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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지은 이름이다. 오딧세이.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오딧세이의 명장면이다. 

하지만 오딧세이는 이제 혼다가 만드는 미니밴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서구 문물에 호의적인 일본이 차에 그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 더 유명해졌다. 1994년 태어난 이 차는 북미시장에서 매년 10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북미 시장에 파고든 ‘트로이 목마’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시장 상황으로 크게 각광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무시 못 할 존재감을 가진 차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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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 오딧세이가 새 모델을 내놨다. 2014년형 올 뉴 오딧세이다. 기존 스타일을 큰 틀에서 유지하고 소소한 편의장비를 추가하고 더 안전하게 만든 모델이다. HID 헤드램프, 18인치 휠, 사이드 미러에 내장된 방향지시등, 스마트키, 메모리 시트, 풋 라이트, 원터치 트리풀 턴 시그널램프, 리어 엔터테인먼트시스템 등이 주요 변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있다. 바로 안전이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미니밴 최고 수준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혼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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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밴은 그 특성상 다자녀 가구, 부모를 모시는 세대 등이 주요 고객이다. 때문에 고속주행 등 다이내믹한 성능보다는 넓은 공간, 다양한 편의장비, 편안한 승차감 등이 더 중요한 차다. 그런 면에서 오딧세이는 자신의 존재이유에 충실한 차다.

오딧세이는 8인승으로 2, 3열 시트에서도 여유 있는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뒷좌석 전용 모니터를 통해 비디오를 볼 수도 있고 오디오를 즐길 수도 있다.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기엔 딱 좋은 장치. 3열 시트는 완전히 접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3열 시트를 거꾸로 접어 바깥을 보고 앉을 수 있게 만든 것. 오토캠핑장에 차를 세워두고 거기에 앉으면 재미있겠다. 기발한 상상력이 오딧세이만의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하나 더 있다. 2열 시트를 좌우로 80mm 이동시킬 수 있는 것. 시트를 들어 올려 좌우로 밀면 된다. 실내 공간을 조금 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이 차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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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3.5 회전한다. 앞서 말한 미니밴의 기능에 충실한 조향비다. 민첩한 움직임보다 부드럽고 완만한 움직임이 이 차에는 어울린다. 가속페달을 밟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소리 없이 미끄러진다. 유령의 발자국이다.

V6 3.5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는 힘은 253마력, 35.0kgm의 토크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궁합을 맞춘다. 차의 운행 조건에 따라 6기통 전체가 작동하기도 하고 4기통이나 3기통만 작동하기도 하는 가변실린더 제어시스템(VCM)을 적용해 엔진 효율을 높였다. 마력당 무게비는 8.2kg으로 중형 승용차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5,180mm 길이에 2,010mm가 넘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놀림이 가볍다. 별로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속도계는 우측 방향으로 꺾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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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힘을 쓰는 엔진은 일상 주행영역에서는 조용했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 부근을 안정적으로 마크한다. 가솔린 엔진인데다 숨소리까지 조용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기 전에는 그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에서 실내는 편안했다. 시속 120km 전후까지가 중요한 속도다. 고속주행보다 편안한 이동이 더 중요한 미니밴이기 때문이다. 그 범위 안에서 차는 편안했다. 유연한 서스펜션이 주는 편안한 승차감에 몸을 맡기면 나른한 편안함이 감싼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 상하로 움직이는 기분 좋은 진동은 단단한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이에겐 거슬리는 부분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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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높아지면 바람소리가 커진다. 과속하지 않는다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속도를 조금 높인다면 거슬리는 바람소리를 감수해야 한다.

235/60R 18 사이즈의 타이어는 미쉐린이 공급했다. 소프트한 승차감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타이어다. 타이어 노이즈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조금 과한 코너도 부드럽게 커버한다.

차선감시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센터페시아 윗부분의 8인치 모니터를 통해 차의 우측 뒷모습이 영상으로 보인다. 사각지대를 보여줘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막아주는 것.

연비는 9.1km/L. 도심에서 7.8km/L, 고속도로에서 11.3km/L다. 계기판에 ‘에코’ 버튼이 있어 경제운전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실버, 화이트, 블랙 3가지 컬러가 있다. 가격은 5,1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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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는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적인 면이 돋보이는 미니밴이다.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의전용보다는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 밴’에 딱 좋은 차다.

다시 그리스의 서사시 오딧세이로 돌아가자. 트로이 목마를 통해 승리를 거둔 오디세우스는 이후 귀향길에 오르지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로 10년 동안 바다를 헤매야 했다. 한때 수입차 시장 1위까지 올랐던 혼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조한 실적에 헤매는 모습과 겹친다. 일본 혼다는 지난해 400만대 판매를 넘기는 호성적을 거뒀다. 혼다코리아도 이제 부진에서 벗어나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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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5,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감안하면 가죽시트였으면 좋았겠다. 시트의 재질을 보고 차의 수준을 판단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많은 편의장비와 터치스크린 방식의 i-MID 센터 디스플레이등을 통한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정작 핸드폰과 블루투스 연동은 지원하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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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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