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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뜬 심봉사가 이랬을까. 운전석에 앉는 순간 전후좌우, 심지어 머리 위로 까지 탁 트인, 그야말로 눈이 시원해지는 청량감을 느낀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다. 탁 트인 개방감은 감동이다.

다른 어떤 자동차, 심지어 컨버터블보다도 쾌청한 시야를 제공한다. 적당히 높은 시트, 머리 위까지 이어지는 프런트 윈드실드, 넒은 파노라믹 글래스. 시원한 좌우의 차창.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두 갈래로 얇게 갈린 A 필러 뿐, 사방이 트였다, 탁.

그저 그런, 고만고만한 차들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이처럼 분명한 특징을 임팩트 있게 드러내는 차는 드물다. 차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문을 열어 직접 운전석에 앉는 순간 보이는 탁 트인 시야는 그야말로 최고다. 자질구레한 설명이 없어도 눈이 먼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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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의 한국 파트너 한불모터스가 그랜드 C4 피카소를 들여왔다. 아시아에서는 첫출시다. 국내 수입차 시장 유일의 7인승 디젤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DS 라인업 구축을 마치고 이제 C라인업 도입에 나선 것이다.

5월에는 기아차 카니발 출시가 예정돼 있다. 얼마 전에는 혼다 오딧세이가 신형 모델을 내놨다. 미니밴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는 셈이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PSA 그룹의 최첨단 경량 플랫폼인 EMP2를 적용했다. 이전 세대와 길이는 같지만 휠베이스는 2,840mm로 11cm 가량 늘렸고 이에따라 실내 공간도 한결 여유가 있다. 7명이 다 타도 부족하지 않을 공간을 확보했다. 이 공간은 화물을 실을 때에도 빛을 발한다. 3열은 원터치 수납형 좌석으로, 시트를 접으면 수납공간으로 바뀐다. 3열을 접고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기면 트렁크 공간은 700리터를 넘는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843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다. 1열 좌석까지 접으면 2,750mm짜리 긴 물건도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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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한 디자인은 간결하다. 헤드램프와 그릴, 리어램프 등이 간결함 속에서 분명한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측면에서 보면 5조각으로 차창이 쪼개져 있다. 핸들 너머엔 이쑤시개처럼 얇은 변속레버만 자리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자리에 있어야할 계기판은 센터페시아 상단으로 옮겨 갔다. 덕분에 모든 탑승객이 주행정보를 볼 수 있다. 안주인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운전하는 수밖에 없겠다. 1열 시트가 재미있다. 다리를 곧게 펼 수 있는 풋레스트가 적용됐다. 헤드레스트는 손으로 끝부분을 구부려 각도를 맞출 수 있다. 마사지 기능도 있다. ‘라운지 팩’이다. 조수석에 앉을 안주인이 잔소리가 많다면 라운지팩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편안히 마사지 받으면서 주무시는게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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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열 좌석들은 각각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150mm까지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시트를 뒤로 젖혀 허리 각도도 조절 가능하다. 1열 좌석 뒤로 접이식 선반을 달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많은 사람을 태우는 미니밴이어서 날카로운 조향감보다는 무난한 승차감과 이에 어울리는 핸들링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은 아주 예민했다. 시속 8km/h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차가 멈추기도 전에 시동이 자동으로 꺼진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기가 무섭게 0.4초 내에 주행을 시작한다. 잠깐 섰다, 다시 조금 더 가서 서도 엔진은 게으름을 피우는 법이 없다. 설 때마다 어김없이 시동이 꺼진다. 시동이 꺼지고 다시 켜지고 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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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cc 디젤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해 4,000rpm에서 최대출력 150마력, 2,000rpm에서 최대토크 37.8kgm의 힘을 만든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움직임에 부족하지 않는 파워였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까지 차는 평온함을 유지한다. 편안했고 조용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 전후로 더 없이 편안한 상태. 시속 150km 까지는 크게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더 속도를 높이면 실내를 덮고 있던 편안함이 조금씩 흐트러진다. 바람소리는 점차 커졌고 흔들림도 속도에 비례해서 커졌다. 7인승 미니밴이 그렇게 빨리 달릴 일도 그럴 필요도 없다. 편안한 이동이 가장 큰 덕목인 차다. 그런 면에서 C4 피카소는 존재 이유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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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연비는 14.0km/L, CO2 배출량은 140g/km이다.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시스템을 탑재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줄였다고 시트로엥은 밝혔다. 미립자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 시스템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205/55R 17 사이즈의 미쉐린타이어는 공차중량 1,685kg의 차체를 잘 받쳐줬다. 중저속은 물론, 150km/h 전후의 고속에서도 단단한 그립감을 보였다. 코너에서도 적당히 눌려지는 서스펜션과 어울려 차체를 잘 지지해줬다. 어지간해서는 타이어 소음을 듣기 힘들었다. 스페어타이어는 없었다.

 

국내 시장에는 C4 피카소의 7인승인 그랜드 C4 피카소가 먼저 들어오고, 연내 5인승 C4 피카소도 출시될 예정이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4,290만원인 인텐시브와 4,690만원인 인텐시브 플러스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심코 기어레버를 조작하다가 와이퍼를 잘못 조작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후진기어를 넣는다고 기어레버를 위로 올린다는 게 와이퍼 조작레버를 건드린 것.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오조작 가능성까지 고려한 세심한 배치가 필요하다. 뒷도어는 닫히는 느낌은 헐겁다. 도어가 꽉 물려 닫히는 느낌이 아니다. 닫힐 때의 소리와 느낌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면 C4 피카소의 완성도가 훨씬 더 좋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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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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