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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가 모델명을 Q와 QX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기존의 G 세단은 Q50, M은 Q70, G 쿠페/컨버터블은 Q60, EX는 QX50, JX는 QX60, FX는 QX70, QX는 QX80으로 모델명이 변경된다. 본사를 홍콩으로 이전한 뒤 네이밍 방식까지 변경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2014년 인피니티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신차는 Q50이다. 2.2 디젤 엔진 모델과 3.5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 두 종류를 선보였다. 모델 라인업상 QX50은 G37의 후속 모델로 포지셔닝한다. 하지만 G37은 당분간 단종되지 않고 계속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드믄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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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일신을 노리는 인피니티의 두 번째 전략은 엔진에 있다. 벤츠가 공급하는 엔진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 Q50에 적용된 2.2 디젤 엔진은 벤츠가 만든 제품이다. 이름을 바꾸고 벤츠 엔진으로 심장까지 교체한 Q50을 시승했다. 시승모델은 디젤 엔진을 얹은 Q50 2.2d.

이름을 바꾼 인피니티지만 디자인 요소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실루엣, 라디에이터 그릴, 부드러운 라인 등을 보면 인피니티가 만든 차임을 알 수 있다. 곡선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동양사상인 ‘선(禪)’에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동양의 신비감을 전해주려는 게 인피니티의 의도다. 부드럽고 유려한 라인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에도 한 몫 한다. Q50의 공기저항 계수(Cd)는 0.26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길이 4,790mm로 크다고 할 수 없는 사이즈지만 휠베이스는 2,850mm를 확보해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 공간과 안정감 있는 비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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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편안하게 받쳐준다. 꽉 조이지도, 느슨하지도 않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안전띠가 순간적으로 꽉 조이며 몸을 시트에 밀착 시킨다. 급제동을 하거나 코너링 등에서 차가 불안정한 자세를 보일 때다. 안전띠가 몸을 조일 때 운전자는 보호받는 느낌을 받는다. 이 차를 나를 지켜주겠구나 하는 느낌, 바로 신뢰감이다.

가죽으로 만든 핸들은 적당히 좋은 굵기여서 그립갑이 좋다. 핸들에는 여러 가지 버튼들이 마련돼 있어서 핸들을 쥔 채로 조작할 수 있다. 손이 핸들을 떠날 일이 많지 않아서 좋다. 운전석 공간에 여러 기능을 가진 버튼들이 잘 정돈돼 있다.
센터페시아는 인상적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 아래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표시창이 하나 더 있어서 원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운전자가 어떻게 차를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행모드 버튼도 있다. 스노, 스탠더드, 스포츠, 퍼스널 등의 모드가 있다. 운전자의 취향, 도로조건 등에 따라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다. 그 차이가 확연하지 않지만 달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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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드라이브 셀렉터를 통해 변속기도 따로 세팅할 수 있다. 표준, 눈길, 스포츠 모드 중 하나로 세팅해 달릴 수 있다. 스포츠모드에서는 가속응답성이 최우선이다. 표준에서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가속응답성을 보여준다.

핸들링 특성도 조절할 수 있다. 무겁게, 가볍게, 혹은 표준 중에서 고르면 된다. 2.8회전하는 핸들은 약간 민감하게 세팅됐다. 성능을 중시하는 인피니티의 속성상 당연한 조향비다.

엔진 변속기 핸들링, 코너링 등을 운전자가 다양하게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차의 장점이다. 이런 부분들이 차를 좀 더 재미있게 혹은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전자가 좀 더 쾌적하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차를 컨트롤할 수 있게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운전을 즐기는 이들에겐 너무 즐거운 일이다. 운전하는 즐거움. 적어도 인피니티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덕목 아닌가.

