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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제타를 만나는 12월 첫 날은 눈이 내렸다. 한겨울 칼바람을 동반한 눈보라였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빌딩 숲 사이의 노천에서 신형 제타는 베일을 벗었다. 매섭게 불어대는 눈보라지만 폭스바겐 관계자들은 서설, 상서로운 눈이라 했다. 억지해석은 아니다. 제타는 바람의 아들 이어서다.

제타라는 이름은 눈보라와 묘하게 겹친다. 바람. 제트 기류에서 따온 이름이다. 폭스바겐 집안의 차들은 대부분 바람둥이다. 멕시코만에 부는 강한 바람에서 ‘골프’라는 이름을 빌려왔고, 파사트 역시 무역풍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남부로 부는 뜨거운 바람은 ‘시로코’다. ‘바람’ 많은 집안,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_외관 (8)

어쨌든 그렇게 눈보라와 함께 제타는 한국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2015년 수입차 시장을 뜨겁게 달굴 핫 아이템중 하나다. 그 차, 제타의 신체검사를 시작해보자.

해치백 골프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세단형 보디스타일이다. 골프의 명성이 워낙 높아 그 그늘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지만 제타 역시 C 세그먼트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차다. 79년 세상에 나온 후 지금까지 1,400만대가 팔려나갔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_외부 디테일 (5)

얼굴을 비롯해 곳곳을 뜯어고친 성형 수술은 성공적이다. 작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적당한 무게감이 더해졌다. 조금 나이든 사람에게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이다. 좀 더 넓은 층을 껴안을 수 있겠다. 바이제논 헤드램프를 눈으로 달았고 뒤에는 LED로 마무리했다. 15개의 LED 램프로 만든 주간주행등이 포인트.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는 내차는 물론 맞은 편 차의 시야도 보장한다. 헤드라이트에는 AFS(Advanced Frontlighting System)라는 동적 코너링 라이트 기능이 통합되어 있다.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헤드라이트의 조사각도가 변하는 것. 시속 40km 이하에서는 코너링 라이트가 고정되어 있으며, 설정 속도를 넘어가면 방향지시등에 의해 활성화된다.

매끈하게 마무리한 디자인은 바람의 저항을 10% 줄였다. 앞뒤의 신형 범퍼, 공기 흡입구, A-필러 주변 측면의 빗물받이, 스포일러 기능을 하는 트렁크 리드, 리어 액슬의 언더바디 패널, 휠 스포일러 및 실 커버 등이 각각의 위치에서 차에 부딪히는 바람을 최대한 부드럽게 빼낸다. 바람에 강한 바람의 아들이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_내부 (1)

겉모습을 즐기는 건 사실 차 주인이 아니다. 차 밖의 사람들이다. 오너가 대부분의 시간을 마주하는 건 실내, 즉 인테리어다. 짙은 회색 계열의 인테리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큰 변화를 찾기 힘든 익숙한 모습. 하지만 큰 변화가 그 안에 담겨 있다.
튜브 모양의 새로운 인스트루먼트, 컬러 디스플레이, 다기능 스티어링 휠, 중앙 콘솔의 새로운 액센트 장식, 블랙 컬러로 장식된 기어 레버 주변부, 클리마트로닉 컨트롤에 적용된 크롬 액센트, 무드등(실내 도어 핸들과 발 밑 공간 라이트), 시트와 도어 트림에 적용된 새로운 패브릭 색상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깨알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인체공학에 기반한 직관적 구성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기어 노브의 위치는 운전자의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자리 잡았고 센터 콘솔의 온도 조절 시스템과 라디오-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운전자 방향으로 살짝 기울었다.
사이드 윈도 위쪽에 자리한 2개의 에어백을 포함해 모두 6개의 에어백이 실내 승객을 보호한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_엔진 (1)

‘제타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150마력 엔진은 유럽의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다. 향후 미국에서 적용될 ‘LEV3’ 배출가스 기준도 가볍게 통과한다. 이전 엔진보다 최고출력 10마력이 더 높아졌지만 연료 소모는 6% 줄었다. 6단 DSG 변속기가 엔진을 조율해 15.5km/l(도심13.8/고속 18.1)의 연비를 기록한다.

‘제타 2.0 TDI블루모션’에는 110마력의 1,968cc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에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DSG 변속기가 올라간다. 연료 효율성에 포커스를 맞춘 모델이다. 복합연비는 16.3km/l (도심 14.4 / 고속 19.4)로 1등급이다.

판매가격은 ‘제타 2.0 TDI 블루모션’이 3,150만원, ‘제타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이 3,650만원이다. 국산 중형세단과 충분히 겨룰만한 가격대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겠다는 것. 눈보라와 함께 등장한 ‘제타’. 2015년 벽두를 강타할 제타의 바람에 기대를 걸어본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_주행 (4)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