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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X60 하이브리드 “곱다, 크다,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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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았다. 폭발하는 힘은 아니지만 2톤을 훌쩍 넘은 차체를 힘차게 끌고 달렸다. 여유 있는 공간에 하이브리드의 효율, 그리고 인피니티의 피를 가진 차, QX60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인피니티가 지난 4월 초에 출시한 그 차다.

7인승 SUV로 2.5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조합한 모델이다. 새로운 이름 체계에 따라 QX60으로 명명된 이 차는 JX의 자리를 이어받는 모델이다. EX는 50, JX는 60, FX는 70, QX는 80이 됐다. 그 앞에 붙는 QX는 크로스 오버 즉 SUV 모델이라는 의미다.

인피니티 특유의 라인이 곳곳에 살아있다. 더블 아치그릴, 서로 비슷한 형태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곡선이 살아있는 인테리어 등. C 필러의 라인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실내에서 보이는 도어 손잡이의 라인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참 곱다. 컬러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블루라 부르는 컬러다. 하늘처럼 밝은 컬러가 바다처럼 깊다. 그리고 은은하다.

크다. 운전석에 앉으면 그 크기가 증폭된다. 오른 팔을 쭉 뻗어도 조수석 도어패널에 손이 닿기 힘들 정도다. 차의 앞뒤를 가늠하기 힘들어 좁은 길, 코너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탑승객에게는 3열 승객조차 여유를 느낄 만큼 넉넉한 공간이지만 운전자는 마치 버스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부담스러운 크기다. 길이 4,990mm, 너비 1,960mm, 높이 1,745mm다.

룸미러를 보면 중국의 장가계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헤드레스트가 마치 하늘로 치솟은 산처럼 룸미러에 걸리며 시야를 제한한다. 3열에 사람이 타지 않을 때에는 헤드레스트를 접어둘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엔진에 전기 모터를 조합했다. 닛산 알티마에 적용되는 그 엔진이다. 엔진은 233마력, 모터는 20마력으로 전체 출력은 253마력에 이른다. 여기에 무단변속기를 물렸다. QX60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감 덕분이다. 변속쇼크를 느끼기 힘들다.

넓은 공간에 치밀하게 마무리된 인테리어가 주는 고급스러움은 수준급이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고급스러움은 더욱 빛을 발한다. 조용함, 적당한 수준으로 귀를 자극하는 엔진 사운드, 잘 제어되는 차체의 흔들림 등등이 그런 고급스러움을 만드는 요소들이다.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움에 전자제어식 엔진 마운트,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이 어우러져 진동과 소음을 줄인 결과다.

폭발적인 파워는 아니지만 속도계는 빠르게 올라가고, 그럴수록 고속주행안정성은 빛을 발한다. 원래 QX60은 앞바퀴굴림이 기본이나 국내에 수입 판매되는 모델은 네바퀴굴림 방식을 적용한 고급형이다.
브리지스톤이 만든 235/55R20 사이즈의 타이어는 노면을 잘 붙들고 다닌다. 코너에서도 크게 소리 지르지 않고 잘 버텨준다.

변속레버는 손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다. 덩치 큰 차체에 비하면 너무 작지만 조작하기엔 오히려 좋다. 손에 쥐는 느낌이 좋고 짧은 기어레버로 수동변속하는 손맛도 최고다.

핸들은 3.4 회전했다. 세바퀴를 돌고도 한참을 더 돈다. 5m의 길이에 2m에 육박하는 너비를 가진 차체는 예민하게 다루기보다 조금 여유를 두고 핸들링하는 게 낫다. 시속 100km에 맞추면 1,500rpm에 얌전하게 머문다.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같은 속도에서 1,750rpm으로 올라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을 조금 더 높게 쓰고, 높아진 rpm이 떨어지는 법도 거의 없다. 예민하고 힘이 세진다.

인피니티의 DNA를 꼽으라면 ‘성능’이다. 성능을 포기하면 인피니티가 아니다. 그런 인피니티에게 효율을 중시해야 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인피니티의 결론은 “그래도 성능”이다.

쭉쭉 뻗어가는 가속감은 스포츠세단 버금갈 정도다. 고속주행안정감도 우수했다. 빠른 속도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크지 않은 것. 역시 인피니티다.
대신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겠다.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구간이 거의 없다. 하이브리드차라면 차가 멈출 때 엔진 시동이 함께 꺼지는 아이들 스톱도 없다. 가속시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고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에너지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정도가 하이브리드시스템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전부다.

복합연비는 10.8km/L다. 도심에서 10.1km/h, 고속도로에서 11.6km/h다.

덩치 큰 차의 가장 큰 걱정은 주차. 하지만 4.2인치 풀 컬러 모니터를 통해 차의 사방을 모두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으로 주차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차를 제어할 수 있다. 7,750만원을 주면 이 차, QX60 하이브리드를 살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 방에 허무는 곳, 지붕 끝 선이다. 손가락이 드나들고 재질의 단면이 거칠게 드러난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무척 높아서 더 아쉬운 부분이다.
차에서 내릴 때 발을 내디디면 도어 아랫부분에 발이 걸릴 때가 많다. 도어가 커서 그렇지만 발 끝부분에 뭔가 걸리는 게 있어 더 신경 쓰인다. 2열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좋은데 시트를 움직이게 해주는 바닥 홈이 드러나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 홈 안에 먼지와 쓰레기가 모이게 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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