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연비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불신이 심각하다고 시장조사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가 경고했다.
소비자는 체감연비가 공인연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며, 그 이면에는 자동차 회사가 연비를 과장하기 때문이라는 불신이 있다. 이런 불만과 불신은 고속도로 보다는 도심 연비와 더 큰 관련이 있다. 차급별로 체감률이 높은 모델로는 준중형급은 크루즈, 준대형은 그랜저가 도심 부문과 고속도로 부문 모두에서 차급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는 제 13차 자동차기획조사(2013년 7월 자료수집)에서 지난 1년간 새 차를 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묻고, 그 차의 공인 복합연비가 얼마인 것으로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들이 체감하는 연비와 갖고 있는 차의 공인연비(가장 많이 팔린 트림 기준)의 평균을 구하고, 그 비율(체감/공인)을 체감률로 했다. 그 결과 도심연비의 평균은 공인 12.0km, 체감 10.3km로 체감률이 공인연비의 85.7%에 그쳤다. 소비자의 판단에는 실제연비가 공인에 평균 14.3% 부족한 것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연비의 경우에는 공인 15.6km, 체감 13.9km, 체감률 88.8%로 도심에 비해서는 다소 나았지만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연비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공인 복합연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인 복합연비를 얼마로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평균 13.0km로 소유한 차의 공인 복합연비의 평균 13.4km의 97.1%에 해당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자기 차의 공인 복합연비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연비를 공인 복합연비(13.0km)와 비교하면 체감 도심연비(10.3km)는 이보다 2.7km 적었고, 체감 고속도로연비(13.9km)는 0.9km 많았다. 이 결과는 연비에 대한 불만이 체감 도심연비가 그들이 알고 있는 복합연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것임을 짐작케 한다.
자동차의 연비는 차량과 연료 타입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는 체감연비의 공인연비에 대한 비율인 체감률을 기준으로 삼고, 경쟁모델이 두개 이상 있는 각 차급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은 모델을 도심부문과 고속도로부문으로 나누어 선정했다. 체감연비가 더 적어도 공인연비에 비한 비율이 높으면 체감률 우수모델로 판단했다.
경차 중에서 도심연비의 체감률은 스파크가 88.7%로 앞섰고, 고속도로에서는 레이가 99.1%라는 좋은 성적으로 1위였다. 준중형에서는 크루즈가 도심 94.0%, 고속도로 89.8%로 두 부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형에서 도심 부문은 쏘나타 YF(91.0%), 고속도로 부문은 쏘나타 하이브리드(102.6%)가 1위를 차지해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도심에서 더 좋다는 상식과 다른 결과를 나았다. 실제 체감연비는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13.6km로 크게 앞섰으나 체감률이 83.7%로 낮았기 때문이다.
준대형에서는 그랜저가 도심 86.4%, 고속도로 84.8%로 양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디젤차들이 경쟁한 SUV차에서는 도심 부문은 투싼 iX(84.7%), 고속도로 부문은 싼타페 DM과 쏘렌토 R이 같은 체감률(85.3%)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의 연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국산차 연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체감연비가 공인연비에 비해 도심의 경우는 14%, 고속도로는 11% 모자란다는 느낌은 불만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그런 차이의 원인이 자동차회사가 연비를 과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질적인 연비 향상과 함께 불신해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입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질주를 손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