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도도한 그녀, 벤츠 CLA 200 CDI

IMG_1458

“벤츠는 고급차”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 말에 동의하느냐와 상관없이 벤츠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그런 면에서 벤츠를 대표하는 차종은 S 클래스다. 고급 브랜드의 고민은 작은 차를 만들 때 커진다. S 클래스에 맞춰진 소비자의 기대수준과 어느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올해 처음 선보인 차는 CLA를 탔다.

정면 모습은 강하다. 헤드램프와 간결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힘이 들어가 있다. 반면 측면과 뒷면은 소형차다운 부드러움이 묻어 있다. 보디 측면의 곡선과 유선형 리어램프가 인상적이다. 정면의 강인함과 후측면의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이다. 미적 감각이 살아있는 모습. 쿠페라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잘 빠진 보디 스타일은 그러나 실용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뒷좌석 공간이 여기 해당한다.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가 지붕에 거의 닿는다. 앞바퀴굴림 방식임에도 뒷좌석 바닥에 센터터널이 솟아 있어 공간을 더욱 좁게 만든다.

운전석에 앉으면 수많은 버튼들을 만나게 된다. 좌측 도어패널부터 우측 도어패널까지 손이 닿는 곳 마다 수많은 버튼들이 있다. 많은 버튼이 주는 시각적 부담감은 피할 수 없다.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틈새는 메이커가 어느 수준에서 타협했는지를 알아챌 수 있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중요한 곳이 아니지만 손으로 전해지는 틈새의 넓이와 촉감을 통해 메이커의 자세를 직감할 수 있다. CLA는 합격점이다. 야무지게 마무리했음을 손끝이 알아챈다. 틈새가 없을 뿐 아니라 재질의 단면도 만져지지 않는다.

대시보드에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돌출됐다. 색다른 시도다. 안전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구성이다. 대시보드에 노출된 부분은 충돌사고시에 큰 위험요소가 된다.
계기판에는 주향정보가 다양하게 올라온다. 가속 효율성, 주행효율성, 감속효율성 등이 표기되고 실시간 주행연비 등도 알려준다. 계기판의 연비 표시는 L/100km로 표기된다. 유럽식이다. km/L로 계산하려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컬럼 시프트는 벤츠의 특징. 이 차 역시 핸들 아래에 변속레버를 적용해 센터콘솔 주변의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핸즈프리 통화가 가능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을수도 있다.

1.8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1,600~3,000rpm 구간에서 30.6kg•m이 나온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최대토크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30, 50, 80, 12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변속은 부드럽고 빠르다. rpm이 순간적으로 떨어졌다 숨 가쁘게 치고 올라간다. 쉴 틈이 없다. 앞바퀴굴림 방식에서 피할 수 없는 토크 스티어링 현상, 즉 가속시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상태에서 알피엠은 1600에 얌전히 머문다. 속도를 유지한 채 수동 변속 모드로 옮기고 시프트다운을 이어갔다. 6단 2,000, 5단 2,600, 4단 3,500rpm으로 체크됐다. 3단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주행모드를 에코, 스포츠, 수동변속 모드로 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차가 조금 더 예민해진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 차이가 일반 운전자가 느낄 정도로 확실하지는 않다.

시속 100km 전후까지 CLA는 편안하게 순항하는 느낌이다. 잔잔한 노면을 타고 달리며 전해지는 적당히 편안한 승차감. 벤츠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하지만 작은 차임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소비자의 기대가 어느 수준에 맞춰졌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킥다운 버튼이 작동한다. 극적 변화를 불러오는 장치다. 이제부터 달리겠다는 신호를 차에 전해주는 것이고 차는 여기에 반응한다. 엔진 소리는 커지고 가속반응은 예민해진다. 잠깐 엔진 소리가 살아 오른다. 굵고 힘찬 소리는 아니다.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기엔 조금 부족한 듯한 사운드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잡아먹어 버린다. 엔진 소리는 금세 사그라들고 바람소리가 조금 더 커질 뿐 편안한 실내는 여전하다. 흐트러지지 않는 안정감은 차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엔진 사운드는 약하다.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주는 흥분감을 이 차에서는 거의 느끼기 힘들다.

핸들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조작하면 손이 핸들을 떠날 일이 없다. 오로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힘차게 달리기보다는 여유 있고 편안한 주행이 더 잘 어울리는 차다.

고속주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정감 있는 직진가속성능은 만족할만한 수준이지만 짧은 차체에서 오는 자잘한 흔들림을 속이지 못한다.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가 살짝 살짝 뜨는 느낌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달리기를 보여주는 게 기특하다. 차의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우수하다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기어비를 보면 4단이 1.05로 5, 6, 7단이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연비면에서 유리한 세팅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조향성능이다. 2.3회전하는 조향비는 거의 스포츠카 수준이다. 핸들을 살짝 잡아채도 차는 크게 반응한다. 날렵하게 회전하는 느낌은 짜릿했다. 유턴할 때 그 느낌은 절정을 이룬다. 짧고 날렵하게 턴을 마치는 동작이 예술이다. 미적대지 않고, 미련도 없이 방향을 튼다. 짧고 확실하게. 이럴 땐 영락없이 콧대 높은 여자다. 마음에 안드는 상대를 외면하는 도도한 여자.

지붕의 3분의 2를 덮는 선루프는 넓게 열려 시원한 바람을 불러온다. 창 밖 풍경을 즐기기에도 그만인 선루프다.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어 더 기능적이다.

브레이크는 조금 딱딱한 맛이 있지만 잘 반응한다. 브레이크 작동시 노즈다이브는 심하지 않았다. 급제동도 잘 받아주지만 이때 비상등이 자동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차가 서면 엔진이 꺼진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홀드 모드가 작동해 가속페달을 밟을 때까지 엔진은 꺼진 상태를 유지한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핸들은 쉽게 돌아간다. 파워핸들이 살아 있는 것. 2~3m만 움직인 뒤 다시 서도 엔진은 어김없이 작동을 중지한다. 훨씬 진보한 오토스톱 기능이다.

타이어는 225 40R 18 사이즈로 런플렛 타이어다. 펑크가 나도 이동이 가능한 타이어다. 따라서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메이커가 발표한 이 차의 연비는 16.9km/L로 1등급이다. 10여 분간의 공회전, 고속주행, 정속주행, 그리고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의 주행까지 2시간 22분 동안 110km를 달린 연비는 5.8L/100km. 즉 17.2km/L로 계산된다. 메이커가 발표한 연비보다 더 잘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벤츠의 편안함, 그리고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쿠페의 특징인 날씬한 몸매, 날렵하고 깔끔한 조향성능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4,63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보닛을 열면 엔진 마운트 부분에 윤활유가 지저분하게 묻어있다.
손에 묻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지저분해 벤츠답지 않다. 커버를 덮거나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면 좋았겠다.
앞좌석 도어를 열면 예리한 각이 위협적으로 드러난다.
도어를 열 때 보행자나 자전거, 모터사이클이 부딪힌다면 크게 다칠 수 있다. 주변에 위협을 주는 이기적인 디자인이다.
 

 

 

 

시승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