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디젤 시승행사_정지컷3_버건디 레드_측면

말리부는 미국 서부의 풍광 좋은 해변이다. 태평양을 품고 이어지는 말리부 해변은 미국인들이 동경하는 휴양지다. 또한 말리부는 GM의 중형세단이기도 하다. 미국 중산층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그 세단이다. 1964년 태어난 말리부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미국 중형세단의 상징적 존재. 한국에 쏘나타, 미국에 말리부라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지엠이 막 출시한 말리부 디젤을 타고 홍천을 출발해 한계령을 지나 말리부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하는 동해안을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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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디자인은 단정한 모습이다. 과장이 없다. 듀얼 포트 그릴과 그 가운데 자리한 엠블럼, 꼬리를 치켜올린 헤드램프가 프런트 마스크를 이룬다. 사이드 뷰 역시 단정하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 세단의 정형을 보여준다. 두터운 C 필러는 보기에도 든든하다.
듀얼 테일램프는 바로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에서 가져왔다. 두 개의 사각형을 배치한 이 모습은 다시 계기판에서도 만나게 된다.

시트에 맡긴 몸은 편하다. 엉덩이는 밀착되고 허리와 어깨도 편하다. 꽉 조이지 않지만 지지해야할 포인트는 제대로 잡아주는 시트다. 센터페시아에는 숨겨진 공간, 시크릿 큐브다. 내비게이션 모니터 안쪽에 숨겨진 공간을 만들어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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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센터터널이 가운데 솟아있어 불편했다. 앞바퀴굴림 차임을 감안하면 센터터널을 없앨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부드러운 엔진 소리가 들린다. 부드러운 디젤이다. 엔진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굵은 음색이 디젤 엔진임을 드러내고 있지만 크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소리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이 엔진은 독일제다. 지엠의 자회사 오펠이 공급하는 엔진.
직렬 4기통 2.0 터보 디젤 엔진으로 최고 출력 156마력의 힘을 내고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35.8kg.m의 최대 토크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순간적으로 파워를 더하는 오버 부스트 기능이 더해졌다.
말리부 디젤 엔진을 뒷받침하는 변속기는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다. 시속 100km에서 rpm이 1,600 전후로 안정될 만큼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잘 컨트롤하는 변속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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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속 구간에서 느껴지는 딱 좋은 정도의 힘은 속도를 높일수록 점점 강해진다. 시속 80~100km 전후 속도에서 잔잔한 바람소리와 디젤 엔진 소리가 적당히 섞여 편안한 실내를 만든다. 아주 조용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이동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편안함이다.
한계령을 지나는 와인딩로드는 차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좌우로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와인딩코스를 말리부는 힘든 기색 없이 잘 움직였다. 금호타이어 솔루스 225/55R17 사이즈의 타이어가 장착됐다. 스티어링 휠은 2.8 회전한다. 중형세단이지만 조금 예민한 핸들을 만든 셈이다.

고개를 넘은 뒤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말리부 디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드러났다. 쭉 뻗은 길을 달리는데 거침이 없다. 극한적인 고속주행에 도전해도 너끈하게 받아낸다. 놀라운 것은 고속주행 안정감. 앞바퀴굴림이어서 앞뒤 무게 배분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매우 안정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고속에서 흔들림도 크지 않았고 바람소리도 속도에 비해선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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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며 가속을 하면 4,250rpm에서 변속이 일어나고 3,250rpm까지 떨어진 뒤 다시 rpm이 상승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을 하면 5,000rpm까지 터치하고 변속이 일어난다. 수동 모드로 가속을 하면 1단에서 50, 2단 80, 3단 120km/h를 각각 터치한다.

말리부 디젤은 단순 명쾌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택할 수 없다. 그냥 달리면 된다. 고기를 어느 정도로 익혀줄까, 에피타이저는 뭘로할래 음료는 또 어떤 것을 택할래 이것저것 물어보고 선택해야하는 양식당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주는대로 먹는 국밥집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선택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오히려 속 편하다. 깊게 밟으면 다이내믹 모드고 살살 밟으면 에코모드다. 따로 버튼 같은 건 없다. 가속페달은 바닥까지 걸림, 즉 킥다운 버튼이 없이 그냥 끝까지 밟힌다.

변속레버는 일자형이다. D 아래에 있는 M 레인지에서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수동변속을 하게 되면 rpm이 높아져도 자동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가 변속 버튼을 조작해야 시프트업을 할 수 있다. rpm을 높게 사용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달리고 싶은 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방식이다. rpm을 한껏 올려 달리고 싶은데 스르르 변속이 일어나며 rpm이 뚝 떨어져 버리는 일이 이 차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의 의지를 존중하고, 운전자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충직한 차다.

시승-03

말리부 디젤의 연비는 복합연비 13.3km/L, 고속주행연비 15.7km/L, 도심주행연비 11.9km/L다. 말리부 디젤의 판매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은 LS디럭스가 2,703만원, LT디럭스는 2,920 만원이다.

말리부 디젤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중형세단 시장에서도 제법 괜찮은 디젤 모델을 고를 수 있게 돼서다. 쏘나타가 곧 등장하지만 디젤 모델은 아직 예정에 없다. 시장의 빈자리를 잘 차지한 셈이다.

말리부 디젤 시승행사_주행컷1_화이트_정측면1

오종훈의 단도직입
수동변속하기가 불편하다. 변속레버가 너무 뒤로 배치된데다 엄지손가락으로 변속버튼을 누르기도 어색하다. 자세가 편하게 나오지 않는다. 패들시프트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마련되지 않았다. 멋지게 수동변속하고 싶은 마음인데 수동변속할 때의 자세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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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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