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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부품 한국이 비싸다고? 독일은 더 비싸네

한국의 수입차 부품가격이 외국과 비교해 과연 비싼 것일까.

소비자시민모임은 4일, 수입차 5개 차종의 주요 6개부품의 국내외 가격을 조사한 결과 30개 부품중 17개 부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가격보다 비싸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한 언론사들의 기사는 대부분 “수입차 부품 폭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연 그럴까.

소비자시민모임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자료에 포함된 국내외 부품가격표를 살펴보면 국내 부품가격이 독일이나 미국과 비교해서 가장 싼 경우도 많다. 렉서스 300h의 앞뒤 범퍼, 아우디 A6의 헤드램프(미국가격은 조사하지 않았음), BMW 520d의 앞뒤 범퍼와 보닛, 휀더, 벤츠의 보닛 등은 한국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5개 브랜드의 5개 차종의 6개 부품, 총 30개 부품을 전체로 했을 때 8개 부품이 가장 저렴했다. 가장 비싼 부품은 10개였다. 12개는 중간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한국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얘기는 무리한 가설이다. 무려 12개 부품 가격이 가장 비싼 독일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 말대로라면 독일 소비자들이야말로 ‘봉’인 셈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보도자료중 자동차 부품 국내외 가격비교표.

한국이 유독 수입차 부품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님을 이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부품도 있고 싼 부품도 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다. 일부 한두 개 부품이 크게 비싼 이유는 따져봐야겠지만 대체로 수입차 부품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의도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에 크라이슬러를 포함시킨 것은 문제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 부품가격을 내리기 힘든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면 부품가격이 따라서 내려간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런 면에서 크라이슬러는 국내 부품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크라이슬러는 6개 부품중 4개 부품이 가장 비싼 수준이었고 가장 저렴한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보도자료에서 시장점유율 및 판매 순위를 고려해 대상 차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 300C는 이 기준에 따르면 포함될 수 없는 차종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시민모입 관계자는 “독일차에 치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차를 넣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보도자료에서 빠졌다. 공정한 기준에 따라 크라이슬러 300C가 들어간 것 처럼 오해를 부른다. 그만큼 많이 팔린 차가 부품값이 비싸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크라이슬러를 뺄 경우 국내 수입 자동차 부품가격은 훨씬 더 합리적 수준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입차의 부품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해외 시장에서의 부품 가격도 만만치 않다. 전체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은 합당하지만 한국에서만 턱없이 비싼 것은 아님을 이 자료는 말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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