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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의 약진이 거침없다. 수입차 시장을 한바탕 휩쓴 디젤 바람이 국산 대형세단으로까지 번졌다. 현대차가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올렸다. 국산 대형세단의 금기가 깨진 셈이다. 그랜저 디젤은 수입차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현대차가 서둘러 출격시킨 현대차의 전략차종이다. 지난 5월 부산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그랜저 디젤을 인천 송도에서 만났다.

날렵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디자인이다. 대형 세단이지만 무게감보다는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몸에 잘 맞는 정장을 잘 차려입은 중년, 혹은 패셔너블한 여성과 잘 어울릴 디자인이다. ‘품격 있는 세련됨’ 으로 정리해 본다.

강한 아우라가 스며있는 얼굴이다. LED가 적용된 헤드램프와 드라이빙램프에서 비롯되는 분위기다.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확 눈에 뜨인다. 어두운 데에서 보면 더 도드라지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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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3회전하는 핸들은 가죽과 나무로 만들었다. 고급을 입히는 공식이다. 가볍다. 휙휙 돌아간다. 가녀린 여성이어도 가볍다는데 동의할 정도. 차가 달리기 시작해서 속도를 높여가면 핸들이 가볍다는 느낌은 사라진다.

촉감이 좋다. 운전석에 앉아 어디를 만져도 부드럽고 손끝에 밀착된다. 핸들과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많은 버튼들이 그랬다. 다만 핸들에 달린 버튼들은 역방향으로 만져보면 걸리는 부분이 있다. 블랙 메탈 소재는 시각적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낸다.
4,920mm의 길이는 충분하다. 실내공간뿐 아니라 트렁크도 여유가 있다. 넉넉한 공간은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준다. 앞바퀴 굴림이라 뒷좌석 바닥에 센터터널은 없다. 넓은 공간을 더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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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R 엔진을 올렸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토크를 가진 엔진이다. 이미 싼타페와 맥스크루즈를 통해 충분히 검증받은 엔진이다. 하지만 그랜저는 SUV가 아닌 대형 세단이다.

‘소음과 진동’을 디젤엔진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이제 아니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조용하고 떨림이 없는 차들이 제법 있다. 기술이 디젤을 잘 다듬어 온 결과다. 그랜저 디젤은 어떨까. 운전석에 앉자마자 엔진 괴롭히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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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다. 감탄사가 나올 만큼. “디젤 맞아?”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대형 세단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덕목중 하나가 정숙함이다. 이를 포기하면서 디젤엔진을 올리는 건 의미가 없다. 그랜저 디젤은 정숙했다. 가솔린 엔진인지 디젤 엔진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공회전에서도 그랬고 고속 주행 중에도 엔진 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조용히, 힘차게 움직였다.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 엔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극한적인 고속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바람소리가 엔진소리를 완전히 잡아먹어 버린다. 차체는 너끈히 그 속도를 받아냈다. 힘들여하는 기색은 아니다. 고속주행이 편안했다. 의외다. 정숙성과 고속주행성능, 기대 이상이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보인다. 큰 힘을 쓰지 않아도 일상 주행의 모든 영역을 커버해낸다는 의미다. 6단자동변속기가 디젤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

강한 토크는 중저속에서 빛난다. 속도를 끌어올리는 느낌이 낮은 속도에서부터 살아있다. 그랜저 가솔린이 가볍고 경쾌한 반응이라면 그랜저 디젤은 무게감 있는 힘찬 반응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rpm은 4,400까지 치고 오른 다음 변속과 함께 3,250정도로 후퇴한 뒤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가속은 힘 있고 변속은 부드럽다. 그랜저와 디젤의 만남은 환상궁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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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세단의 하드한 서스펜션에 비해 그랜저의 서스펜션은 조금 소프트한 편이다. 물론 차가 물렁거릴 정도는 아니다. 소프트한 승차감이다. 나쁘지 않다. 하드한 승차감이 그들의 특징이라면 나긋나긋한 그랜저의 승차감을 현대차의 특징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 스톱 앤 고시스템(ISG)은 적용하지 않았다. 엔진이 꺼졌다가 다시 시동걸릴 때의 소음과 진동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현대차 관계자가 설명했다. 수긍이 간다. 엔진이 멈추면서 실내를 뒤덮는 적막함, 그리고 다시 시동이 걸리면서 전해지는 소리와 진동. 매력 있는 특징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는 이를 싫어할 수도 있는 특징이다. 대형세단의 고객이라면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상태가 계속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더 많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의미도 있다. 향후 어느 순간 ISG를 적용해 효율을 좀 더 끌어올릴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없는 건 하나 더 있다. 스페어타이어가 없다. 트렁크에는 아무 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스페어타이어도, 펑크를 수리할 응급 키트도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응급키트는 제공된다”고 밝혔다. 스페어타이어를 없앤 것은 잘한 일이다. 전화 걸면 10분 안팎으로 긴급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운전자가 서툰 동작으로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펑크를 수리하려할 필요는 없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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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에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245/45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적용됐다. 송도 도심 서킷을 도는 동안 잠깐 잠깐 급가속과 급회전을 시도했는데 만족스러운 그립감을 보여줬다. 급가속을 하면 휠스핀이 잠깐 일어난 뒤 곧 그립을 회복하며 달려나갔다. 전자장비의 개입과 해제 시기도 적절해 보인다.

메이커가 발표한 복합연비는 14.0km/L. 에코 모드를 이용해 시속 100km로 30여 km를 달려본 결과 18km/L까지도 연비를 만들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무한질주와 제동을 반복하는 운전으로는 10km/L에 훨씬 못 미치는 연비를 기록했다.

그랜저 디젤 판매가격은 3,254만원 ~ 3,494만원. 수입 디젤 세단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야하는 게 그랜저 디젤의 소임이다. 직접 타본 뒤 결정하는 게 좋겠다. 그랜저에게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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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석 시트는 불편했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아무리 시트를 조절 해봐도 자세가 편안하게 나오지 않았다. 함께 시승한 동료 기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벤츠처럼 만들어진 시트조절 버튼은 도어 패널 앞부분에 자리해 불편하다. 시트를 뒤로 밀며 조절할 때 허리를 세워서 시트를 조절해야 한다. 시트에 허리와 어깨를 밀착시킨 채로 시트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옳다. 벤츠의 방식은 정답이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