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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온 사냥꾼 지프 체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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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귀환이다. 지프 체로키가 풀 체인지를 거쳐 우리 앞에 다시 섰다.

7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2007년 다임러와 결별했고 사모펀드가 주인이 되었다가 2011년 피아트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올해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FCA라는 이름으로 한 살림을 차렸다. 피아트를 새 주인으로 맞아 새 출발하는 크라이슬러가 내놓은 지프 체로키다.

길이가 4620mm에 달한다. 만만치 않은 크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보이지 않는다. 눈 때문이다. 헤드램프가 뱀의 눈을 닮았다. 지프의 상징인 세븐 슬럿 그릴은 한 번 꺽은 형상으로 변화를 줬다. 슬림하고 도회적인 느낌.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지프 브랜드로서는 과감한 변화다. 사냥꾼이 산을 떠나 도시 근교로 이사 온 셈이다. 산 속에서만 살아가기엔 살림이 너무 팍팍했을 것이다.

7년 동안의 침묵을 만회하려는 듯 체로키는 화려한 옵션으로 무장했다. 스톱&스타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장치,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주차 보조장치 등등.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능을 가졌지만 센터페시아는 복잡하지 않다. 깔끔하게 잘 정돈됐다. 난방 냉방 히트 스티어링, 공조 장비 등을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터치해 조작한다. 내비게이션 핸드폰동기화, 디스플레이, 시계, 안전보조 기능 등을 직관적으로 터치해 작동할 수 있다.
나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대시보드를 가죽으로 마감했고 시트 재질 역시 신경을 썼음을 말하고 있다. 핸들도 가죽으로 감싸 쥐는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광택이 없는 센터페시아는 마음에 든다. 손끝에 닿는 느낌이 좋다. 아기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다. 지붕 틈새는 손가락 하나가 드나들 정도다. 좀 더 야무진 마무리가 아쉽다. 사소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그중 압권은 9단자동변속기다. 1단 4.70부터 9단 0.48까지 폭넓은 기어비를 커버한다. 저속에서 강한 구동력, 고속에서 효율적인 연비를 확보할 수 있다. 5단 기어비가 1대 1로 6단부터 연비 개선효과가 커지는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변속기는 2.0 터보 디젤 엔진을 효율적으로 컨트롤한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은 공차중량 1,880kg에 달하는 차체를 거뜬히 끌고 달린다. 변속쇼크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스톱 앤 스타트. 차가 멈추면 엔진이 따라 멈춘다. 아주 조용한 실내가 된다. 진동도 엔진 소리도 사라진다. 조용해지는 것보다 더 큰 효과는 연료 절약이다. 엔진 정시 상태에서 핸들을 돌려도 시동은 켜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떼야 비로소 엔진이 숨을 쉰다.

핸들은 약 2.7회전한다. 3회전 미만의 핸들 회전수는 도심지향의 SUV들의 특징. 거친 오프로드를 감안한다면 3회전을 좀 더 넘길 수도 있고 스티어링 유격도 확보해야 한다. 지프 체로키도 도심 온로드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대의 변화다.

1,860mm로 폭이 넓어 공간이 넓지만 좁은 길에서는 부담스럽다. 도로에서도 차선 하나가 꽉 찬다.

가속페달은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킥다운은 엔진 반응으로만 일어난다. 티내지 않고 힘을 쓴다. 겸손하다고 해야 할까.

코너에서 차의 높이가 주는 부담감은 있지만 무시하고 조금 더 오버해서 다뤄도 무리가 없다. 차체가 받아준다. 사륜구동이어서 코너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급코너 오르막도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하며 부드럽게 오른다. 가속페달 밟으면 엔진 소리가 다소 거칠게 올라온다. 운전 조작에 대한 반응이 충실하다. 운전자가 압박감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좀 더 다이내믹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블루투스로 핸드폰을 차와 연결한 뒤 운전하는데 문자가 왔다. 차가 문자를 읽어준다. 목소리로 답장을 할 수도 있다. 읽어주는 목소리가 조금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없다. 차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계기판의 안내는 한글을 기반으로 한다. 음성인식도 역시 한글 기반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가 영어로 안내하는 시스템은 불친절하다. 아직도 불친절한 수입차들이 제법 있다. 지프 체로키의 인포테인먼트는 참 친절한 편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을 시속 100km에 맞추면 엔진 회전수는 1400 알피엠까지 내려간다. 대단한 효율이다. 9단 변속기의 힘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같은 속도에서 변속기의 수동변속모드를 이용하면 4단까지 내려간다. 이때 엔진회전수는 4,000rpm. 시속 100km를 4단부터 9단까지 커버한다. 주행상황에 맞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변속은 재미있다. 자동변속 상태에서 변속감은 거의 느끼기 힘들다.

