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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8 ‘항공모함과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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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최고의 차가 신형으로 교체됐다. A8이다. 가솔린과 디젤엔진, 그리고 4인승과 5인승 등 무려 10개의 A8 모델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최고급 모델에 이처럼 다양한 트림을 선보이는 아우디의 저력이 놀랍다.

A8은 플래그십, 말 그대로 아우디의 대표 모델이다. 아우디가 가진 모든 것을 담아낸 최고급 세단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의 결정체 A8을 만났다. 시승차는 A8 L 60 TFSI 콰트로 4인승이다. 60 이라는 숫자는 엔진의 성능을 말한다. 그 숫자가 높을수록 고성능이다. 시승차는 0-100km/h을 4.6초에 끊는 성능을 가졌다. 4.0 리터 V8 가솔린 트윈터보차저를 장착한 모델이다.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는 61.2kgm의 성능을 갖춘 고성능 모델이다.

길이 5,265mm, 너비 1,949mm, 휠베이스는 3m를 뛰어넘어 3,122mm로 충분한 크기다. 실내 공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이다. 폭은 필요 이상으로 넓은 감이 있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부담감은 넓은 차폭 때문이다. 좁은 길에서 핸들을 자신 있게 돌리기가 어렵다. 큰 옷을 입은 불편함과 비슷하다. 운전기사가 운전하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아가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겠다. 오너의 편안함이 먼저니까.

범퍼 중앙에 크게 입을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 좌우로 헤드램프가 자리했다. 아우디가 자랑하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다. 좌우 각 25개의 고광도 LED 램프로 구성된 헤드램프다. 빗금이 더해진 헤드램프는 지방이 고르게 낀 참치 뱃살을 닮았다. 조향방향에 맞춰 비추고 맞은편 차와 앞 차 등 8대까지 감지해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눈부심을 방지한다고 아우디는 설명했다.

키가 큰 북유럽의 미녀처럼 늘씬하게 빠진 측면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플래그십의 무게감은 크기에서도 드러난다. 측면 보디라인은 어떠한 과장이나 잔재주 없이 견고한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급 세단의 자존심을 읽는다.
뒷면과 측면이 만나는 부분은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 조금 더 부드럽게 처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비상등을 켜면 그냥 깜빡이는 게 아니라 빛이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며 시선을 잡는다. 주의를 집중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다. 20인치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의 위엄을 풍기는 당당한 모습이다. 피렐리 P ZERO 265 40R20 사이즈의 타이어다.

실내는 프리미엄의 극단을 보인다. 질 좋은 가죽과 고급 재질의 나무, 촉감마저 고급스러운 버튼들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핸들과 변속레버를 쥐는 느낌, 버튼을 누르는 촉감, 터치 패드를 조작하는 느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뒷좌석은 가장 중요한 자리다. 전동식 시트조절 장치를 갖췄고 다리를 꼬고 앉아도 좋은 공간에 몸을 받아주는 안락한 시트는 마사지 기능을 갖췄다. 시트마다 개별 모니터를 갖춰 지루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다만 급제동을 할 때 돌출된 사각 모니터에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실내에는 USB를 꽂을 데가 없다. 대신 220V 전기를 쓸 수 있는 가정용 전기 단자가 뒷좌석 센터터널 좌측에 있다. USB 포트도 하나쯤 있으면 좋을 텐데.

움직이기 시작하면 고급스러움이 훨씬 더 커진다. 흔들림 없는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온다. 낮은 속도는 물론 고속주행 상태에서 차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파도가 칠 때마다 흔들리는 작은 배와는 확실히 다른 항공모함의 움직임을 닮았다.

가솔린 직분사에 트윈터보가 결합된 TFSI 엔진은 공차중량 2,125kg에 달하는 차체를 가뿐히 끌고 달린다. 가벼운 소재인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어 경량화한 무게다. 강철 차체에 비해 40% 가량 가볍다는 게 아우디의 설명이다.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5,000rpm까지 고르게 터진다. 차가 움직이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뽑아낸다고 보면 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는 61.2kgm의 힘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1단 4.714에서 시작해 6단에서 1대1의 기어비를 보인다. 7, 8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아주 가끔 가속 순간에 ‘툭’치는 변속쇼크가 있었다.

