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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키운 차제로 넓어진 실내공간을 확보한 쏘렌토가 출정했다. 기아차의 주력 SUV가 변신을 마치고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3세대 모델, 올 뉴 쏘렌토다. 말 그대로 완전히 바뀐 풀체인지 모델이다.

기아차는 ‘격이 다른 SUV’를 표방하고 있다. 경쟁 모델들보다 ‘한수 위’라는 거다. ‘남자의 존재감’ 이라는 말로 이 차의 타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간이 훨씬 더 넓고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써서 안전성도 크게 높였다는 설명이다.

단정한 모습이지만 시선이 머무는 부분이 있다. 호랑이코 매시타입의 라이에이터그릴이 그중 하나다. 올록볼록한 매시타입 디자인이 강조됐고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호랑이코’ 라인은 튀지 않는 모습으로 많이 완화됐다. 초기의 호랑이코가 확연히 드러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지금의 호랑이코는 있는 듯 없는 듯 찾아봐야 보이는 정도로 전체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옆을 보면 번쩍이는 19인치 크롬휠이 시선을 잡는다. 번쩍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호 불호가 갈릴듯하다. 미국 서부지역의 튜닝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일.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타이어는 235/55 R19 사이즈로 시승차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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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무려 4,780mm다. 휠베이스는 2,700mm다. 길이는 95mm, 휠베이스는 80mm 늘렸다. 차 높이는 15mm 낮아졌다. 현대차 싼타페보다 훨씬 길다. 이는 곧 실내 공간의 여유로움으로 이어진다. 뒷문을 열고 2열 시트에 앉아보면 확연히 넓은 공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남는다. 머리 윗공간도 여유롭다. 바닥 역시 센터터널 없이 평평해 유효공간이 더 넓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탐을 낼만한 공간이다.

7인승으로 3열 시트까지 갖추고 있지만 사실 3열 시트를 쓸 일은 많지 않다. 3열 시트를 위해 충분한 공간을 갖출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2열 시트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3열은 딱 2명이 좁게 앉을 정도로 공간을 배정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넓은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은 생각보다 크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감, 불안감, 짜증 등에서 자유롭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효과가 크다.

차가 크지만 운전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 서행이나 주차시에 차를 다루기가 쉽다. 좁은 공간이라면 어라운드뷰 모니터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차의 전후좌우 사방을 모니터로 보여줘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접촉사고를 막아준다. 큰 차일수록 요긴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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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입체적이다. 센터페시아도 세로의 통일성보다 상중하 각 부분이 독립적으로 구성됐다. 돌출된 송풍구도 새로운 시도다. 220V 인버터가 있어서 자동차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물을 끓이거나 밥을 짓지는 못하지만 노트북이나 카메라를 충전할 때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지다.

운전석 시트는 상하 조절폭이 크다. 차 안에 푹 안긴 듯 낮출 수도 있고 의자에 앉은 듯 몸을 세워 앉을 수도 있다. 각자 몸에 맞는 편한 자세를 찾을 수 있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미세한 유격이 느껴진다. 4.8m에 가까운 SUV임을 감안하면 딱 좋은 조향비다. 그보다 예민한 핸들은 길고 높은 SUV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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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2.2 디젤엔진에 6단자동변속기, 2WD 조합으로 최고출력은 3,800rpm에서 202마력, 최대토크는 1,750~2,750rpm 구간에서 41kgm가 나온다. 공차중량 1,853kg으로 1마력이 약 9.2kg을 감당해야하는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된다. 중저속에서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다. 실제 쏘렌토를 운전할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일은 없었다. 3분의 1 정도만 활용해도 시속 100km까지 부드럽고 여유 있게 달릴 수 있었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 매우 편안한 상태가 된다.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방지장치 등이 운전을 돕는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아무런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앙탈 한 번 없이 사뿐히 밟히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심심해서 재미없다. 페달을 밟고 저항하고 누르고 반발하는 밀당이야말로 운전하는 소소한 재미인데. 현대기아차에서는 사라졌다.

레드존은 말 그대로 금기의 영역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rpm은 레드존에 오르기 전에 변속이 일어나며 스르르 힘을 빼버린다. 4,200rpm을 터치하면서 변속이 일어나면 3,200rpm까지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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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실내는 속도를 점차 올리면서 주행안정감이 살짝 흔들린다. 고속주행에서 타이어는 노면을 충분히 밀착하지 못하고 서스펜션도 확고한 지지감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2WD의 한계로 봐야한다. 사륜구동 모델이라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고속주행안정감을 갖췄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긴 차체를 가졌음에도 코너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은 크지 않다. 과속하지 않는다면 편안하고 부드러운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시승차의 표준연비는 12.4km/L. 도심에서 11.3, 고속도로에서 14.2km/L로 인증을 받았다. 수치상으로 보면 이전 모델에 비해 제자리걸음하는 연비다. 차를 키우다보니 무거워지고 연비 개선이 어려워진 탓이다. 다음 과제는 연비인 셈이다.

올 뉴 쏘렌토’의 판매가격은 2.0 디젤 모델이 2,765만~3,320만원, 2.2 디젤 모델은 2,925만~3,406만원이다. 4WD 시스템은 프레스티지급 이상에서 210만원을 추가해 선택할 수 있다.

집을 조금 넓혀 이사했던 기억을 가진 가장이라면 쏘렌토의 넓은 공간이 주는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가장의 존재감은 더 빛난다. 그게 집이든 자동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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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눈썹이 짧다. HID 헤드램프 위쪽에 배치한 LED 램프가 짧아 인색한 느낌을 준다. 조금 더 쓰지. 긴 눈썹이 어울리겠다.
차가 설 때 멈추는 ISG 시스템과 브레이크 홀드모드는 서로 충돌된다. 홀드모드를 작동시킨 상태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이 걸린다. 홀드모드를 적용했다면 가속페달을 밟을 때 시동이 걸리는 게 맞다. 아니면 홀드모드를 빼던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