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을 만났다. 전륜구동 최고급 세단으로 전륜구동에 방점이 찍힌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를 비집고 배치된 전략차종이다. 고급 세단의 라인업을 촘촘히 구성해 수입차에 대한 방어선을 좀 더 견고하게 구축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현대차는 수출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아슬란은 당분간 내수시장 전용차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아슬란은 과거 다이너스티와 기아 오피러스가 했던 역할을 하는 차종으로 그 동안 공백으로 비어져왔던 부분을 다시 채우게 된다. 아슬란은 역동적인 주행성능 중심의 대형차 시장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을 위해 준비된 모델로 프리미엄 옵션과 안락한 승차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을 적용하는 한편, 아슬란 만을 위한 차별성을 부여해 쏘나타나 제네시스와는 다르게 중후한 멋을 강조했다. 와이드하고 입체적인 세로형 그릴과 곳곳의 크롬장식이 돋보인다. 헤드램프는 낮게 배치해 스포티하게 보이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했고 안개등은 제네시스와 동일한 LED 타입을 적용했다.
측면 모습은 그랜저와 대부분 일치한다. 윈도우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 등이 더 간결하고 안정감 있어 보이도록 약간의 변화를 줬을 뿐이다. 휠은 18인치, 19인치 두 가지가 준비된다.
테일램프는 단순하게 만들어 강한 이미지를 전한다. 트렁크부터 범퍼 하단부까지 모두 가로형태를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대형차 특유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볼륨감 있는 범퍼는 하단부 머플러 주변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해 세련미를 더했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으로 수평적 레이아웃을 도입했다.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배치는 직관적이고 버튼의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처음 탑승했지만 실내가 어색하지 않다. 도어를 비롯한 시트, 계기판 등의 실내 디자인은 상당부분 그랜저와 공유하고 있어서다. 그랜저와 비교하며 ‘다른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 버튼 조작감은 우수했다.
그랜저 시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퀄팅 패턴을 넣어 고급감을 더했다. 시트에 앉았을 때의 착좌감도 푹신하면서 몸을 적당히 잘 잡아줘 편안하다. 프리미엄 컴포트 세단을 지향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전륜구동의 장점은 넉넉한 실내 공간이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넉넉해서 제네시스와 비교해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트렁크는 기업임원용 차량으로 많이 사용될 것을 고려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 용량은 골프 백을 쉽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고 최대 4개까지 넣을 수 있다. 또한 골프를 즐기지 않더라도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주말에 여행 등 여가생활을 즐기기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 버튼을 눌렀는데 계기판의 엔진회전수만 멈칫할 뿐 소음이나 진동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이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렉서스 ES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충분히 부드럽고 그립감이 좋다. 가죽이 부드러워서 손이 건조할 경우 미끄러울 수도 있겠다. 앞서 쏘나타에서도 느꼈었지만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많이 개선됐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중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면 충분히 묵직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시승차는 3.3리터 최고급 모델로 제네시스와 같은 엔진이 탑재되지만 최고출력은 294마력으로 12마력 더 높고 최대토크는 0.1kg.m 낮은 35.3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공차중량은 제네시스보다 200kg 이상 가볍다.
하지만 아슬란은 프리미엄 컴포트를 내세우는 차량인 만큼 개발 컨셉에서 벗어난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따른다. 배기량이나 출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헤드 업 디스플레이의 숫자가 쉴 틈 없이 올라가지만 시원하게 뻗는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노면상태와 운전조건에 따라 감쇠력의 변화를 갖는다. 고속주행 시에나 급격한 코너를 통과하는 스포츠 주행을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지만 요철을 넘거나 노면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뒷좌석에서 느꼈을 때는 더욱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운전을 돕는 편의 옵션으로는 차선이탈, 후 측방, 전방 추돌 경보시스템 등이 준비되며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통해 앞차간의 간격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비가 탑재된다. 주차 시에는 사각지대 없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어라운드 뷰와 후방카메라를 통해 손쉽게 주차할 수 있다.
아슬란의 옵션이나 성능은 현대차가 내세우는 ‘프리미엄 컴포트’에 정확히 부합하고 컨셉에 잘 맞게 개발돼 기업 임원용 차량으로 손색이 없다. 정숙하면서도 전륜 구동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렉서스 ES만큼이나 여성운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순히 그랜저의 고급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플랫폼과 도어, 시트, 엔진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어 차별화가 부족하다. 도어의 우드장식은 여전히 어색하며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BMW와 오버랩 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양봉수 객원기자 bbongs14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