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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가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SM7 노바’를 출시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차의 얼굴에 해당하는 앞부분 디자인을 변경했다. QM3에서부터 시작된 르노삼성의 패밀리룩으로 성형한 것.

SM7은 르노삼성차의 플레그십 세단이다. 중소형차 중심의 르노그룹에서도 최상급 세단이다. 르노그룹의 총수인 카를로스 곤 회장도 SM7을 탄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노바는 ‘새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별처럼 빛나는 새 모델임을 강조하고 싶은 뜻이 담겼다. 르노삼성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현대차의 그랜저, 기아차의 K7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할 차다. 일부 수입차와의 경쟁도 피할 수는 없다. 가격대로 보면 3,000만원~4,000만 원대로 국내외 자동차들이 가장 치열하게 승부를 펼치는 구간에 자리를 잡았다. 어지간한 경쟁력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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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선보이는 르노삼성차 임직원들의 표정은 긴장과 기대가 섞여있다.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뒤 이제 비로소 반격에 나서는 비장함도 보인다. 두려움에 떨던 병사들이 새 병기를 받아들고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영화 명량의 대사가 이들에게는 더욱 절절하게 와 닿았을 것이다.

그들이 내놓은 신병기, 뉴 SM7 노바를 부산에서 만났다. 시승차는 2.5 엔진 최고 사양을 갖춘 VQ25 RE 트림이다.

성형한 얼굴은 단정하고 안정감 있다. 보닛 위로 두 개의 라인으로 볼륨감을 살렸다. 후드만을 보면 그 안에 고성능 엔진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모습.

18인치 알로이 휠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팩트 있는 디자인으로 강하고 세련된 멋을 담은 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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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스마트 커넥트 클론’ 어플을 내려 받는 일이다. SM7 노바가 가장 자랑하는 ‘스마트 미러링’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의 티맵을 와이파이를 통해 자동차의 모니터에 띄우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의 핫스팟 기능을 이용해 차와 연결하는 것. 르노삼성차가 업계 처음으로 시도한 IT 기술이다. 기본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은 당연히 없다.

운전석에 앉아 핸드폰과 차를 연결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두 번째 부터는 금방 연결할 수 있다. 일단 모니터에 지도가 뜨면 스마트폰은 수납함에 넣어두고 모니터를 터치하고 목적지를 설정하는 등 이미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처럼 이용할 수 있다. 최신 티맵을 손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차의 분명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자잘한 함정은 있다. 안드로이드 폰이 더 쓰기 편하고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지원이 안 되는 등 몇 가지의 제한 사항이 있다. KT 아이폰은 미러링 자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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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전 시에는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도 문제다. 하나뿐인 USB 포트에 연결해 충전을 하면서 이용했지만 충전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배터리가 방전된 스마트폰으로는 미러링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 충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미러링은 티맵에만 한정된다. 핸즈프리 통화와 핸드폰의 음악을 즐기려면 따로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해야 한다. 미러링과 블루투스 연결은 동시에 가능했다.

미러링을 구현하는 모니터는 어두운 안쪽으로 깊게 배치해 선명하게 보인다. 글로브박스는 동굴처럼 깊다. 어지간한 소지품들은 모두 품고 남을 정도다. 센터콘솔도 여유있는 용량을 확보해 수납 공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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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2.8 회전한다. 조금 예민하게 세팅했다. 대형세단이지만 승차감에만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님을 말해준다. 운전하는 재미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스티어링 조작에 차체가 빠르게 반응했다.

시트 포지션은 위치마다 다르다. 운전석은 상하, 전후, 등받이 모두 조절가능했다. 조금 높은 듯한 조수석은 상하조절이 안 된다. 뒷도어를 열면 뒷좌석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편하게 탈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버튼을 눌러 뒷좌석을 슬라이딩 시키면 등받이가 함께 기운다.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높아 때로는 머리 윗공간에 압박감을 준다. 뒷좌석 바닥 가운데에는 센터터널이 솟아있다. 4명이 타면 아무 문제없지만 5명이 탈 경우에는 바닥이 주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뒷좌석 안쪽에는 르노삼성이 포스코와 함께 개발한 마그네슘 패널을 적용했다. 당장 감량의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상징성이 크다. 마그네슘을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부품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증명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대규모 감량을 하지는 못했으나 제한된 조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받을만한 부분이다.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스페어타이어가 있어야할 곳에는 응급조치용 키트가 있다. 역시 감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다.

