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아직 미래의 자동차일 뿐이라고 하는 지금, 제주도에서 전기차는 빠르게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전기차가 안착하고 있는 곳이 제주도다. 천혜의 환경, 소비자, 당국의 지원, 밀집된 인프라 등에 힘입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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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전기차의 성지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SM3 ZE.

섬 한 바퀴를 도는데 180km, 횡단도로는 40여km의 도로조건은 전기차가 운행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전기차의 항속거리와 비슷한 도로 환경이기 때문이다. 더 멀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전기차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시장, 즉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제주도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37만대. 연간 신규등록대수는 3만대 내외다. 그만큼의 시장이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37만대의 자동차 모두를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자동차로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의욕적으로 이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16년 안에 37만대의 전기차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목표의 70% 정도만 달성한다해도 26만대 규모로 연간 1만5,000대 가량을 기대할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창출되는 셈이다.
2013년 12월말 기준으로 제주도에는 360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다.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146대를 비롯해 민간부문에 160대, 렌터카 28대,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위해 투입된 26대 등이다.

충전기는 497개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 급속충전기 48개, 완속충전기 449개가 있다. 전기차 1대당 1.2대의 충전기가 보급되어 있는 셈.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어서 밀집도도 높다. 제주도내 어디서나 10분 거리에 충전기가 있다고 보면 된다.
제한된 공간, 구매력 있는 소비자, 밀집된 인프라 등 전기차가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제주도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주식회사 제주전기차서비스의 존재다.

제주전기차서비스는 포스코ITC, 대경엔지니어링, 중앙제어, 메가베스, PM그로우 등 5개사가 컨소시엄으로 구성한 회사다. 이 회사는 전기차 보유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충전기 관리를 통한 충전 서비스, EV 인프라 운영센터, 렌털 서비스, 멤머쉽 서비스 등을 통해 아무 불편 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돕는다.

운행 중인 자동차의 배터리를 모니터해 필요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를 안내하고, 충전소의 전력 관리, 충전기 관리, 각종 요금 과금과 정산, 배터리 교환시설 관리, 실시간 교통정보, 실시간 전력정보, 긴급구난서비스 등을 이 회사가 담당한다.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전기차와 소비자, 이를 둘러싼 환경을 두루 꿰고 있는 전기차 토털서비스 사업인 셈이다.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역할을 제주전기차서비스가 한다고 보면 된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제주뿐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을 둘러본 해외 전기차 관계자들이 합작사업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전기차 보급대수가 아직은 부족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미흡하다.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도 있고 보험 등 관련업계의 준비 부족도 문제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제주도가 전기차에 관한한 가장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충전기

제주전기차서비스의 관제센터에서 제주시내 전기차 충전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제주=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