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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 김선홍, 다시 보는 한 장의 사진

1994.2.18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김우중 회장과 김선홍 회장. 자동차산업의 격동기를 거치며 몰락해버리고 말았지만 한때 한국자동차산업을 이끌었던 두 거목이었다.

두 김 회장이 나란히 서 있는 이곳은 힐튼호텔 아카디아 신차발표회장이다. 1994218일에 열린 신차발표회에는 유인촌 씨가 사회를 봤고 김종필 당시 민자당 대표를 비롯 정관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우중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김용옥 교수도 자리를 함께 했었다. 김우중 회장 뒤에서 고개를 길게 빼고 어딘가를 보는 이는 대우자판 사장을 역임한 박성학 사장이다. 햇병아리 기자였던 시절 찍은 사진이다. 

당시만 해도 신차발표회에 경쟁사 대표를 모시고 또, 흔쾌히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낭만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김우중 회장과 김선홍 회장은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이었지만 서로를 멀리하지는 않았다.

기아차 사태가 터진 직후 979월 두 사람은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에서 만나기도 했다. 김우중 회장이 기아차 전시장을 찾아 김선홍 회장과 만난 것. 김우중 회장은 기아차가 삼성으로 넘어가면 대우차가 위험할 수 있다. 기아차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현대차로 넘어갔고 대우그룹도 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말았다.

2005년에는 김선홍 회장이 김우중 회장을 찾아간다. 병문안이었다. 검찰 조사를 받던 김우중 회장이 심장혈관 수술을 받고 입원중인 세브란스병원으로 김선홍 회장이 찾아간 것. 쾌유를 비는 덕담과 자동차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을 회고하는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둘 사이에는 동병상련의 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기아 사태 이후 칩거 중인 김선홍 회장은 2004년 전후 평화자동차 고문으로 자동차 업계에 조용히 복귀하기도 했다. 통일교 산하로 북한에서 자동차사업을 하는 평화자동차에 자문을 하며 주 2, 3회 사무실에 나오기도 했지만 그 생활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김선홍 회장의 칩거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15년 만에 김우중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비망록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돼서다. 싱가포르 국립대 신장섭 교수가 김 전 회장과 가진 20여 차례의 인터뷰를 책으로 정리해낸 것. 정부가 대우그룹을 기획해체 시켰다는 게 요지다. 김 회장의 입장에서 본 대우그룹 해체 과정의 뒷얘기들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고 언론들은 앞 다퉈 전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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