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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드라이빙센터, 그곳에서 제대로 놀아보자

대한민국에 없던 자동차 문화가 이제 곧 시작된다.


아빠는 자동차를 타고 서킷을 돌고, 엄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차를 타는 남편의 모습을 창 너머로 지켜본다. 아이는 옥상에 있는 어린이용 트랙에서 카트를 탄다. 아빠가 차를 타는 모습을 트랙 밖의 도로를 따라 엄마와 아이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지켜볼 수도 있다.


당연히 트랙 주행 전에 안전운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기자기한 코스에서 시속 200km를 넘는 속도를 맛볼 수 있고 미끄러운 원형코스에서 자동차의 다양한 주행안전 장치들이 작동하는 것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다. S자 코스를 빠르게 달려볼 수도 있고 다양하게 꾸며진 오프로드 코스에서 짜릿한 스릴도 맛볼 수 있다.


BMW 드라이빙센터가 오는 7월 문을 열면 보게 될 풍경이다. 놀라운 것은 BMW 오너가 아니어도 이곳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BMW 김효준 사장은 13일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드라이빙센터의 운영방침을 밝혔다. BMW가 만들지만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문을 활짝 열겠다는 말이다. 김 사장은 이어서 한국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가 (이곳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BMW의 통 큰 결단이 반갑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시설과 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자동차문화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문화의 새로운 중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자동차마니아들의 공간은 변변치 않았다. 아니 없었다. 갈 곳 없는 그들은 길거리를 몰려다니며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올림픽도로의 팔각정, 남산 국립극장 주차장, 자유로 주변의 대형 주차장, 인천공항 고속도로 등지가 그동안 자동차 마니아들의 공간이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어느 순간 문을 닫은 지 오래됐고 영암 F1경기장 등 주요 경기장은 수도권에서 너무 멀다. 그냥 차가 좋은 이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부평초처럼 도로 위를 떠돌고 있다. 도심의 폭주, 심야의 과속질주 같은 일탈도 많았다.

 

서울 도심에서 1시간 거리인 BMW 드라이빙센터가 이들에게 좋은 안식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남의 눈치 안보고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곳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안전한 시설에서 마음껏 자동차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접하게 되면서 세대를 이어가는 자동차 문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자동차 문화가 세대를 잇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차를 가까이 접한 이들이 많은 사회라면 자동차산업에도 분명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의 폭과 깊이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압축성장으로 양적인 면은 크게 발전했지만 많은 것을 놓쳐버린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드라이빙센터를 열고 문을 활짝 열어제낀 것은 BMW가 한국의 자동차산업 발전에 큰 주춧돌을 놓은 것과 다름없다. 

 

왜 국산차 메이커가 아닌 BMW인가에 대해서는 아쉬워할 것도 불편해할 것도 없다. BMW코리아는 지난 7년간 한국에서 18,000억 원의 세금을 내면서 한국 사회에 기여를 하는 기업시민이기 때문이다물론 현대차가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소비자들이 아쉬워해야할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기회를 놓친, 마땅히 해야할 일에 손 놓고 있는 현대차가 아쉬워해야 할 일이다.


쥐를 잡는 게 고양이다그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현대차가 BMW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더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동차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오는 7월에는 아들을 데리고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제대로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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