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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 숨 넘어갈 이름 ‘벤츠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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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긴 이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E 300 4매틱 아방가르드.  ‘부르다 (숨이 넘어가서) 내가 죽을 이름’이다.

알파벳과 숫자, 기호로 풀어내는 이름에는 조곤조곤 차를 설명해주는 의미들이 담겨있다. 하나하나의 단어들이 조합을 이뤄 눈앞에 있는 이 차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마치 공장에서 많은 부품들을 합쳐서 하나의 완성된 차를 만들어내듯.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공통점이다.

벤츠 E300 4매틱을 시승했다. E 클래스는 이전에 비해 훨씬 날렵해졌다. 앞으로 쏠리는 라인, 두 줄로 마무리한 그릴, 선을 살린 헤드램프, 차분한 뒷모습 등이 특징을 이룬다. 앞과 옆이 동적이고 공격적이라면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전한다. 조금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체를 완성하고 있다. 그릴 한운데 큼직하게 자리한 삼각별 마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벤츠다”

보닛은 거의 수직까지 열린다. ‘받들어 총’ 하는 듯 하늘을 향해 활짝 열린다. 엔진을 비롯한 다양한 장비들로 꽉 채워진 엔진룸을 정비하기에 좋다. 이 보닛은 액티브 보닛이다. 충돌할 때 보닛 뒤쪽이 약 50mm 올라와 보행자의 부상을 줄여주는 것. 벤츠의 설명에 따르면 시속 25~55km 속도에서 작동한다.

실내는 차분하다. 블랙 톤으로 정리해 심리적으로 차분한 안정감을 준다. 대시보드에는 짙은 콘의 나무소재를 배치했다. 원 3개로 정돈한 계기판, 많은 버튼들이 기능별로 배치된 센터페시아가 눈에 들어온다.
센터페시아 상단 화면을 통해서는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만날 수 있다. 시트는 여유 있게 몸을 지지해준다. 자세를 편하게 잡을 수 있다.

3 스포크 핸들에는 좌우로 버튼들이 정돈되어 있다. 2.8 회전하는 핸들은 반발력이 크지 않다. 가볍게 돌리면 된다. 가죽으로 감싼 핸들을 쥐면 애인의 손을 마주 잡는 느낌이다. 시야 는 막힘이 없다. 좌우의 사이드미러는 조금 작지만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준다. 특히 룸미러는 깨끗하고 넓게 뒤를 보여준다. 룸미러에는 하이패스 기능이 내장돼 있다. 한국 시장에만 적용되는 기능이라는 게 벤츠의 설명.

자연흡기 방식의 3.5 리터 V6 가솔린 직분사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를 물렸고 여기에 4륜구동 시스템을 추가한 조합이다. 최고출력 252마력이 6,500rpm에서 터진다. 최대토크는 3,500~4,500rpm구간에서 34.7kgm가 발휘된다.
가솔린 엔진이다. 어쩌다보니 디젤엔진이 대세인 시장인지라 가솔린 엔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조용하고 잔잔한 엔진 숨소리가 반갑다. 디젤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디젤엔진의 튼튼한 소리를 불편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3,000rpm 전후로 엔진을 쓰면 제법 큰 힘을 조용하게 쓸 수 있다. 엔진 사운드는 조용했다. 소리에 예민한 이들에겐 역시 디젤보다는 가솔린일 수 있겠다. 그렇다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데도 마냥 조용한 건 아니다. 가속을 깊게 하면 거친 숨소리가 살아난다. 렉서스나 에쿠스처럼 외부와 차단된 극단적인 조용함이 아니다. 차의 주행상태를 들어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엔진 소리는 살아있다.

rpm을 끌어올리면 7,000까지 치고 오른다. 거침없다. 스포츠카처럼 거친 모습을 보일 줄도 안다. 7,000 rpm에서 변속기가 시프트업을 하면 엔진회전수는 4,500까지 후퇴한 뒤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가속페달에 엔진은 즉각 반응하고 차체 역시 시차 없이 반응한다. 차와 하나가 된다. 소리가 먼저 달리고 차체가 뒤따르는 게 아니라 서로 사이좋게 함께 달린다.

