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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다양화. 독일 브랜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모델들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차종으로 기존 라인업의 빈틈을 촘촘히 매워가고 있다. BMW가 그렇고 아우디, 벤츠가 그렇다. 좀 더 촘촘한 그물로 시장을 훑어낼 작정인 듯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포르쉐도 마칸을 국내 출시하면서 그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기존 SUV 모델인 카이엔 아랫급으로 마칸을 배치한 것. 마칸은 호랑이를 뜻하는 인도네시아어다. 엔트리급 모델에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포르쉐의 새끼 호랑이쯤 되겠다. 하필  왜 인도네시아어를 차용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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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에서는 컴팩트 SUV로 소개하지만 길이가 4681mm로 싼타페보다 9mm 짧은 정도다. 여기에 3.0 디젤과 가솔린, 3.6 가솔린 엔진이 올라간다. 한국 시장에선 컴팩트 하지 않은 구성이다.

너비가 1,923mm로 정면에서 보면 어깨가 딱 벌어진 모습이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럭비선수의 어깨처럼. 헤드램프를 라디에이터 위로 올려 높게 배치했다. 보닛을 열면 램프가 있는 곳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구멍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새롭다. 엔진룸에는 ‘ㅈ’형태로 롤케이지가 버티고 있다. 그 안에 V6 3.0 터보 디젤 엔진이 자리했다. 시승차는 마칸S 디젤. 8,240만 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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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카이엔을 빼다 박았다. 고급 가죽으로 뒤덮은 실내, 같은 컬러의 가죽시트, 비행기 조종공간처럼 빼곡히 들어찬 수많은 버튼들이 카이엔과 다름이 없다. 룸미러는 역 사다리꼴이다. 사이드미러는 작다. 하지만 시야 확보에는 아무 문제없다.
시트는 몸을 잘 받쳐준다. 럼버 서포트를 조절하면 몸을 꽉 조일수도 있고 느슨하게 받쳐주기도 한다. 취향에 맞춰 세팅하면 된다.

911은 말할 것 없고 SUV든 투어링카든 포르쉐가 만드는 모든 차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승차감, 효율을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포르쉐 뱃지를 단 모든 차종은 스포츠카임을 그들은 자랑한다. 그게 포르쉐의 피다.

마칸도 예외일 수 없다. 스티어링휠 회전수는 2.6. SUV라면 약간의 유격을 두고 3회전이거나 그 이상을 확보하는 게 정석이다. 유격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타이트한 핸들이 2.6회전하는 것은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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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사운드는 포르쉐치고 얌전한 편이다. 속도를 높여도 바람소리를 넘어서지 않는 정도. 일상 주행영역에선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물론 포르쉐의 피를 느끼기 위해 낮은 기어로 rpm을 올리면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살아난다. 운전자의 피를 뜨겁게 만드는 포르쉐의 DNA를 마칸도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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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0 터보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59.2kgm다. 최대토크는 1,750~2,500rpm 구간에서 고르게 터진다. 엔진은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에 맞물린다. 디젤엔진의 특성을 잘 살려 저속에서도 큰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에 머물며 새끈거리는 숨을 쉰다. 메이커가 밝히는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3초. 아우토반에 올려놓는다면 시속 230km까지도 밟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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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그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앞에 265/45R20, 뒤에는 295/40R20 사이즈의 타이어를 끼웠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크기다. 풀타임 사륜구동 방식으로 뒤쪽에 더 넓은 타이어를 적용했다.

가속페달을 킥다운 하면 빠르게 변속이 일어나면서 속도를 끌어올린다. 달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감동이 시작된다. 낮은 속도로 편안하게 움직일 땐 그저 그런 차들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달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흔들림 없는 차체는 노면에 좀 더 가깝게 가라앉는 기분을 주면서 고속주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계기판을 보지 않는다면 운전자는 실제 속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주행안정감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체감속도와 실제속도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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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 시스템과 노면에 밀착하는 타이어의 그립에 힘입어 착착 달라붙는 코너링은 스포츠카를 따라잡을 기세다. 핸들을 감아 돌리는 대로 따라 온다. 시승자의 기량이 차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한다. 위급상황이라면 조금 더 과감하게 조작해도 마칸은 받아줄 기세다.

거침없는 가속은 포르쉐라면 기본이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도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빠른 가속감이 전해져 온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가속감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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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멈추면 엔진도 따라 멈추는 오토 스톱&고 시스템은 브레이크의 홀드 모드와 호흡을 잘 맞춘다. 일단 엔진이 정지된 후에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다시 시동이 걸린다. 빠른 출발을 원할 때 잠깐 엇박자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부드럽고 빠른 가속을 맛볼 수 있다.

복합연비는 11.6km/L. 가솔린 엔진에 비해 확실히 우수한 연비다. 고성능 SUV임을 감안하면 역시 만족할만한 연비다. 하지만 연비에 집착하는 운전자라면 포르쉐는 피하는 게 낫다. 호쾌한 질주를 포기하면서까지 포르쉐를 사야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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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한글지원이 안 된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가요를 들으면 표시창에 한글은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깨진다. 어려운 영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위화감을 주는 부분이다. 내비게이션도 차의 가격에 비하면 수준이 낮다. 포르쉐가 이제 한국에 자회사를 세운만큼 좀 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