New SM7 Nova_V6 6기통 엔진

2.5엔진은 V6형식이다. V6는 그 구조상 직렬4기통보다 더 조용하고 안정적이다. 경쟁모델들에 비해 우수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VQ엔진의 뿌리는 닛산이다.
VQ25 V6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이 190마력/6,000rpm이다. 최대토크는 4,400rpm에서 24.8kg.m가 나온다.

엔진은 부드럽고 하체는 강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조금 더 개선된 느낌이다. 중저속에서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대형세단의 격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정확하게 2,000을 마크한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을 발끝으로 누르면 강한 면모가 소리먼저 드러난다. 소리와 차체가 함께 나간다. 정직한 반응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엔진 사운드는 좀 더 매력적으로 바뀐다. 계기판에도 스포츠모드임을 알리면서 엔진 성능곡선이 표시된다. 운전자는 엔진이 어느 정도로 사용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패들 시프트가 있어 변속하는 손맛도 있다. 눈과 귀, 손과 발이 한껏 달아오른 차를 느낀다. 쾌속주행을 하는 동안은 오감이 만족한다. 다만 패들시프트를 조작하기 위해선 핸들을 좁게 잡아야 하는 어색함이 있다.

고속도로에선 호쾌한 주행을 선보였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동안에도 실내의 안정감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단단한 하체가 빠른 속도를 너끈하게 받아준다. 잡소리와 기분을 건드리는 잡소리도 듣기 힘들다.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잔잔한 실내를 파고들 뿐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안되는 게 있다. 크루즈컨트롤이다. 스포츠모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스포트모드를 해제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뜬다. 크루즈컨트롤의 의미가 편안한 정속주행을 즐기는 것인 만큼 스포츠모드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깊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5,800rpm까지 올라간 다음 변속이 일어나고 3,200rpm까지 떨어진다. 스포츠모드에선 레드존 시작지점인 6,400rpm까지 올라간 다음 4,200rpm까지 후퇴한다.

뉴 SM7 노바 VQ25는 SE, LE, RE 3개 트림으로 각각 3,040만원, 3,240만원, 3,490만원이다. 스마트미러링 시스템은 2.5 RE부터 적용된다. VQ35는 3,520만원~3,870만원이다. 참고로 SM7 노바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그랜저는 3,024만원부터 3,875만원까지 포진해 있다. 정확하게 서로 겹치는 가격대다.

뉴 SM7 노바가 르노삼성차의 앞날을 밝히는 새별이 될지 이제 시장을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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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ESM(Energy Smart Management)을 적용해 에너지 최적기술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엔진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없다.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차간 거리를 스스로 제어하는 기능이 없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한다. 적용가능한 모든 기술을 적용해야하는 플레그십 세단으로선 옹색한 상품구성이다.

르노삼성차가 밝힌 이 차의 연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메이커가 밝힌 뉴 SM7 노바의 복합연비는 10.2km/L로 구형 모델과 다름이 없다. 풀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 즉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새로 연비검증을 받지 않고 이전에 인증받은 연비를 그대로 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 연비 검증시 16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것. 실제 판매모델에 적용하지 않는 16인치 타이어를 사용해 연비를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의 관계자는 “연비에 관한한 르노삼성차가 가장 정직하다. 법규에 따라 연비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과 관련해 르노삼성차의 좀 더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해 본다.

르노삼성차는 이와 관련해 11월 23일 해명을 전해왔다. 연비 측정 과정에서 타이어 사이즈 표기에 착오가 있었고 르노삼성차 연구소에서 관련 증거자료를 통해 국토부와 확인 과정을 거쳤다는 것. 이에따라 국토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르노삼성차 SM7 2.5의 표시연비 관련 정보에는 타이어 사이즈가 225/50R17로 정정됐다. 업무착오로 타이어 사이즈가 잘못 표기됐을 뿐, 실제 검증과정에서는 17인치 타이어를 사용했음이 확인 됐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