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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F800 GS “두 바퀴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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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는 일상이다. 두 바퀴는 일탈이다. 두 바퀴로 일탈을 감행했다. 모터사이클이다.

두둥 거리는 떨림이 심장을 울린다. 묘한 긴장감이다.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매력 넘치는 상대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어찌할 수 없는 떨림,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오늘의 파트너는 뉴 F800 GS. BMW 모터라드가 자랑하는 미들급 엔듀로 모델이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 공략에도 딱 좋은 모델. 다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나중에 말하겠다.

바이크에 오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라이딩 기어를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 위아래 옷을 챙겨 입고 부츠 착용하고 헬멧 쓰고 난 후 마지막으로 글로브를 착용하면 땀이 흐른다. 몸은 갑옷을 입은 로봇이 된 것처럼 무겁다.

바이크에 얼른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복장을 다 착용했으면 빨리 교외로 빠져나가 달리는 게 살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쪄 죽는다. 도심의 라이딩은 고역이다. 가다 서다의 무한 반복. 신호등은 발길을 붙잡고 도로를 꽉 채운 차들은 갈 길을 막는다. 바이크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다.

서둘러 지옥을 벗어났다. 비로소 만나는 쭉 뻗은 한적한 도로는 바이크의 천국이다.

뉴 F 800 GS 어드벤처는 미들급 온·오프로드 엔듀로 모터사이클이다. 신형 모델이 나오면서 오프로드 성능이 좀 더 강화됐다. 798cc 수랭식 2기통 직렬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85마력과 최대토크 8.47kg·m의 힘을 발휘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팡팡 튀는, 조금 가벼운 듯한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배기량의 여유가 느껴지는 소리는 심장을 마사지한다. 중저음, 매력 넘치는 소리다. 하지만 엔진소리를 듣는 것은 거기까지다. 모터사이클이 움직이고, 달리기 시작하면 엔진 사운드는 내가 듣는 소리가 아니다. 남을 위한 소리다. 바이크가 달릴 때 내가 듣는 소리는 바람소리뿐이다.

스로틀 반응은 즉각적이다. 당기면 거칠게 튀어나간다. 거칠게, 때로 부드럽게 원하는 대로 바이크를 다루고 싶지만 가끔은 안 된다. 부드럽고 싶은데 거칠고, 거칠고 싶은데 부드럽다. 라이더는 서툴지만 바이크는 능숙하게 받아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호흡이 맞는다.

8,500rpm부터 레드존이다. 엔진 회전수를 끌어 올리면 2단으로 시속 80km까지도 커버한다. 같은 속도를 6단으로 한없이 부드럽게 달릴 수도 있다. 스로틀을 한껏 열면 무섭게 속도가 올라간다. 도로 끝의 한 점을 향해 내리꽂히는 느낌. 머리 속에 다른 상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바이크와 혼연일체된 드라이버는 무아지경으로 달린다. 바이크의 매력이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 강한 제동을 걸었다.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오른발을 통해 떨리는 느낌이 전해온다. ABS가 작동하는 것. ASC와 ESA 등 안전주행시스템이 함께 바이크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자동차의 주행모드 조절장치처럼 엔듀로 모드와 로드 모드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엔듀로 모드는 오프로드를 달릴 때 전자장치의 개입을 가급적 줄여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로드 모드에서는 각종 전자장비들이 정확하게 개입해 미끄러지거나 불안정한 흔들림을 최대한 방지해준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비에 젖은 바이크지만 시트를 마른 수건으로 한번 닦아내면 뽀송뽀송한 상태가 된다. 전천후다.

달리는 동안에는 아주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직진가속의 황홀경과 코너에서의 아슬아슬한 짜릿함은 인상적이다. 차고가 높아 오프로드에서도 쉽고 무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첫 코너는 속도를 많이 낮추고 뻣뻣하게 돌았다. 두 번째 코너는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그 다음 코너에서는 바이크를 조금 더 기울일 수 있었다. 라이더와 바이크가 서로 조금씩 호흡을 맞춰 적응하는 것이다.

연료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4만 2,000원을 주고 23리터를 급유했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달렸다. 충북 단양까지 왕복 4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동안 추가 급유는 필요 없었다.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100km 이상 더 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500km 이상 달리는 데 아무 문제없다는 것.

움직이는 동안, 무겁고 덩치 큰 바이크는 가볍고 부담 없이 다룰 수 있었다. 차의 무게도 높이도 움직이는 동안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경 쓸 일도 없다. 움직이는 동안엔 그랬다.

BMW 뉴 F 800 GS 어드벤처의 가격은 1,969만 원이다. 국산 준중형세단 한 대 가격.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은 아닌, 그래서 바이크가 로망인 사내라면 한 번 질러볼만한, 그런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높다. 그리고 무겁다. 부담스러울만큼. F 800 GS의 함정이다. 그래서 서있을 때, 대기 중일 때 불안하다. 시트 높이 890mm에 바이크 무게 220kg. 일반적인 한국남자 체형으로는 다루기 힘든 조건이다. 이 바이크를 타고 한 번쯤 넘어졌다면 거의 대부분 서있거나 정지했을 때다. 까치발로 바이크의 무게를 지탱하며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잠깐 호흡을 놓치고 힘을 빼면 여지없이 넘어지고 만다. 이 놈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 다리가 이렇게 짧은지 몰랐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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