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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가 SM5에 디젤 엔진을 얹었다. 디젤 투입으로 르노삼성의 중형 라인업은 훨씬 다양해졌다. 2.0 가솔린 엔진을 얹은 중형세단의 모범 SM5 플레티넘, 1.6 가솔린 엔진으로 고성능을 실현한 SM5 TEC에 이어 중형세단 최고수준의 효율을 보여주는 1.5 디젤까지. SM5 3총사로 르노삼성차는 이제 중형세단 시장에서 어지간한 소비의 스펙트럼을 다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중형세단의 모범을 보이는 디자인이다. 가장 볼륨이 큰 이 세그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난함이다. 튀는 디자인은 외면 받는다. 엔진룸, 캐빈, 트렁크 정확하게 3등분되는 보디는 옆에서 보면 롱 노즈 쇼트 데크 스타일이다. 라인도 부드럽다. 공격적인 직선보다는 부드러운 라인이 보디와 잘 어우러졌다. 일단 보기 편하다. 리어 램프가 측면을 파고든 모습은 무난함을 아주 살짝 벗어난 소심한 파격이다.

헤드램프는 부리부리한 눈망울을 가졌다. 그 아래로 LED 램프를 눈화장처럼 배치했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강렬함이 없다. 소형차나 스포츠카라면 모를까 중형세단이라면 강렬함을 피하고 거부감을 주지 않는 부드럽고 무난한 모습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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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소박하다. 내비게이션은 생략했고 스티어링휠에는 아무런 버튼이 없다. 기본에 충실한 인테리어다. 글로브 박스는 넓다.

엔진을 눈여겨봐야 한다. 디젤 심장은 르노에서 가져왔다. 푸조 시트로엥을 포함해 르노까지 프랑스 메이커들은 디젤에 강하다. 배기량이 1.5 리터에 불과한 디젤 엔진에 터보를 더했다. 소형이나 준중형급에 어울릴 엔진을 중형차에 올렸다. 다운사이징의 결과다. 단순히 배기량을 줄이는 게 아니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파워와 효율 등을 끌어올려 한 단계 위의 차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제대로 된 다운사이징이라는 게 르노삼성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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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1.5 dCi 엔진이다. 12년간 27개의 차종에 1000만 대에 장착된 바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잘 다듬어진 엔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게트락사의 DCT를 조합했다. 듀얼 클러치다. BMW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 메이커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두 개의 클러치를 이용해 빠른 변속으로 성능과 연비, 서로 상극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기술이다. 르노삼성차 박동훈 부사장은 이 차를 두고 ‘세그먼트 브레이커’라고 얘기했다. 작은 엔진을 얹은 중형세단으로 차급을 허무는 차라는 의미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성능과 승차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형식에 충실했다. 길이 4,885mm, 공차중량 1,475kg으로 110마력짜리 1.5 엔진에게는 버거울 수 있는 덩치다. 마력당 무게비가 13.4kg에 달한다. 숫자만으로 분석해보면 매우 무거울 수밖에 없는 차다.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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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운전하는 동안 차가 무겁다는 느낌은 없었다. 초반 움직임은 물론 고속주행에 이르기까지 무난한 움직임이다. 빠른 가속, 넘치는 힘이 주는 짜릿한 자극은 이 차와 거리가 멀다. 마니아들의 열광을 받을 차가 아니다.

일상주행 영역, 즉 출발해서 시속 110km 전후까지의 움직임은 흠을 찾기 어렵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제법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1,75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 24.5kgm의 힘이 기대 이상으로 차를 끌고 나간다. 110마력 빠듯한 힘이지만 부족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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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조금 더 높여 고속주행 영역에 들어서면 A 필러에서 바람소리가 조금씩 높아진다. 엔진 소리는 크지 않아서 속도를 높이면 바람소리에 묻혀버린다.

변속레버를 D에 넣고 가속을 이어가면 rpm은 4,200rpm을 터치하고 3,2000rpm으로 후퇴한 뒤 다시 올라간다. 수동모드에서는 rpm이 조금 더 올라 4,500rpm에서 변속이 일어나면서 3,500rpm으로 물러선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에 머문다. 실내는 조용하고 편안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며 거칠게 차를 다뤘다. 엔진 소리가 앞서 달리고 차체는 조금 뒤에 반응한다. 속도 경쟁을 하면 앞서기 힘들겠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조금 기다리면 탄력이 붙고 기대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달린다.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위급상황에서 차가 스스로 조치를 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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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60R 16 사이즈의 금호 솔루스 타이어를 신었다. 편평비가 높다. 강한 구동력보다 회전저항을 줄이며 부드러운 주행에 어울리는 타이어다. 광폭 타이어가 아니어서 연비에도 유리하다. 스페어타이어도 없다. 대신 응급처치용 키트가 준비됐다. 스페어타이어를 없앤 건 잘 한 일이다. 10분이면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에서 거북이처럼 스페어타이어를 차에 싣고 다니는 건 현명한 일은 아니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 바로 연비다. 복합연비 16.5km/L. 고속도로 연비는 18.7km/L, 도심연비도 15.1km/L에 달한다. 중형세단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연비다. 장거리 주행을 많이 하는 운전자라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연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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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 D는 재미없는 차다. 빠르게 달리고 멋지게 터닝하고 웅장한 배기음을 내는 ‘재미’는 없다. 펀 투 드라이브라는 면에서 이 차는 매력이 없다.

SM5 D는 재미있는 차다. 돈 덜 쓰는 재미다. 편안하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연료를 덜 쓰는 차다. 주유소를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실속이 있다. 실속파라면 이 차의 숨겨진 매력을 알아본다.

잠깐 연애할 땐 재미있어야 한다. 멋있고 잘 놀고, 섹시한 상대가 연애엔 제격이다. 평생 상대를 구한다면 재미보다 실속이 중요하다. SM5 D는 연애보다 결혼 상대로 제격이다.

SM5 D 2,580만원, SM5 D 스페셜 2,69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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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단단히 물려있던 기어가 깊은 가속을 하는 순간 ‘툭’하고 풀리는 듯한 반응이 나타난다. 꽉 짜인 긴장이 풀려버리는 느낌이다. 순간적인 반응을 보인 뒤 다시 긴장감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가속할 때마다 느껴지는 부분이어서 거슬린다. DCT의 부드럽고 빠른 변속 흐름이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