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이야기를 접하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우디 미담을 읽고 나서다. 미담은 이런 내용이다.

서울 신월동 시장에서 손자와 손수레를 끌고가던 할머니가 길가에 주차 중이던 아우디를 긁었다. 비싼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황급히 나타난 차주가 오히려 “주차를 잘못한 내 잘못”이라며 겸손하게 사과를 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아우디코리아가 해당 차량을 전액 무료로 수리해주겠다며 차주를 수소문하고 나섰다.

감동에 감동이 더해지는 내용이다. 차주의 공손한 대응과 차를 고쳐주겠다고 나선 아우디코리아의 대응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강퍅한 세상에 이런 감동을 느껴본 지가 언제던가.

그런데…….그 고급차 운전자가 만일 차를 고쳐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면 그 노파는 어찌됐을까. 아량이 없는, 혹은 법대로 따지는, 혹은 이참에 용돈 좀 벌어보겠다는 질 나쁜 운전자를 만났다면, 그 노파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혹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한 20년쯤된 구닥다리 차였다면 그 노파도 그렇게까지 마음 졸이지는 안았을 텐데 하필 비싼 차를 긁었으니 얼마나 심장이 쪼그라들었을까.

비슷한 경우는 종종 일어나고 인터넷에서도 화제를 몰고 다닌다. 모 그룹 회장님의 차를 ‘문 콕’한 사건도 있었고, 4억 가까이하는 최고급 스포츠카와 부딪힌 여성 운전자의 난감한 상황도 전해진다. 최고급 스포츠카와 추돌한 버스 사진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비슷한 사고들은 차고 넘친다.

1억 넘는 차는 이제 흔한 세상이다. 3-4억 원을 호가하는 차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잠깐 실수로 사고를 냈는데 수천만 원, 심하면 수억 원을 물어내야하는 상황에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공교롭게도 피해차가 자동차 보험이 커버하는 수준을 넘기는 비싼 차라면 가해자의 인생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대물 한도 1억 원에 가입했는데 4억 원짜리 차를 물어줘야 한다면 3억 원을 가해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개인이 부담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다. 개인, 더 나아가면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 수 있는 금액이다. 앞서 언급한 미담의 주인공 아우디 운전차처럼 ‘부자의 아량’을 가진 운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모든 운전자가 이를 감안해 대물한도를 4억으로 올려야 맞는 것일까. 비싼 차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차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자들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부담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비싼 차에 부담을 지우는 게 맞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일반적인 보험 적용범위를 넘어설 만큼 비싼 차는 수입차가 전부다. 수입차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체 비중이 얼마 되지도 않는 수억 원대 고가 수입차 때문에 수 천만 원짜리 차까지 단지 수입차라는 이유로 보험료가 오른다면 이 또한 합리적이라 보긴 힘들다.

그렇다고 복불복, 재수에 맡기고 달리기엔 고가 차량들이 많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나에게 혹은 누구에겐가 그런 일이 생길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보험의 적용 범위를 벗어나는 고가의 수입차들로 인해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느 부분까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서둘러 의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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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