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내일이 보낸 전령, BMW 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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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있어왔던 자동차가 아니다. 자동차의 심장이라는 엔진을 없애버렸고 쇠 대신 가볍고 더 강한 탄소섬유로 보디를 만들었다. 기름대신 전기를 먹는다. 이번 시승은 BMW i3다.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미리 보여주는 미래의 전령이다.

전기차다. 기존 자동차 보디에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 집어넣어 만든 게 아니다. 개발할 때부터 전기차로 만들 작정을 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만든 전기차다. 그래서 ‘i’라는 별도 브랜드도 만들었다. 기존의 BMW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는 BMW의 자세는 이처럼 진지하다. 개발 효율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기존에 있는 내연기관용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만드는 자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황에 끌려가지 않고 상황을 리드하는 모습. 그래서 새로운 시대를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BMW의 자세다. 또한 i3가 중요한 이유다.

가볍다. i3 차체는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정확하게는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이다. 나머지 부분도 대부분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공차 중량 1,300kg. 환상적인 보디다. 가볍지만 안전하다. 시속 64km/h의 정면충돌에도 객실 승객의 안전을 보장한다.

전기차의 핵,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깔았다.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 차에 동력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임무 이외에 차의 무게 균형을 잡아 안정감을 확보해주는 역할까지 배터리가 하는 셈이다.

길이 3,999mm, 너비 1,775mm, 높이 1,578mm로 정면에서 보면 세로가 조금 긴 비례로 살짝 껑충한 느낌을 준다. 시트 포지션은 적당히 높아 도어를 열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세단보다 높고 SUV보다는 낮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시트다.
마차의 도어처럼 앞뒷문이 마주보며 열리는 코치도어다. B 필러를 없애 훨씬 넓은 실내를 연출했다. 후륜구동이지만 실내 바닥을 가로지르는 센터터널도 없다.

시동 스위치는 핸들 우측 아래 자리한 기어레버 뭉치에 함께 있다. 시동이 아니다. 그냥 전원 스위치가 맞다. 스위치를 On으로 하면 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핸들은 2.6회전한다. 차체의 반응은 훨씬 더 적극적이다. 핸들을 돌리는데 맞춰 춤을 추듯 즉각적으로 빠르게 반응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도로 위에서 i3는 생기가 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파워를 갖췄다. 정지상태에서 60km/h까지 3.7초, 100km/h까지는 7.2초가 걸린다는 게 메이커의 설명이다.

조용하다. 엔진이 사라지면서 오는 변화는 많다. 소음과 진동에서의 해방이 가장 크다. 우렁찬 엔진 소리를 ‘i’ 에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대신 묵묵히 할 바를 다하는 전기 모터의 조용함을 만난다. 타이어의 노면 마찰음, 그리고 차체가 공기를 가르는 바람소리 정도가 i3에서 만나게 되는 소리의 전부다.
전기차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많은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트는 전동식이 아니다. 수동이다. 전기를 아껴야 하는 게, 그래서 1m라도 더 달리는 게 전기차의 미덕이다. 더운 날씨였지만 에어컨 켜기도 망설여질 정도다. 간간이 에어컨을 끄며 달렸다. 한겨울이라면 히터를 켜야 한다. 전기를 열로 바꿔야 하는 것. 전기차의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계절이 된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70 시리즈의 얇은 타이어와 맞물려 탱탱 거리는 반동을 전한다. 노면과 접촉면이 좁은 얇은 타이어를 택한 것 역시 전기를 덜 쓰기위한 조치다. 브리지스톤 155/70R19 사이즈의 타이어다.

빠르다. 전기차의 가속감은 스포츠카 뺨친다. 거침없는 질주에 저절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정도. 변속기도 없어 쇼크 없이 속도가 치솟는다. 시속 150km를 쉽게 넘긴다. 질풍노도, 거침이 없다.

조금 높은 차체와 얇은 타이어로 고속에서는 불안해지는 면이 있다. 시속 130km를 넘기면 바람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차체의 흔들림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안정감이 흐트러지는 느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린다. 가속과 제동을 페달 하나로 제어한다는 ‘싱글 페달 컨셉트’다.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지 않아도 될 정도다. 심지어 내리막길에서도 가속페달을 어느 정도 밟고 있어야 한다. 꽤 심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멈춰 설 정도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첫 느낌이 낯설다. 물 위에서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이랄까. 밀리는 느낌이 든다. 조금 강하게 밟는다는 느낌으로 조작하면 자연스럽고 정확한 제동 느낌이 온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프로, 에코프로 플러스 3가지다. 다이내믹 모드는 없다. 에코프로 플러스는 냉난방을 사용하지 않고 최고속도가 90km/h로 제한된다.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처음 차에 올랐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125km로 표기됐다. 주행모드에 따라 주행가능거리는 조금씩 다르다. 컴포드모드에서 97km일 때, 에코프로 100km, 에코 프로 플러스 110km로 나타난다. 메이커 설명에 따르면 BMW i3는 완전 충전 상태에서 최고 132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BMW i3는 완속 충전으로 100% 충전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된다. 한 시간을 충전하면 약 50km 주행할 수 있다. 타입 1 콤보 방식의 급속충전을 사용하면, 80% 충전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220V 가정용 전압을 사용하는 비상용 충전기로는 완충까지 8~10을 기다려야 한다.

국내에는 고급형 BMW i3 솔(SOL)과 최고급형 비스(VIS) 두 모델이 투입된다. 하반기에 기본형인 룩스(LUX)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i3 룩스(LUX)가 5,800만원, 솔(SOL)이 6,400만원 그리고 i3 비스(VIS)는 6,900만원(VAT 포함)이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최대 1,500만 원 정도다. 그만큼 싸게 i3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 보증수리 기간은 8면 10만km.

오종훈의 단도직입

배터리 잔량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운전해야 하는 입장은 늘 불안하다. 130km가 충분히 먼 거리지만 계산은 복잡하다. 목적지에 충전장치가 없다면 되돌아오는 거리 절반을 뚝 떼어놓아야 한다. 오가며 길이 막힐 것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편도 50km 정도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거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달려보면 130km가 꽤 긴 거리임을 알게 된다. 처음 접하는 차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i3를 만나게 되는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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