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말 많은 연비, 차라리 단순화하자

연비 측정 방식은 왜 이렇게 복잡할까. 그렇게 복잡하게 측정된 연비는 믿을 수 있을까. 모두가 이해하고 신뢰할만한 연비를 구하는 건 불가능할까.

연비 문제로 시끄럽다. 제조사의 뻥연비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연비 검증기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7월 25일 주최한 자동차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공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은 이런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수입차 회사들은 같은 차를 두고도 연비 측정을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크라이슬러의 경우다. “석유관리원에서 2012년 사전인증 받은 연비와 2013년 사후 조사 연비가 13%나 차이가 났다는 것검증 기관마다 측정 결과가 다르다는 하소연도 나오다. 폭스바겐이다. “환경공단 연비 측정에서는 도심 연비 적합, 고속도로 연비 부적합으로 나왔는데 석유관리원 검증에선 도심연비 부적합, 고속도로 연비 적합으로 나왔다는 것. 전혀 상반된 결과를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검증기관은 반박한다. “연비 사전 검증은 제조사가 가져온 차를 측정한 것이고 사후 검증은 검증기관이 직접 차를 선정해 조사한 측정치여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검증기관간의 차이도 사실상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비 측정을 담당하는 4개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환경공단, 석유관리원,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는 KOLAS(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인증 획득을 통해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상관성 시험을 통해 각 기관별 검사 오차 범위가 사실상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하나 더 있다. 푸조 308의 경우다. 유럽에서 20.8km/L로 인증받은 푸조 308은 한국에서 14.6km/L로 연비 검증을 받았다. 무려 40% 이상 낮게 나왔다. ‘오차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폭이 너무 크다. 어느 한쪽은 거짓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도대체 연비측정은 어떻게 하는 걸까. 에너지관리공단은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 준비된 연비측정 대상 자동차를 시험실의 차대동력계에 위치시킨 후 예비주행을 실시하고, 시동을 끈 상태로 25℃의 항온항습실에서 12 ~ 36시간동안 보관합니다.
2. 본 시험을 위해서 보관된 차량을 시동을 걸지 않고 차대동력계 상에 위치한 뒤, 배기분석계 및 시료 채취관의 연결, 냉각팬을 설치 후 표시연비 주행모드에 따라 주행을 실시합니다. 표시연비측정에 사용되는 시내 주행모드는 도심지역의 주행특성을 시뮬레이션하여 작성된 것으로 총 주행거리 17.85km, 평균 주행속도 34.1km/h, 최고속도 91.2km/h, 정지횟수 23회로 총 시험시간 42.3분 동안 운전을 합니다.
3. 주행동안 자동차의 배기구에 연결된 시료채취관을 통하여 포집된 배기가스를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대상 차량의 연비를 계산합니다.
* 고속도로주행(HWFET) 모드는 총 주행거리 16.4km/h, 평균 주행속도 78.2km/h, 최고 속도 96.5km/h, 총 시험시간 765초의 조건에 맞춰 주행한 뒤 연비를 측정한다.

이처럼 연비측정 방식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정확한 연비값을 구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롭게 측정과정을 설계하고 공인된 기관의 비싼 장비를 동원하는 것이다. 실제 주행상황과 비슷한 연비를 구한다며 복잡하게 설계된 연비 측정방법은 하지만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같은 모델을 측정하는 데에도 12% 이상 오차가 발생한다면 신뢰할 수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측정 연비가 운전자들이 실제 운전상황에서 느끼는 연비와 차이가 크다는 점 역시 기존 연비 측정방식의 효용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까다롭고 복잡한 측정방식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연비측정과정에서 속도를 높이고, 줄이고, 정지하는 각 과정은 늘 오차가 생길 위험이 숨어 있다.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측정된 연비는 참고용이다. 모든 차가 같은 조건으로 측정된 결과인 만큼 객관적인 비교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관리공단의 얘기다. 즉 연비의 가치는 객관적 비교정보라는 것이다.

객관적 비교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굳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시속 60km로 30분을 달린 뒤 얻을 연비로도 얼마든지 비교는 가능하다. 특정 속도 영역에서만 좋은 연비가 나오는 것이 걱정 된다면 속도 영역을 몇 단계 추가하면 될 것이다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측정해도 객관적 비교정보는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 단순화할수록 더 정확한 연비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차종과의 차이도 드러난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스스로 연비측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발표된 연비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 쉽게 이를 증명할 수도 있다. 복잡한 방식으로 구한 연비를 일반 운전자가 재현할 수는 없지만 단순화한 연비는 누구나 비슷한 수준으로 재현 가능하다. 핵심은 누구나 이해하고 믿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증 가능한 방법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도 실주행연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운전자들의 주행환경, 방법, 패턴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42.3분동안 17.85km를 평균 주행속도 34.1km/h, 최고속도 91.2km/h로 달리며 정지횟수 23회를 만족시키며 달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속 60km 정속주행으로 30분을 달리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재현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