인피니티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을 비롯해 다양한 안전 기술도 탑재하고 있다.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은 바로 앞 차량은 물론 그 앞 차량까지 상대적인 속도와 거리를 감지하고 계산하는 기술로, 운전자의 인지를 높여 사고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차량이 차선 내 중앙으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돕는 ‘액티브 레인 컨트롤(Active Lane Control)’, ‘차선이탈방지 시스템(Lane Departure Prevention)’ 등 첨단 안전 기술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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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2.2 디젤엔진은 앞서 언급했듯이 벤츠가 공급한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그 영향이 인피니티에까지 미친 것이다. 2,143cc 디젤엔진으로 170마력에 40.8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7단 자동변속기가 궁합을 맞춘다. 벤츠가 사용하는 220CDI 엔진과 기본적으로 같은 구성이다.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달린다. 앞차와 가까워지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공간이 생기면 정해진 속도까지 가속한다. 좌우측 사각지대에 다른 차가 있을 때 방향지시등을 켜면 경고음이 울리고 시트가 함께 떨린다. 조심하라는 경고다.
이 같은 장치들은 운전을 돕는 편한 존재다. 운전자가 놓치는 부분을 차가 알아서 커버해준다. 하지만 운전자가 이를 믿고 방심하면 안 된다. 이 같은 편의장치나 안전장치가 안전을 완전하게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보조할 뿐이다.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핸즈프리 통화가 가능하고 핸드폰의 오디오도 차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도 있어 목소리로 작동시킬 수 있다. 한글도 알아듣는다. “명령을 말씀하시거나 선택하십시오” 라는 안내 후에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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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레인지, 시속 100km에서 rpm은 1750이다. 수동변속을 통해 7단을 택하면 1,500rpm까지 떨어진다. 대단히 안정적인 반응이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은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부드럽고 약하게 걸린다.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누르면 바로 달려가겠다는 긍정의 의미로 읽힌다. “안돼요”가 아니라 “돼요”라고 속삭인다. “안돼요 돼요 돼요”가 아니다. 처음부터 OK다. 마음에 든다.
부드러운 가속이 이어진다. 빠른 고속주행 구간에서 차의 안정성은 우수했다. 몸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 운전자가 잔뜩 긴장하고 어깨와 손에 힘이 들어갈만한 고속 구간에서도 몸이 긴장하지 않는다. 고속주행 안정감이 우수하다는 말이다. 속도의 증가에 따라 바람소리는 따라서 커진다. 속도만큼의 바람소리다. 몸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실제속도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차체가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가속을 이어가면 5,000rpm까지 올라간 뒤 변속이 이뤄지고 rpm은 3,500까지 후퇴한 뒤 다시 급상승을 이어간다. 2단에서부터 가속을 하면 시속 80, 120, 160km에서 변속이 감지된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진다. 조용하다고 할 수 없는 디젤 엔진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요한 적막이 실내를 뒤덮는다. 정지 상태에서 핸들을 돌리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 한 방울의 기름도 아껴주는 장치다. 복합연비는 15.1km/L. 시내 주행에서 13.2km/L, 고속도로에서 18.3km/L의 연비를 보인다. 성능을 놓치지 않았고 연비는 잡았다. 바로 디젤엔진의 효과다.

던롭타이어가 만든 245/40R19 사이즈의 타이어는 런플랫타이어다. 주행중 펑크가 나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후륜구동방식과 그립력 좋은 타이어가 조합을 이루는 Q50의 직진가속은 압권이다. 뒤를 누르면서 안정감 있게 쭉 밀고 나가는 느낌이 환상이다. 코너에서도 밀리지 않고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순간적으로 기울어지는 차체를 지탱하며 밀고 나간다. 구동력이 살아있다. 빠른 코너에서도 타이어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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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다이내믹, 달리는 즐거움. 이 같은 요소는 인피니티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피니티라는 이름이 무한대를 의미하고 무한질주 연상케하는 만큼 그냥 얌전한 자동차는 인피니티의 뱃지를 달 수 없다. 그런 면에서 Q50은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피니티 뱃지를 착용할 자격을 충분히 갖춘 차라 할 수 있다. 인피니티의 DNA가 여전히 살아 펄떡이는 차다. 쭉 뻗어나갈 때의 가속성, 예민한 핸들링, 안정된 고속주행 등이 주는 달리는 즐거움은 한 수 위다. 다이내믹 세단을 추구하는 인피니티의 피는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Q50이 증명하고 있다.

하나 더 있다. 가격이다. 더 뉴 인피니티 Q50의 가격은 2.2d 프리미엄 모델 4,350 만원과 익스클루시브 모델 4,890만원이다. 프리미엄 모델 동급 사양의 유럽가격이 5,0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라고 인피니티는 강조한다.

변화를 시도할 때에는 어떤 부분을 지켜내고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할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자칫 오랜 세월을 두고 쌓아온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네이밍 체계를 완전히 흔들어 새로 짠 인피니티가 처음 내놓은 Q50은 그런 면에서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잘 추려낸 것 같다. 인피니티의 감성, 오리지널리티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름과 외형은 크게 변한 듯 보이나 그 안에 숨겨진 내면, 즉 다이내믹한 인피니티의 감성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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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시동을 거는 순간 확실하게 디젤 엔진임을 드러내는 소리가 아쉽다. 다이내믹한 느낌을 강조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큰 소리는 부담스럽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허점이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벤츠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랬다면 역시 무리다. 엔진 소리는 좀 더 조용한게 낫겠다. 공회전시 엔진 진동이 변속레버로 전해지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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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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