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BMW ‘프러덕트 지니어스’ 김도형

김도형 씨는 BMW의 프러덕트 지니어스다. 프러덕트 지니어스는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자동차 구매자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일을 한다. BMW 전시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자동차 박사’들이다.

영업사원이 하면 되는 일을 굳이 따로 떼어내 이들에게 맡긴 이유는 뭘까.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다. 아직 구매를 결정하지 않은 고객이 영업사원과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구매에 대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 판매와 아무 상관없이 오직 제품 설명만을 담당하는 요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서로 사고팔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편하게 자동차 이야기를 나누면서 BMW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 판매 대수에 따라 별도 수당을 받는 영업사원과 달리 프러덕트 지니어스는 고정급여를 받는다.

BMW 코리아는 지난 2월 여성을 포함한 8명의 프러덕트 지니어스를 선발해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와 잠실, 대치동 전시장 등에 배치했다. BMW 딜러인 도이치모터스 소속으로 잠실 전시장에서 프러덕트 지니어스로 근무 중인 김도현 매니저를 28일 인터뷰했다.

올해 나이 31살. 대학교에서 5년간 건축을 전공했고 건출설계사무소에서 3년을 근무했다. 우연히 취업사이트에서 BMW가 프러덕트 지니어스를 뽑는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고 합격했다.
차에 관심이 많았다. “바퀴가 달린 건 다 좋아해요. 오토바이도 타고, 대형 면허증도 있어요. 이다음에 중장비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할 때 나중에라도 자동차 영업을 할 생각이 있느냐를 묻더군요. 저는 전혀 생각이 없었습니다. 영업할 생각은 없거든요. 아마 그때 영업을 할 수도 있다는 대답을 했다면 불합격 했겠지요” 웃음 섞인 표정으로 그가 한 말이다. 자동차 영업과는 분명하게 업무 영역이 분리돼 있음을 강조했다. 고객이 전시장에 들어오면 리셉션에서 먼저 응대를 하고 차를 설명할 때에는 프러덕트 지니어스를 소개한 뒤 영업사원은 자리를 비켜준다. 설명을 들은 고객이 구매의사를 밝히면 다시 영업사원이 맡아서 다음 과정을 진행하는 식이다.

차를 설명할 때에는 고객을 차 앞에 세우고 왼편에 서서 구석구석을 알려준다. 정면, 측면, 후면, 트렁크, 엔진룸, 운전석 등 6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동차 이야기에 빠지다보니 1시간 넘게 고객과 대화를 이어나갔던 경우도 있었다고. 판매와 구매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서로가 즐거운 시간이 된다. BMW로 시작된 이야기가 벤츠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를 돌아 다시 BMW로 이어지는 식이다. 차를 출고하던 여성 고객에게 2시간 넘게 차의 모든 조작법을 설명했던 적도 있다.

“처음엔 저도 고객도 무척 어색하지요. 이런 경험이 없는 고객들은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하고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제품설명에 몰입하게 됩니다. 고객들도 좋아하세요”

영업사원들에게도 좋은 지원군이다. 처음 배치 받았을 때에는 약간의 긴장관계가 생기기도 했다. 영업사원의 영역을 넘보는 게 아니냐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기우였다. 영업사원들도 제품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묻게 되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영업사원들로부터 “너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라고.

프러덕트 지니어스는 늘 공부해야 한다. BMW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150여종에 달하는 차들의 제원, 기술적인 시스템을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고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경쟁 차종의 상황도 알아야 한다. 옵션 적용은 어떻게 되는지, 심지어 제품 재고상황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시장에 고객이 없어도 그가 늘 바쁜 이유다. 한가할 틈이 없다.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하다가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너무 반가워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하는 마음으로 고객 앞으로 다가서지요. 그 순간의 설레임이 참 좋아요”

경력 1년.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자랑스러움, 여유, 자신만만, 그리고 열정을 느꼈다. 하는 일에 만족하는지를 묻자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동차 산업에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존재. 어쩌면 이들의 진가는 시간이 갈수록 더 빛날 것이란 생각이 든다. 10년 20년 현장에서 뛰면서 노하우를 쌓으면서 소비자들이 확고한 신뢰를 받는 존재로 성장해나가길 빌어본다.

BMW는 12월중 2차로 50명의 프러덕트 지니어스를 추가로 채용해 내년부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26개 전시장에 이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BMW 그룹이 자동차 업계 최초로 도입한 프로덕트 지니어스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BMW 전시장에서 약 1,450여 명의 프로덕트 지니어스가 활동 중이다.

BMW의 프러덕트 지니어스는 BMW의 중장기 비전인 ‘퓨처 리테일’의 하나로 도입됐다. 퓨처리테일은 단순한 세일즈를 넘어 고객과 더욱 깊이 소통하고자 하는 BMW 그룹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미래를 향한 중장기 전략이 ‘퓨처 리테일’이고 프러덕트 지니어스는 하나의 포석인 셈이다. 미래를 향한 항해를 BMW는 벌써 시작하고 있음을 이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