벤츠가 자랑하는 7단 자동변속기는 시속 100km에서 분당 엔진회전수를 1,600으로 유지시킨다. 법이 허용하는 속도 안에서만 달린다면 큰 힘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1,600~2,000rpm 구간에서 필요한 법정속도를 완벽하게 커버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꿔도 rpm이 치솟지는 않는다. 차의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해질 뿐이다. 그 차이를 느끼려고 신경을 써야 알아 챌 수 있을 정도다. 무심코 운전하면 노멀모드와 스포츠모드의 차이를 알기 힘들다.

7단 변속기 기어비는 5단에서 1:1을 이루고 이후 6, 7단은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단을 물고 있고 100km까지 커버한다. 3단은 시속 150km까지다. 낮은 기어를 물고 힘 있게 달리는 느낌이 새롭다. 메이커가 발표한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6초. 가속력만 보면 이대로 서킷에 올라가도 되겠다.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스스로 점멸하고 안전띠가 몸을 강하게 잡아준다. 벤츠가 자랑하는 프리 세이프티 기능중 하나다. 급제동을 하거나 차가 흔들리는 등 이상 움직임이 있다면 열린 선루프를 닫고, 안전띠를 조이고, 에어백이 팽창을 대비해 시트위치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이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사고를 미리 대비해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차가 스스로 하는 것.

급제동을 할 때 본능적으로 조수석 탑승자를 손으로 잡아주는 운전자가 있다. 조수석에 탄 입장에서는 그런 운전자가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전띠가 아주 강하게 조여올 때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뼈가 으스러지도록 강한 포옹을 해본 적이 있다면 그 느낌이 아주 비슷함을 알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매번 감동을 준다. 그 누군가가 때로는 벤츠일 수도 있음을 이 차는 말해주고 있다.

4매틱, 즉 사륜구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탠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운전자가 사륜구동의 안정감, 편안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코너, 불규칙한 노면, 눈길, 빗길에서라면 확실한 차이를 느낀다. 뒷바퀴굴림차가 편안하고 잘 달리는 것 맞지만 그 구조적 한계로 한 겨울에는 만취한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할 수밖에 없다. 사륜구동은 이 같은 악조건에서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간다.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굳이 돈을 더 주고, 기름도 더 많이 먹는 사륜구동을 찾는 이유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멈춘다. 홀드 기능도 있어 브레이크를 꾹 밟은 뒤 발을 떼도 엔진시동은 꺼진 상태를 유지한다. 핸들을 이리 저리 돌려봐도 한 번 잠든 엔진은 꼼짝도 안한다. 깊은 바다 속 해녀처럼 숨을 참아내며 그저 조용할 뿐이다. 가속페달에 발을 갖다놓아야 비로소 숨비소리처럼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다시 시동이 걸린다.

수평은 물론 수직 주차까지 지원하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운전이 서툰 이들에겐 구세주가 따로 없다. 그만큼 요긴한 장비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가 이 장비에만 의존하면 운전이 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판매가격은 7,380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E 300 4매틱 아방가르드. 이 긴 이름에 담긴 의미 하나 하나를 모두 이해한다면 이 가격을 수긍할 수도 있겠다.  혹은 평생 입맛다시며 바라만 봐야하는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일 수도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연비를 신경 쓴다면 이 차는 답이 아니다. 복합연비 9.0km/L로 도심 8.2km/L, 고속도로 11.1km/L다. 연비가 최고 화두인 요즘, 5등급 연비는 안쓰럽다.
트렁크 천정은 여전히 맨 철판이 드러나 있다. 프리미엄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부분은 아무런 대책 없이 드러내 보이는 건 아쉽다. 이 비싼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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