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가 올 뉴 체로키 신차발표회에서 할인가격을 발표했다. 차를 처음 소개하는 신차발표회에서 정상 가격과 할인가격을 함께 공개하는 것은 보기 드믄 일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올 뉴 체로키를 출시하면서 할인가격을 제시했다.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차를 팔겠다는 것. 단 500대에 한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선착순 500명에게만 싸게 파니 서둘러 차를 사라는 의미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했고 초기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할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메이커가 정한 이 차의 국내 판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하여 올-뉴 체로키 론지튜드 2.4 AWD는 4,990만원, 올-뉴 체로키 론지튜드 2.0 AWD는 5,290만원, 올-뉴 체로키 리미티드 2.0 4WD는 5,640만원이다. 크라이슬러가 제시하는 할인가격은 체로키 론지튜드 2.4 AWD는 4,330만원, 론지튜드 2.0 AWD는 4,830만원, 리미티드 2.0 4WD는 5,280만원. 차액은 360만원부터 최대 660만원에 이른다. 6~13%를 할인하는 셈.

소비자가 갓 출시한 신차를 싸게 살 기회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피아트 500 사태가 떠올라서다. 2013년 한국시장에 론칭한 피아트 500은 2,990만원에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일 년 뒤 1,830만원으로 할인판매를 하면서 제 값을 주고 산 소비자들의 큰 원성을 샀다. 3,000만 원짜리 차를 1,000만원이나 할인해 판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컸다.

크라이슬러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할인에 나섰다는 점에서 피아트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1,000만원, 1/3이라는 가격폭, 신차발표회장에서 정상가와 함께 할인가격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정책은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예정된 500대를 다 팔고 나면 다시 가격을 올려야 맞겠지만 그렇게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고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코자 500대 물량을 더 준비해 할인판매를 이어가기로 한다면 애초의 정가는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허수일 뿐 가격의 의미는 사라진다. 판매가격을 좀 더 싸게 보이게 하려는 얕은 수일 뿐이다.

500대를 다 팔고 난 뒤 다시 원래 책정했던 가격을 받아도 문제다.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신차출시 한두 달 만에 가격을 인상하는 셈이 되는 것. 정상적인 신차 판매 방법은 아니다. 이 같은 조치로 지프 체로키 단 500대를 빨리 팔수는 있을지 몰라도 크라이슬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쌓을 수 없다. 언제 어떤 가격을 들고 나와 소비자들을 헛갈리게 할지 알 수 없다. 크라이슬러가 어떤 선택을 하던 소비자의 믿음을 얻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자동차의 가격은 판매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 요소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적의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고심한다. 그리고 한 모델에 하나의 가격을 결정하고 발표한다. 그런 면에서 크라이슬러의 이번 가격 결정은 애매했다. 자신감을 찾아보기 힘든 조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게 이 같은 이중 가격으로 드러난다.

피아트 500의 가격파동을 보며 회사 경영진이 한국시장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혹은 한국 시장을 너무 쉽게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 뉴 체로키의 이중 가격 사태는 그 지적이 여전히 유효함을 말해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 없이 살아남을 브랜드는 없다. 이탈리아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P1370722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