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산업이 창조경제의 꽃으로 피었다. 불법의 대명사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던 자동차 튜닝이 창조경제와 함께 신데렐라처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지난 24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자동차 튜닝산업을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로 꼽았다. 언론이 전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렇다. “자동차 성능과 외관을 개선하는 튜닝을 대폭 완화한 결과 과거에 불법시 되던 튜닝이 상당한 투자와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유망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자동차 튜닝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는 말도, 매력적인 유망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말도 희망사항일 뿐 아직은 아니다. 2012년 기준 시장규모는 연간 5,000억 원인 자동차 튜닝산업을 2020년까지 4만 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4조원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 있을 뿐이다.

자동차 튜닝 산업 진흥이 국가가 앞장서야할 만큼 중요하고 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는 의문이다. 튜닝산업이 어쩌다 창조경제의 대표선수가 됐는지도 궁금하다.

자동차 튜닝산업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는 지금의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다.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거창한 비전을 앞세워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튜닝산업에는 둘도 없는 기회가 온 셈이다. 하지만 이 기회는 독이기도 하다. 신데렐라는 시간이 되면 ‘재투성이 아가씨’로 돌아가야하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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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튜닝 단속에 열 올리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소비자들의 열화 같은 요구가 있어서가 아니다. 튜닝 수요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결정된 것도 아니다. 정권의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 공무원들이 발굴한 소재가 ‘자동차 튜닝’이다. 위에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셈이다. 비바람이 불면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살아남지 못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다. 튜닝산업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도로작업용 자동차의 유도등, 에어댐퍼 설치까지 자동차 튜닝의 범주에 넣고 이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푸드 트럭, 화물차의 포장탑, 바람막이도 튜닝이고 트럭을 중심으로 하는 특장차 제작까지도 튜닝의 범위에 넣고 있다. 승용차 상용차 버스 트럭 가리지 않고 공장에서 출고된 차에 손을 대는 모든 행위를 튜닝산업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모범 업체를 선정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중소업체에 세제 혜택과 자금을 지원하고 경기도 고양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세우고, 등등 많은 정책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다. 이것저것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져온 느낌이다. 전체를 그리고 이에 따라 세부를 조율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설계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배라는 이름을 걸고 지난 11월 15일 대구에서 개최한 코리아 드레그 챌린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제대로 진행도 못하고 난장판으로 끝나버린 이 경기는 정부 주최 행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수준 이하로 진행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을 이끌어나갈 대장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가 1, 2, 3차 협력 업체를 거느리며 거대한 산업군을 형성하듯, 자동차 튜닝산업에도 산업 전체를 이끌어나갈 중심이 있어야 한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대책에서는 빠져있다.

완성차 업체가 튜닝에 직접 참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완성차 업체는 튜닝을 전제로 한 기본형 모델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고 튜닝업체들은 기본형 자동차를 공급받아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춰 가면 자연스럽게 튜닝시장이 형성된다. 시장 규모도 커진다. 브라부스, 알피나, AC 슈니처 등 해외의 유명 튜닝업체들이 이렇게 성장했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 수도 있고, 험로를 마음대로 달리는 4WD 오프로더를 만들 수도 있고, 캠핑카를 제작할 수도 있다.

국산차를 제대로 튜닝 하는 업체로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 튜닝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형 튜너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참여를 유도해 중소기업들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튜닝자동차 전시회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단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튜닝자동차들을 보여주는 지금의 전시회에 등장하는 차들 중에는 현재 기준으로 불법인 자동차들이 적지 않게 섞여있다. 관람객들은 지금 보고 있는 차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알 길이 없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자동차들만 전시한다면 이를 관람하는 이들이 정확히 어디까지 튜닝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함을 떨치고 확신을 가지고 자동차 튜닝을 시도하게 된다. ‘튜닝 전시회 출품차’를 따라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튜닝산업 활성화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자동차 튜닝산업이 어쩌다보니 국책사업처럼 되어 버렸다. 사실은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창조경제’의 깃발을 내릴 때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이 되어버린 ‘자동차 튜닝 산업’은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어느 날 갑자기 채찍을 버리고 당근 던져주는 정부다. 정해진 시간이 흐른 뒤 행여 당근이 채찍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이다. 2020년을 목표로 한다지만 튜닝 산업에 주어진 시간은 훨씬 더 짧다. 이 그 시간 안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또 다시 단속과 편법 불법이 판치는 과거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재투성이 아가씨로 변해버리는 신데렐라처럼…

자동차 튜닝산업을 진흥시킨다는 지금 이 순간, 쉐보레 콜벳은 추월 가속시 소음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