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디젤자동차가 환경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업계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

배경은 이렇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도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디젤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자해행위를 벌인 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란 기름을 많이 소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에게 부담금을 받고, 연비가 좋아 탄소배출이 적은 차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가솔린차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디젤차 쏠림 현상이 심해질 텐데, 디젤차는 환경과 건강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는 게 KAMA의 논리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막기 위해 이런 저런 핑계와 논리를 만들다보니 엉뚱하게 디젤차가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수입차에 디젤차들이 많아 의도적으로 디젤엔진차를 언급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바보짓이다. 국산차에도 디젤엔진차는 많다. KAMA 주장대로라면 그 많은 디젤차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자인해버린 셈이다. KAMA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무책임하다.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건강과 환경에 실제로 더 큰 위험을 주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환경단체 등에서 그런 주장을 펴지만 자동차 업계, 특히 디젤 엔진차를 만드는 업계에서는 ‘클린 디젤’을 앞세워 친환경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KAMA의 주장대로라면 저탄소협력금 제도와는 별도로 환경과 건강에 해를 끼지는 디젤엔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향후 환경단체등이 디젤엔진차의 문제점들을 들고 나올 때 KAMA는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해진다.

KAMA의 모순은 또 있다. 건의서에서 KAMA는 저탄소협력금제도가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로의 대체효과를 저감시킬 소지도 있음” 이라는 의견을 냈다. 정반대다. 저탄소협력금은 전기차 지원금과 연계되어 운용될 예정이다. 저탄소협력금을 통해 거둬들인 재원으로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구조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지원금을 대체하는 것이다.
즉 미래 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저탄소협력금 제도는 도입되어야 한다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KAMA의 건의를 받아들여 저탄소협력금제도를 포기한다면 전기차 보급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저탄소협력금제도를 막으려 한다면 좀 더 정확하고 세련된 논리를 펴야한다. 억지논리, 모순되는 주장으로는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스스로의 무능만 드러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저탄소협력금제도와 관련해 KAMA는 무능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20140503104512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