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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가 변했다. ‘2015 올 뉴 캠리’다. 풀체인지한 7세대 모델의 시즌 2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변화의 폭은 풀체인지나 다름없다.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고 파워트레인은 더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더 많고 강력한 무기를 확보한 캠리를 바다 건너 제주에서 시승했다. 시승모델은 가솔린 2.5 XLE와 하이브리드 두 차종.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는 캠리를 시승하는 이틀 동안 아이처럼 착했다. 바람은 잦아들었고 하늘은 맑았다. 대부분 구름 속에 숨어있는 한라산 백록담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토요타가 새로 만들었다는 캠리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차체에 부딪히는 모든 공기를 다 빨아들일 것 같은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가 눈길을 끈다. 강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극적인 장치다. 그 옆으로 팔자 수염처럼 늘어진 LED 주간주행등을 배치했다. 그 위에 그릴 상단부와 양옆으로 헤드램프가 얇게 배치됐다. 아래는 넓고 위는 얇다. 강한 모습이지만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이유다. 보디 컬러는 깊다. 특히 화이트 펄 컬러가 그랬다. 가만히 응시하면 컬러의 깊이가 보인다.

차체의 길이는 45mm가 늘어 4,850mm에 이른다. 5m를 넘보는 크기다. 덕분에 대형세단 못지않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넓은 공간을 실감할 수 있다. 센터터널은 발을 꼴 때 살짝 걸리는 정도로 낮아서 제한된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어도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도 넓다. 트렁크에는 깊은 동굴이 있었다.

덩치 큰 미국인들을 염두에 둬서였을까.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투박하다 싶을 정도로 크다.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된 차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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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3회전한다. 편안한 세단의 정석이다. 적당한 굵기의 핸들은 직경이 크다. 날렵한 핸들링보다는 여유 있고 편안한 조향특성을 지향하는 세팅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랬다. 성능과 승차감 그 중간에서 승차감쪽으로 한 발짝 움직인 곳에 캠리가 있었다.

가속페달은 바닥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밋밋하게 밟힌다. 시트에 안긴 듯 포근하다. 조용했다. 출발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이를 느끼지 못했다. 잠깐 동안 시속 140km를 넘길 정도로 가속을 이어가며 어느 순간 이상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박력 있는 소리를 토해내는데 가속페달에서 힘을 뻬고 rpm을 안정시켜 정속모드로 접어들면 시나브로 엔진 소리가 사라진다. 바람소리뿐이다. 바람소리도 거칠지 않다. 얌전히 차창을 스치는 정도다. 속도계를 보면 훨씬 더 센 소리가 들려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았다. 감탄, 또 감탄. 하이브리드는 물론 가솔린 엔진도 마찬가지. 렉서스를 만드는 토요타다. 소리를 잡는 데는 탁월한 노하우가 있다. 심지어 가솔린 엔진조차 차가 정지하면 모든 소리도 사라진다. 엔진이 멈추는 게 아닌데도 그렇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잘못 탔나 착각할 정도다. 귀신은 해병이 잡고 소리는 토요타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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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은 정지 후 출발할 때 부드럽고 조용하다. 엔진 스톱 모드가 있는 디젤차의 경우 엔진이 정지한 뒤 다시 시동이 걸릴 때 소리와 진동이 불쾌한 요소가 된다. 조용하던 실내에 전해지는 디젤엔진의 굵은 엔진음과 진동은 순간적인 쇼크를 준다.

하이브리드차에선 그렇지 않다. 일단 정지해서 엔진이 멈추면 다시 출발할 때에는 대부분 모터가 작동하며 스르르 미끄러지며 나간다. 엔진은 그 다음 단계에서 다시 살아난다. 실내의 평온함이 서있을 때에도, 움질일 때에도 계속 유지된다. 출발이 부드러운 것. 엔진 스톱 기능을 가진 디젤 엔진과는 큰 차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EV 모드로 시속 40km 속도로 7km를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엣킨슨 방식의 2.5리터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해 총 시스템 출력은 203마력에 이른다. 이를 무단변속기가 조율한다. 1,950kg의 무게를 여유있게 끌고 달렸다. 본격 가속을 하면 최고속에 쉽게 다다른다. 힘이 여유 있어 운전이 편하다. 편안한 항속, 힘찬 고속주행이 조화롭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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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가솔린 엔진은 6단자동변속기와 호흡을 맞춘다. 최고출력 181마력으로 공차중량 1,515kg인 차체를 가볍게 끈다. 마력당 무게비를 따지면 하이브리드가 9.6kg, 가솔린 2.5가 8.3kg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력이 세지만 400kg 넘게 무거워 최고출력 기준으로 힘이 효율은 가솔린 엔진이 좀 더 나은 셈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브레이크는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능이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사라지는 에너지 전체를 회수할 수는 없지만 그중 일부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다. 답답한 시내 주행에서도 브레이크를 기쁘게 밟게 되는 이유다. 브레이크 페달 반응은 특이했다. 페달을 밟는 초기에 제동 반응이 생각만큼 느껴지지 않아 조금 더 힘을 줘서 밟게 된다.

신형 캠리의 키워드는 ‘스마트’다.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를 ‘올 뉴 스마트 캠리’로 정했다. 2,000개의 부품을 교체할 정도로 완전히 새로워졌고 가격도 2년 전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제품, 가격, 성능이 스마트하다는 의미다.

가격은 2.5 가솔린 XLE모델 3,390만원, 2.5 하이브리드 XLE모델 4,300만원, V6 3.5가솔린 XLE모델 4,330만원이다. 2년 전 7세대 캠리가 출시할 때 책정했던 가격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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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에어백, 추돌시 탑승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경추손상방지(WIL) 컨셉 시트, 후진 주차를 돕는 백 가이드 모니터(BGM),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차량 하부의 언더커버 등 기존 7세대 캠리에서 호평 받았던 사양들은 모두 기본 장착된다. 스마트한 상품성이다.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스마트했다. GPS 신호와 자이로 센서, 스피드 신호를 함께 분석해 정확한 위치를 짚어준다. 실시간 교통정보 수신, 월 2회 데이터 자동업데이트 기능이 있다.
룸미러는 단순한 거울이 아니다. 손바닥만한 거울 안에 나침반, LED 파워 인디케이터, 시계, 후방 광량 감지센서 등의 기능이 숨겨져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복합 연비는 16.4km/L, 2.5 가솔린 모델은 11.5km/L다. 스마트한 연비다. 가장 깐깐하게 연비를 보는 한국 시장인 만큼 일반 소비자도 신경 써서 운전하면 복합연비 이상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를 사수하는 토요타의 고집은 흔들릴 줄 모른다. 디젤이 지배하는 수입차 시장에서 한눈팔지 않는 거의 유일한 메이커가 토요타다.

쉐일가스 효과로 세계 유가는 1, 2년 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시장의 유가는 해외에서만큼 낮아지지는 않지만 길게 보면 상당기간 하향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가솔린 엔진, 혹은 가솔린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나쁘지 않는 방향으로 서서히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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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의 변속감은 거칠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변속감이 아니라 턱턱 걸리고 심하면 소리도 난다. 변속기의 소리가 아니라 변속레버가 걸리는 소리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가솔린 모델이나 마찬가지. 실내가 조용해서 이상한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손 봐야 할 부분이다.
무거운 핸들도 의외다. 조금은 더 가벼운 게 운전하기 편하겠다. 휙휙 돌아갈만큼 가벼운 현대차의 핸들에 적응된 한국 소비자들에게 캠리의 스티어링휠은 충격일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