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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부와 산업부 “누가 운전할래?”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 자동차산업을 두고 땅따먹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튜닝 산업에 이어 연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24일, 국토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의 연비가 10% 이상 과장됐다며 1천억 원 규모의 배상금과 10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만을 보면 현대차와 쌍용차가 연비를 뻥튀기했다는 말이다.

뻥튀기 여부는 가려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할 일이 아니다. 산업부에서 검증해야 한다. 연비관련 업무는 산업부가 담당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자동차연비 표시는 자동차 제조사가 자가인증을 하고 에너지 관리공단이 관리 감독한다. 에너지 관리공단은 산업부가 관할한다.

연비에 관한한 국토부는 아무런 권한도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테스트를 한 결과 연비가 과장됐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연비가 아닌 충돌테스트를 주로 담당하는 기관이다. 국토부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산업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차 연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이 없는 국토부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것. 국토부 발표에 산업부가 반발하는 모습.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연비가 진짜로 과장됐는지. 아닌지. 혼란스럽다. 자동차 메이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규정에 맞춰 자가인증을 했고 정해진 규칙대로 사후 관리를 받고 있는데 난데없이 교통부가 나서 연비가 과장됐다며 배상금 운운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시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한 번 제대로 연비 검증을 해야 한다. 국토부의 지적대로 문제가 있다면 연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산업부가 사과해야 한다. 메이커에 적정한 책임을 묻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의 연비 표기에 문제가 없다면 국토부가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식의 무책임한 문제제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결론이 나든 정부가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다.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산업부와 국토부간 갈등은 튜닝산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불법을 양산한다는 오명을 쓰고 몰락 직전에 까지 이른 튜닝산업에 정부의 눈길이 쏠린 건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창조경제와 튜닝산업이 잘 어울린다며 산업부와 국토부가 발 벗고 나섰다. 이전까지 불법으로 비난받던 튜닝산업을 키우겠다며 제각각 협회도 만들었다. 산업부에서는 튜닝산업협회를 만들었고 국토부는 튜닝협회를 만들었다.

비슷한 성격의 두 협회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하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협회를 중심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튜닝 시장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두 개 부처 산하의 두 개 협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튜닝 산업의 발전을 이끌지는 의문이다. 두 개의 부처, 두 개의 협회에 따른 두 개의 기준에 따른 갈등과 의견의 대립, 이에 따르는 튜닝 소비자들의 혼란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가 걸림돌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자동차에 핸들은 하나다. 운전자도 하나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면 두 개의 핸들을 두 명의 운전자가 쥐고 달리는 꼴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국토부든 산업부든 둘 중 하나는 운전석에서 내려와 조수석으로 옮겨 앉아야 한다. 하루 속히 정부 안에서 관련 업무를 교통정리할 것을 촉구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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