변속 레버는 수동모드에서 위로 밀어 올려야 시프트 다운이다. BMW와 같은 방식. 수동 변속모드에서 자동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3단 90km에서 알피엠은 끝까지 간다. 운전자가 변속을 해야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운전자의 의지를 반영하겠다, 명령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차간 거리가 좁혀질 때 차가 스스로 감속하고 있음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스스로 완전히 정지한다. 놀랍다. 좀 더 앞 선 ACC다. 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출발만 시켜주는데 다시 정해진 속도까지 가속을 이어간다. 현재 만날 수 있는 가장 앞선 ACC다.

실내는 아주 편안하다. 떨림? 없다. 타이트하게 꽉 잡아주는 시트가 아니다. 여유 있고 넉넉하게 몸을 지탱해주는 정도의 수준이다.

선루프는 시원하게 열린다. 선루프 가리개를 열면 전체가 유리로 된 지붕이 드러난다. 환하다. 대형 선루프가 시원하게 차창 밖 풍경을 보여준다. 분위기 있는 실내를 연출해주는 훌륭한 요소다. 화창하면 화창한대로, 조금 우울하게 비가 오면 또 그대로 자연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차다.

차선이탈방지장치를 활성화시키면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넘을 때 스티어링 휠이 반발한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다.

교통흐름을 따라 39.7km를 달리는 동안 연비는 14.0km/L 가량을 기록했다. 메이커가 밝힌 복합연비와 일치하는 수준.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누구나 그 이상의 연비를 경험할 수 있겠다.

연비를 체크한 뒤 조금 거칠게 차를 다뤘다. 속도를 올리고 브레이크를 체크했다. 제동력이 좋다. 살짝 밟았는데 정확하게 제어되는 느낌이다. 충돌 위험이 감지될 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차가 스스로 제동한다. 동시에 앞창 아래쪽으로 빨간 경고등이 깜빡이며 위급상황임을 알린다. 적극적인 안전장비다.

170마력에 35.7kgm의 토크는 부족함이 없다. 가속을 이어가는데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체감하는 힘은 제원표의 숫자 그 이상이다.

오프로드에 올랐다. 자근자근 길을 밟으며 움직인다. 거칠고 조금 미끄러운 길이지만 타이어는 밀리지 않았고 강한 구동력을 보여줬다. 역시 체로키다. 체로키는 물 만난 고기처럼 좀 더 거친 자극을 원했지만 이에 걸맞은 길을 찾는 게 쉽지는 않다.

오프로드에서 이만큼 좋은 성능 보이는 차도 만나기 힘들다. 지프의 혈통은 오프로드에서 만들어진 피다. 잠깐 들린 오프로드에서 체로키는 유감없이 그 진면목을 보여줬다. 오프로드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 게 유감이다. 체로키조차 온로드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 사냥꾼이 도시로 떠나는 이유다.

주행모드는 오토, 스포츠, 스노, 샌드&머드를 설정할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이용하면 된다. 시속 5km 미만에서는 이동 중에 4WD를 로 기어로 변속할 수 있다. 강한 구동력으로 극단적인 저속주행이 가능한 것.

도시로 이사했다고 비유할 만큼 체로키는 새롭게 변했다. 편해졌고 안전해졌고 멋있고 세련됐다. 그렇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다. 오프로드에 강한 면모가 이를 말하고 있다. 체로키는 많이 변했고, 또 예전 그대로다.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올-뉴 체로키 론지튜드 2.4 AWD는 4,990만원, 올-뉴 체로키 론지튜드 2.0 AWD는 5,290만원, 올-뉴 체로키 리미티드 2.0 4WD는 5,640만원이다. 초기 500대는 이보다 360만~660만원 싸게 판매한다고 밝혔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고단에서 저단으로 차례로 시프트 다운을 하면 계기판 상 숫자는 내려가는데 기어물림은 그 숫자대로 물리지 않는다. 시속 60~70km에서 계기판의 기어단수는 1단까지도 내려간다. 실제는 그와 다르다. 미스매치가 있다. 정확한 표기가 아쉽다. 9단 변속기인데. 어느 단수가 물려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잘 다룰 수 있다.
선착순 500명에게 모델에 따라 360만~660만원을 할인 판매한다는 건 500대 팔고 가격을 올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브랜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가격 정책이다. 골라 골라를 외치는 남대문 시장, 마감 임박을 알리며 소비자를 압박하는 쇼핑채널에서나 어울리는 정책이다. 체로키의 값어치를 스스로 낮춰버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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