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비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선을 위협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90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한국자동차산업(완성차 5사 기준) 매출이 4,200억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환율이 10월 떨어질 때 한국자동차산업 전체 매출은 4,200억원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 환율 변동에 따라 현지 판매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아 자동차 수출이 줄고 매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1월 평균 1,064.75원이었던 환율은 5월 1,021.5원(5/8)까지 급락하며 40원 이상 하락했다. 연말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1조 6,000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완성차 수출대수가 309만대로 전년 317만대보다 이 2.7% 줄었음에도 완성차 수출액은 486억5천만달러로 전년(472억달러)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평균 수출가격이 5.7% 오르는 등 해외시장에서 완성차 메이커들이 제값받기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도 해외로의 공급확대 등으로 수출액이 5.7% 늘어나며 사상 최초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환율 환경이 악화되며 완성차는 물론 부품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 및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신차 및 미래 신기술에 대한 지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마케팅 비용 등이 감소하면서 자동차 판매도 하락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것.

원화강세에 반해 엔저기조가 확대되는 점도 한국차산업에는 위기 요인이다. 일본차들의 경쟁력이 더 커지기 때문.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저 장기화를 활용해 수출가격을 인하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면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메이커들은 이미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육박했던 지난해 닛산은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다. 토요타도 엔저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모델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닛산은 올해 4월까지 미국 판매가 45만8,900대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13% 늘었다. 토요타의 판매량 역시 도 같은 기간 72만대로 2.1% 늘었다.

원화강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소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