메이커가 밝히는 제로백 가속 시간은 4.6초.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거뜬히 앞설 수 있는 막강한 성능이다. 바다를 순항하는 항공모함 같은 움직임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식간에 이륙을 앞둔 전투기처럼 자세를 바꾼다. 빠른 시간에 극한의 속도에 도달한다. 가속페달은 고속주행중에도 여유가 있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힘은 넘친다.

고속주행중에도 안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우디의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가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실제 주행속도보다 체감속도가 훨씬 낮은 게 이를 증명한다. 차는 빠르게 질주하지만 몸은 편안히 가라앉는다. 차가 달리는 실제 속도와 몸이 느끼는 체감속도의 대비는 속도가 빠를수록 더욱 극적으로 갈린다.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가속을 이어가면 rpm은 6,000을 터치하고 5,000까지 내려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시속 100km에서는 3단에서 최고 5,000rpm, 8단에서 최저 1,600rpm까지 내려온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이어가면 8개의 엔진 실린더중 4개만 작동한다. 아우디 가변형 실린더다.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코너링에서도 콰트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더 빠르고 안정감 있는 자체를 만들어낸다. 네바퀴굴림차의 강점이다.
콰트로의 안정감과 더불어 조용한 실내 역시 최고의 승차감을 빚어내는 중요한 포인트. 고속 주행 중에서도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다만 노면에 잔돌들이 깔려있는 길에서는 돌이 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된 엔진사운드는 듣는 즐거움을 준다. 자극적인 소리가 아니다. 소리가 차를 밀고가는 듯 귀에 감겨드는 사운드는 인상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달린다. 앞차가 멈추면 완전 정지까지도 해낸다. 사고발생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2차 사고를 막아주고, 차선이탈을 경고해주는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 등의 장비도 갖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데 갈림길에서만 HUD에 도로가 표시된다. 도로 표시가 없을 때에는 직진하면 된다.

뱅앤울룹슨 사운드시스템은 최고다. 소리를 키우면 음악의 감동이 훨씬 더 커진다. 그리 좋지 않은 음질의 MP3 파일이지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짱짱한 음질을 보인다. 소리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알루미늄 보디를 사용하고 순항할 땐 8개 실린더중 4개만 사용하고 수시로 엔진이 꺼지는 오토스톱을 적용하는 등 효율을 높이기는 했지만 4.0리터에 이르는 배기량, 2톤이 넘는 무게, 사륜구동시스템은 연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시승차의 복합연비는 8.6km/L, 고속도로 연비는 11.0km/L, 도심연비는 7.4km/L다. 5등급. 그러나 플래그십 프리미엄 세단이라면 연비의 중요성은 조금 떨어지게 마련이다.

시승차의 판매가격은 1억7,800만원. A8의 가격대는 1억2,670만원부터 2억5,310만원까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가 멈추면 시동도 함께 꺼지는 오토스톱 기능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시동이 꺼지면 핸들이 잠긴다. 핸들을 돌리면 시동이 켜진다. 오토스톱 기능은 브레이크 홀드 기능과도 부딪힌다. 브레이크를 꾹 밟아 홀드모드를 작동시키면 엔진이 꺼지는데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홀드 기능은 살아있는데 시동이 바로 걸려버린다. 엇박자다.
내비게이션의 엉뚱한 안내도 문제다. 가양대교를 타고 올림픽대로 잠실방면으로 가려면 다리 남쪽에서 올림픽대로 방향으로 우회전하자마자 유턴을 하면서 진입해야 한다. 유턴을 해야 하는 곳에서 내비게이션은 김포방향인 직진으로 안내했다. 물론 길 따라 직진하면 자연스럽게 유턴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지만 진짜로 직진하는 길이 따로 있는 곳이라 헛갈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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