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력강판과 자동차의 전자기기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고장력강판을 사용하면 전자기기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동차 보디 설계를 담당했던 엔지니어 출신인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고장력 강판 사용이 전자기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어 안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이 6일 말리부 디젤 신차발표회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호샤 사장은 “고장력 강판을 100% 사용한다고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적인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뒤 고장력 강판이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차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고장력강판이 어떻게 전자기기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호샤 사장은 고장력강판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합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충격을 받아 찌그러져야할 곳이 있고 충격에 최대한 버티며 승객을 보호해야할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균형을 이뤄야 안전한 차가 되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100% 고장력강판을 사용한다고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타당하고 일리 있는 얘기다.

문제는 고장력강판을 전자기기의 작동과 연계시킨 발언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면 전자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의 제품홍보 담당자는 “전자기기들이 워낙 예민하게 작동하는 장치들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고장력 강판이 전자기기 작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호샤 사장의 이번 발언은 현대차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이 말리부 디젤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4일 현대차는 쏘나타를 언론에 사전공개하면서 초고장력강판 채택을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현대차는 기자들 앞에서 신형 쏘나타 충돌테스트를 직접 해 보이면서 쏘나타의 안전성을 입증해 보였다. 이보다 앞서 제네시스를 발표할 때에도 초고장력 강판 사용이 주요 화제였다. 초고장력 강판 확대적용이 요즘 현대차의 추세인데 호샤 사장은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며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섰다.

“고장력 강판 사용이 전자기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어 안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발언은 오해를 부를 위험이 크다. 고장력 강판이 전자기기의 오작동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전해들은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호샤 사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때는 보디 설계를 담당했던 엔지니어였다고 한국지엠 관계자는 전했다. 고장력강판 사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잘못된 얘기를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고장력 강판 사용이 전자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작동의 우려가 정말 있는지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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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이 6일, 말리부 디젤 신차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