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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5 네오. 르노삼성차가 최근 시판에 나선 신형 모델이다. 2007년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됐던 르노삼성차의 QM5가 실제 판매를 시작한 건 그해 연말이었다. QM5는 SUV 디자인에 기반한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출시와 함께 단박에 주목을 끌었다. 비싼 가격에 대한 저항도 없지는 않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에 대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가 전해준 시승차는 공장에서 출고한 QM5 네오 위에 지붕용 텐트를 추가로 장착한 모델. 이른바 애프터마켓 튜닝 모델인 셈이다. 시승을 핑계 삼아 QM5를 따고 캠핑을 떠났다. 사륜구동으로 최고급 모델인 RE 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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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고생이라 했다. 고생은 때로 즐거움이 된다. 고생을 즐긴다. 대표적인 게 오토캠핑이다. 차 타고 떠난 어디에선가 불편한 하룻밤을 지내는 것. 꼭 하룻밤일 필요는 없으나 이틀, 혹은 삼일이 되면 즐길만한 고생이 아닌 진짜 고생이 될 터. 그냥 하루면 딱 좋다.

도시에서 멀수록 캠핑은 제대로다.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이 보일 정도라면 충분히 멀다. 캠핑엔 SUV라는 공식이 등장하는 이유다. 충분히 멀리 가기 위해선 튼튼하고 강한 차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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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5는 르노삼성차가 자랑하는 SUV다. 이 회사가 만든 첫 SUV다. 현대기아차가 장악하고 있는 SUV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는 QM5다. 2007년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첫 탄생을 알렸다. 유럽에서는 르노 꼴레오스로 팔리는 차가 바로 QM5다. 따지고 보면 QM5는 우리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는 유럽 시장에 뿌리를 둔 차다.

지난 1월 새로 소개된 QM5의 이름은 ‘QM5 네오’. 르노삼성의 태풍 엠블럼만 빼면 르노 클레오스와 똑같은 디자인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서 달라진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처음 데뷔할 때의 모습과 비교해도 그렇다. 프론트 범퍼 및 라디에이터 디자인이 변경됐다. 타이어 사이즈는 225/55R 18. 컨티넨탈 UHP 타이어다. 르노삼성이 강조하는 것은 ‘프리미엄 SUV’다. 작지만 고급이라는 것. QM5의 탄생 때 부터 계속되어온 수식어다.

다른 차에서 만나기 힘든 QM5만의 특징은 클램셀 테일게이트다. 조개처럼 위 아래로 나뉘어 열리는 리어 게이트는 짐을 싣을 때도 좋고 게이트를 열어 걸터앉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리어 게이트에 걸터앉아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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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5에 적용된 유러피언 디젤 2.0dCi 엔진은 173마력으로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143마력)보다도 출력이 높다. 터보를 올려 출력을 보강한 덕분이다. 2,000rpm에서 터지는 최대 토크는 36.7kgm로 중저속에서 강한 가속감을 보이는 비결이다.

디젤인지 알아채기 쉽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잔잔한 숨소리가 편안하다. 거슬리지 않는다. 시속 100km 전후로 편안하게 달리면 나른해진다. 적당히 지친 몸이 편안한 차에 실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움직임이 안정됐다.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도 탁 트였다. 덩치도 크지 않다. 운전하면서 느끼게 되는 QM5의 3가지 매력 포인트다. 이 3박자가 어우러져 부담 없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해진다. 설탕 커피 프림이 잘 어우러진 달달한 3박자 커피닮은 차다.

핸들은 2.8 회전한다. 예민한 핸들링을 위한 세팅인데 이는 SUV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정확하게는 오프로드용 SUV가 아니라는 말이다. 큰 조향비, 넉넉한 유격은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SUV가 갖춰야할 덕목이다. 온로드를 지향하는 도심형 SUV는 깔끔한 핸들링을 추구한다. 타이트하고 유격 없는 핸들이 민첩하고 깔끔한 움직임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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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5 네오의 연비는 2.0 디젤 2WD가 13.2km/L, 2.0 디젤 4WD가 12.8km/L다. 모두 3등급에 해당한다. 판매가격은 디젤 모델이 2,670만원부터 3,300만원까지, 가솔린 모델은 2,270만원부터 2,710만원이다.

문제는 오토캠핑용 텐트를 시승차 지붕에 이고 있다는 것. 시속 100km를 넘겨 빠르게 달리면 바람소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지붕에 올린 텐스 케이스가 바람의 저항을 부르는 것. 속도가 높아지면 공기저항과 이로 인한 바람소리가 커져 온전히 달릴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지붕에 짐을 싣고 달리는 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공기저항이 급격이 증가하고 차의 무게중심이 높아져 안정감도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서 뭔가를 싣는다면, 빨리 달리는 건 포기하는 게 좋다. 시끄럽고 불안하고 기름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달팽이가 느린 건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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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차 지붕 위에 짐을 올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메이커가 만든 그대로를 타고 즐기는 게 좋다. 있는 그대로, 만든 그대로가 좋다. 이것저것 만들어 붙이고, 꾸민 차들은 화장 진한 여자 같아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카로 꾸민 QM5 네오는 즐겁고 편안했고 재미있었다. SUV는 그래야 한다. 지붕에 집을 얹어 설렘이 더해졌다. 길 떠나는 설렘이다. 아무데서나 차를 세워 지붕에 오르면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짜릿함은 그 길이 멀든 가깝든 개의치 않는다.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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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시트는 여전히 어색하다. 높고 좁다. 제동할 때, 가속할 때 몸이 흔들린다. 시트포지션을 낮췄으면 좋겠다는 지적은 QM5가 처음 출시할 때 부터 있었다. 하지만 고칠 생각을 안 한다. 르노삼성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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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