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F1 코리아그랑프리는 열릴 수 있을까.
국제자동차연맹은 4일 카타르 도하에서 국제모터스포츠 평의회를 열고 5월 3일 한국 그랑프리를 포함한 내년도 일정을 발표했다. 한국은 추후 승인이 필요하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내년도 F1 경기 개최 가능성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F1 경기를 포기했고 2015년에도 관련 예산을 편성되지 않아 F1 개최는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날아든 뜻밖의 소식이다.
하지만 F1 코리아그랑프리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FIA가 지난 9월 발표한 내년도 시즌 일정표에 빠졌던 한국이 이번에 왜 포함됐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FIA는 내년도 일정을 잡으면서 한국 측과 아무런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1 경기를 한국에서 열기 위해서는 한국 측 주최자인 F1 조직위원회와 한국자동차경주협회와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FIA가 일방적으로 내년 시즌에 한국을 포함 시킨 것. 경기 개최보다는 또 다른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이유다.
상황은 혼란스럽다. F1 공식 홈페이지인 www.F1.com을 보면 내년도 일정표에 한국이 포함된 게시물과 한국이 빠진 게시물이 함께 올라와 있다. F1 한국 개최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FIA가 의례적인 결정을 했다는 추측이다. 전남도와 FIA측은 2000년부터 5년간 경기를 열고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계약했다. 2016년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계약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당연히 경기 개최 후보지로 선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하지만 9월에 빠졌던 한국이 12월에는 왜 후보지가 됐는지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추측이다. 이 경우라면 한국 측에서 대회준비가 진척되고 있지 않은 만큼 실제 경기가 열릴 가능성은 없다.
둘째, 소송을 감안한 포석이 아닐까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FIA가 경기 개최를 위해 모든 조치를 다했지만 한국 측 책임으로 경기를 열지 못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개최 예정지로 확정했는데도 전남도와 한국의 F1조직위원회가 경기를 열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위약금을 받아내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계약서상 위약금의 규모는 1,000억 원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FIA가 경기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건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이런 관례를 깨고 소송을 걸기위해 한국을 대회 후보지로 올렸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경우에도 F1 한국GP가 열리기는 어렵다.
셋째, 실제로 경기를 진행하기 위한 수순이다. 5월 3일 한국에서 F1대회를 실제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영암 서킷 혹은 제3의 장소에서 F1경기를 실제로 개최하기 위해 내년 일정에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대도시에 시가지 서킷을 조성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국의 F1 조직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만큼 F1 한국GP를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F1대회 주관사인 FOM(Formula One Management)와 접촉중인 이들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추측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결론적으로 어떤 가정하에서도 2015년 F1 한국 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5월까지 남은 시간에 계약을 진행하고 경기를 준비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대회개최권료를 지불하기 위한 신용장을 개설하고 계약을 진행한 뒤 경기장, 대회 관계자 숙소, 오피셜, 스폰서십 등을 준비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게다가 5월 3일 한국 GP가 열리고 일주일 후인 5월 10일 스페인 GP가 예정돼 있는 점도 한국 GP 불가론에 무게를 싣는다. 일주일 사이에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는 것. 중국과 베레인, 싱가폴과 일본GP가 각각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기는 하지만 이들 지역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반면 한국과 스페인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쪽 끝이다.
다시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국은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은데 왜 FIA는 2015년 F1 일정에 한국을 포함시켰을까. 결정은 F1 대회 주관사인 FOM이 한다. FOM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향후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