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CT200h가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하이브리드의 명가 렉서스가 만드는 엔트리급 모델이다. 유럽산 디젤이 대세인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그 의지가 굳다. 렉서스 브랜드로 팔리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5개 차종에 이른다. IS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촘촘히 배치하고 있다. 디젤은 없다.
디젤로 수요가 쏠리는 시장에서 당장은 고전이다. 그럼에도 렉서스는 하이브리드에 공을 들인다. 모델 수를 늘리고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디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고집이 아니다. 신념이다. 하이브리드가 렉서스를 구원할 것인가.
CT200h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 기반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는 LS, GS, ES, RX와 달리 CT200h는 처음부터 하이브리모델로만 만들어졌다.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의미다.
컴팩트한 사이즈에 해치백 스타일. 작은 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렉서스의 패밀리룩으로 자리한 스핀들그릴은 훨씬 강한 첫 인상을 남긴다. 컴팩트한 사이즈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근원에는 스핀들그릴이 있다. 딱 벌어진 대형 그릴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신형 모델은 블랙 루프를 적용해 전체적으로 투 톤 이미지를 완성한다. 미국 일본에선 고급형인 F 스포츠에만 블랙 루프를 적용하지만 한국에서는 CT200h와 CT 200h F 스포츠 모두 블랙 루프를 적용했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공간의 제약이 크지만 유효공간은 좁지 않다. 센터 터널이 없어 뒷좌석은 바닥이 평평하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넓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F 스포츠 모델로 차 앞 휀더와 핸들에 뱃지를 붙였다. 렉서스의 수퍼카 LFA의 강한 서스펜션과 고성능 댐퍼를 적용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에 맞춘 모델이다.
센터 콘솔에 자리한 드라이빙모드 셀렉터로 4개의 모드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EV, 에코, 노멀, 스포츠모드다. EV 모드를 택하면 전기차로 변한다. 엔진 소리가 사라지고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는다. EV모드를 택해도 배터리 잔량이나 주행 속도 등 상황에 따라 EV모드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계기판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파워게이지 대신 rpm 게이지가 표시된다. 좀 더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면 연비와 효율이 최우선인 만큼 말랑하고 소프트할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이 차가 증명한다. 가속페달을 완전개방하면 스포츠카를 따라잡을 기세로 멋지게 달린다. 사뿐사뿐 힘을 아끼며 달리는 에코모드도 인상적이다. 완전히 전기차로 변하는 EV 모드에서는 엔진소리가 사라지고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는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돌변한다. 엔진소리도 우렁우렁 올라오고 예민한 반응이 살아난다. EV나 에코모드에서 느끼던 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각 모드에 따라 차의 반응이 극적으로 갈린다.
양산 받쳐 들고 수줍게 사뿐 사뿐 발걸음 옮기던 아낙네의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폭풍질주하는 슈퍼우먼의 발걸음으로 변한다. 같은 차에서 이 같은 변신을 끌어낸다는 게 놀랍다. EV모드에서 스포츠모드까지 4단계에 걸친 변신은 각 단계마다 특색 있는 재미를 이끌어낸다. 반전의 묘미가 극적이다.
스포츠모드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rpm은 0으로 뚝 떨어진다. 힘쓸 상황이 아니라면 아예 엔진을 재워버린다. 반발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운 핸들은 2.7 회전한다. 예민한 조향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가볍게 움직인다. 차를 움직일 때 가장 큰 무게감이 느껴지는 첫발 떼기도 무리가 없다. 공차중량 1,780kg으로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무게지만 엔진과 모터가 서로 보완하며 가뿐하게 움직인다. 1.8 리터 99마력 엣킨슨 엔진에 82마력의 전기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136마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변속기는 전자제어식 무단변속기, E-CVT를 올렸다.
무단변속기를 적용해 가속을 이어가는 중간에 변속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rpm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올라간다. 어떤 구간에서는 rpm이 올라가지 않고도 속도가 꾸준히 오른다. 스포츠모드에서 확인한 레드존은 5,500rpm.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터치 컨트롤은 7인치 디스플레이 창과 연동하며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F 스포츠 모델에는 17인치 타이어가 적용됐다. 미쉐린 타이어 215 45R17 사이즈다. 스페어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이 만든 125/70 R17 사이즈의 템퍼러리 타이어가 실렸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소리와 노면 소음이 실내로 들릴 때가 있다.
시속 100km 안팎의 일상주행 영역에서는 렉서스 최고의 덕목인 정숙함이 살아난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흡음재 등을 통해 소리를 잘 다스리고 있다. 이 차의 공기저항 계수는 0.29다. 5도어 해치백 스타일로서는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다. 차체 바닥을 손보고 스테빌라이징 핀 등을 적용해 만들어낸 수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지하철 전동차 느낌이 난다. 브레이크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는데서 오는 특유의 느낌이다. 자투리 에너지지만 그냥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소리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가 우측으로 살짝 쏠리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나타난다. 앞바퀴 굴림차에선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심한지 않아 운전에 불편함을 줄 정도는 아니다.
CT200h에는 모두 10개의 스피커가 적용됐다. 잔잔한 실내악에서 웅장한 스케일의 소리까지 잘 표현해 낸다. 스피커의 진동판은 합성수지 대신 대나무 섬유와 대나무 숯을 사용했다고 한다. 소리의 질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친환경차에 걸맞게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히터가 정상적으로 작동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기능인 PTC 히터 (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Heater), 실내 조명등 자동 점멸 기능 (20분) 등도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다. 8개의 에어백이 장착됐고 힐 스타트 어시스트가 있어 운전이 서툴러도 언덕길 정지 후 출발이 부드럽다.
복합연비는 18.1km/L. 재미있는 것은 도심구간 연비가 18.6km/L로 고속도로 연비 17.5km/L보다 우수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면서 연비가 더 좋게 나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1g/km로 탁월한 친환경성을 자랑한다.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차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CT200의 반전은 가격에서도 이어진다. 후진했다. CT200h F 스포츠는 신형이 나오면서 410만원이 내려 4,490만원으로 결정됐다. CT200h 슈프림은 210만원이 내려 3,980만원이다. “사실상 가격을 내렸다”는 일상적인 말장난에 익숙한 이들에게 “진짜로 가격이 내렸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하이브리드차를 사면 구입단계에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취득등록세와 도시철도 채권 구입액 등 등록단계에서의 혜택도 따로 받는다. 혼잡통행료는 안내도 된다. 수도권 공영주차장에서는 50%를 감면받고 지하철 환승주차장에서는 80%까지 할인받는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야 확보를 위해 고개를 돌리면 C 필러가 시선을 막는다. 답답하다.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서도 시야확보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에는 시야가 오히려 제한된다.
트렁크 바닥이 높다. 무릎 높이다. 트렁크 아래로 배터리를 배치해 높아졌다. 무거운 짐을 올릴 때에는 힘을 좀 더 써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