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강남 한 복판에 깃발을 꼽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의 한전 부지 인수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는 29일 이와 관련한 입장발표문을 내고 “한전 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 공공성에 입각해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해 업무와 문화,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5위 자동차 업체의 위상에 걸맞는 사옥을 짓겠다는 것.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사업장과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 GBC를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대차는 그동안 통합 컨트롤타워 부재로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에 따른 각종 비효율로 현대차그룹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GBC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지난 2000년, 연간 253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수준에서 연산 800만대 능력을 갖춘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9개국에 걸쳐 31개 공장을 운영중이다.  현대•기아차의 생산, R&D, 디자인 등 각 부문뿐 아니라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것.

기존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이고, 소속 임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는 것. 주요 계열사 본사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가 본사와 떨어져 있어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는가 하면, 외부 VIP의 본사 방문 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수동 뚝섬에 랜드마크빌딩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지만 도심과 부심에만 초고층 빌딩을 허용하는 서울시 방침으로 계획이 무산됐고 말았다.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토요타 등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본사 및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현대차는 공간부족으로 이같은 시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실제로 폴크스바겐은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한 ‘아우토슈타트’를 운영중이다. 독일 관광청이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선정한 아우토슈타트는 20만명 가까운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250만명의 고객 및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현대차는 소개했다.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이 콤플렉스 형태를 이루고 있는 독일 뮌헨市의 BMW 본사와 독일 슈투트가르트市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역시 연간 70만명 이상이 들르는 해당 지역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고, 미국 디트로이트市에 위치한 GM 본사와 일본 도요타市의 도요타 본사 역시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각 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반면,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브랜드 가치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GBC가 절박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건립을 추진 중인 GBC 내에 글로벌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업무시설과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도 포함시킴으로써 GBC를 업무와 문화, 생활, 체험,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 브랜드 제고는 물론, ‘완성차 생산 세계 5위, 수출 세계 3위의 자동차 강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방침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GBC 내 글로벌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업무시설로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규모의 타워를 세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하나로 모으는 동시에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서울시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 부여를 위해 초고층 타워를 세운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인 층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 대규모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시설, 자동차박물관, 전시장, 체험관을 포함한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과 대형 리테일을 포함한 쇼핑공간 등 각종 시설을 포함시켜 GBC를 명실상부한 국제적 업무•관광•문화 거점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계획대로 GBC가 건립되면, 이는 최근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전시•컨벤션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서울시 계획과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