 27%까지 순탄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 1.3%의 시장점유율로 사상 처음으로 1%를 넘어선 수입차 시장은 2012년 10% 고지를 돌파한 뒤 올해 1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산차처럼 보이는 수입차 QM3를 포함하면 올해 수입차 판매는 20만대를 넘기게 된다. 수입차는 사상최고 실적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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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현대차는 지난 10월말 전륜구동 대형세단 아슬란을 전격 시장에 투입했다. 2012년부터 AG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해온 차다. 이미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로 이어지는 대형세단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가 아슬란을 추가로 선보인 것은 수입차에 대한 방어벽을 좀 더 강화한다는 의미다. 철벽수비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아슬란의 등장으로 현대차의 대형세단은 좀 더 세분화됐다. 준대형부터 초대형까지, 가격대로는 3,000만원부터 1억5,000만 원대까지로 넓어졌다. 수입차의 주력이 포진하는 가격대를 모두 포함하는 라인업이다.
구동방식도 다양해져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전륜구동 등을 택할 수 있다. 아슬란의 타깃 고객중 하나가 “후륜구동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군”이라고 현대차는 밝히고 있다. 전륜구동 대형세단인 점을 앞세워 후륜구동이 주류를 이루는 수입 대형세단들과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같은 집안인 기아차의 K7과 K9까지 합하면 현대기아차의 대형세단 라인업은 6개로 확장된다. 수입차 전선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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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세단의 강점은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탁월하게 앞서는 상품성, 비슷한 상품성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있다. 3,000만 원대 수입차에서는 누릴 수 없는 풍부한 편의사양과 안전장비가 그랜저에 있고, 아슬란 수준의 장비를 갖춘 수입차는 훨씬 더 비싸다는 것.

결국 소비자들이 이를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결론은 타보면 안다는 것.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승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현대차의 전략중 하나다. 내년 1월 30일까지 시행하는 아슬란 출퇴근 시승 프로그램이 나온 이유다. 현대차는 이 기간 중 전국 9개 시승센터에서 1박 2일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아슬란을 시승하는 ‘출퇴근 프리미엄 컴포트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44차례에 걸쳐 전국 9개의 시승센터에서 264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지로 차량을 전달해주고 다음날 차를 되돌려 받는다.

시승과 별도로 구매 고객을 위한 아슬란 멤버십 프로그램도 있다. 아슬란 구매 고객들에게 고품격 공간체험 기회를 주는 것. 전통고택, 글램핑, 최고급 오디오 체험관 등에서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용인 송담고택, 강릉 선교장 등의 고택과 한옥에서 숙박 기회를 주는가하면 모든 것이 갖춰진 고급 캠핑인 ‘글램핑’을 즐길 수도 있다. 최고급 거실로 꾸며진 청음실에서 가정용 최상위 오디오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택할 수도 있다. 건강·패션·문화·재테크 강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비즈니스 서비스’와 자산관리를 비롯한 은퇴설계를 1대 1로 해주는 ‘맞춤형 자산관리 컨설팅’도 선택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최고급 세단 고객들에게 걸맞는 최고 수준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래서 아무 걱정도 없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 진행되는 고객 프로그램은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위한 처절한 노력이다.

전선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입차 시장 확대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공격의 속도는 점점 느려질 수도 있다. 현대차의 저항이 갈수록 완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반가운 건 소비자다. 그 열매는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