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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중형차 미만에서 시작한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그랜저와 K7 등 대형고급세단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징검다리, 하이브리드 모델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기아차 K7 하이브리드모델인 K700h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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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세타Ⅱ 2.4 가솔린 엔진과 35kW의 전기모터에 6단 변속기 조합이다. 제원표상의 최고출력은 159마력 최대토크는 21.0kgm다. 1,690kg의 만만치 않은 공차중량을 가졌음에도 이전보다 진화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16.0km/L의 연비를 만들어냈다. 대형세단의 연비로 믿기 힘든 수준의 연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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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버튼은 엔진을 깨우는 버튼이 아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에 전원을 넣는 개념. 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잠에서 깨지 않는다. 계기판이 반응하면서 달릴 준비를 마쳤음을 알릴뿐이다. 엔진은 시도때도 없이 틈만 나면 잠든다. 가다 서면 여지없이 잠들고, 달리는 중에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수시로 잠든다. 부지런한 모터와 잠꾸러기 엔진이 만난 셈이다.

가속페달을 가만히 밟으면 숨소리도 흘리지 않는 적막 속에 차가 움직인다. 목표를 향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자객의 조용한 발놀림이다. 전기로 구동하는 순간은 경험 할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다. 조용함은 이 차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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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모드에서는 35kW 전기모터가 차를 움직인다. 모터가 필요한 순간이 꼭 EV 모드만은 아니다. 힘찬 가속을 이어갈 때에도 모터는 엔진을 돕는다. 속도를 줄일 때에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도 전기모터다.

K700h는 3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파워, 에코, 노멀 모드다. 파워모드를 택하면 계기판이 먼저 변한다. rpm 게이지와 가속페달의 개방 비율이 함께 표시된다.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하이브리드카 답지 않은 강인한 주행 성능을 보인다. 예민하고 힘 있게 달린다. 가속 페달에 반응이 민감해 운전하는 맛이 절로 난다. 고속주행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대형 세단의 안락함,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돋보인다. 강력한 파워가 드러남은 물론이다. 킥다운 버튼은 느낄 수 없다. 가속페달이 아무런 저항 없이 밋밋하게 끝까지 밟힌다.

에코모드에서는 느슨해진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한 템포 쉬고 반응한다. 충청도 양반의 걸음걸이다. 급할 게 뭐냐는 느긋한 여유다. 에코모드와 노멀모드에선 계기판의 rpm 게이지가 아예 사라져버린다. 속도계만 신경 쓰라는 얘기다. 그래도 속도는 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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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3회전한다. 대형세단의 무난한 스티어링 특성이다. 핸들은 느낌이 매우 좋다. 적당히 굵은 스티어링 휠을 감싼 가죽의 질감이 수준급이다. 핸들 윗부분은 광택 나는 나무로 만들었다. 유턴을 할 때 핸들을 완전히 감았다 놓았을 때 살짝 미끄러지는 나무의 느낌이 좋다.
대체로 손이 즐겁다. 손에 쏙 들어오는 딱 좋은 사이즈의 변속레버 쥐는 손맛이 그랬고 대시보드에 널려있는 각종 버튼이 손끝에 와 닿는 느낌도 수준급이다. ‘고급’ 이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차의 앞뒤에 있는 4개의 카메라를 통해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앵글을 보여준다. 차의 사방을 다 볼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 차를 움직일 때 매우 효과적이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쪼개서 볼 수도 있다. 뒤쪽의 왼편, 혹은 오른편, 후방 전체 등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살필 수 있다. 이때 운전자의 시선 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운전자가 봐야할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만 보며 차를 움직여도 큰 문제는 없지만 ‘만사 불여튼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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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시트는 허벅지 끝부분까지 충분하게 몸을 커버해준다. 히팅은 물론 송풍기능까지 있다. 여름철 엉덩이에 땀나게 운전해본 사람은 송풍 시트의 고마움을 절감하게 된다. 뽀송뽀송한 엉덩이를 유지하는 쾌적함은 느껴본 사람이라면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뒷좌석 공간은 여유롭다. 센터터널도 거의 없어 바닥이 평평한 편이다. 공간이 더 효율적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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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다가서면 아무 조작이 없어도 스스로 반응한다. 그냥 키를 소지하고 다가섰을 뿐인데 도어 손잡이에 조명이 켜지고 접혔던 사이드미러가 정위치로 펴진다. 차가 주인을 영접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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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측방경보 시스템은 시트와 연동한다. 차 후방 두 개의 레이더로 사각지대 차량과 고속접근 차량을 감지해 차선변경 및 충돌사고를 예방해주는 기능이다. 후측방에 장애물이 있을 때 차선변경을 시도하면 시트의 왼쪽 혹은 오른쪽이 부르르 떤다. 장애물이 있으니 조심하라, 혹은 차선변경을 중지하라는 메시지다. 사이드미러에 빨간 등이 표시돼 시각적으로도 경고를 전한다. 운전자가 잠시 시야를 놓쳤다해도 차가 판단해 경고를 주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다. 의외로 쓸모가 있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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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주행안정장치(VSM)은 불안정한 주행상황시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속도감응형전동식 파워스티어링 휠(MDPS)을 통합제어하여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킨다. 차의 속도가 아주 빠르지 않다면 초보운전자도 차를 컨트롤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반응한다.

한국타이어의 옵티모 H426 225/55R17 사이즈다. 회전저항 3등급, 젖은 노면 제동력 3등급인 타이어다.

친환경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는 130만원 범위 내에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감면받는다. 3,583만원인 K7 700h는 세금혜택을 받아 3,440만원, 3,738만원인 K7 700h 프레스티지 역시 개소세와 교육세를 감면받아 3,595만원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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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조금 좁아졌다.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실내에서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부분의 틈새는 너무 벌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어지만 손가락을 넣어보면 틈새가 꽤 넓다. 조금 더 신경써서 야무지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