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프리미엄이다. 2014년 수입차 시장의 첫 포문을 연 것은 1월 6일 출시를 알린 아우디 A3세단이었다. 날로 확장하는 수입차 시장은 이제 작은 차의 영역도 넘보고 있다. 1월 6일을 택해 국내 출시를 알린 A3는 2014년 수입차 시장 첫 차다. A3 3도어와 A3 5도어 해치백 모델에 이은 A3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콤팩트 4도어 세단. 간단하게 설명되는 이 말은 어찌 보면 모순덩어리다. 고급인데 작고, 작은데 문 네 짝이 다 달렸다는 것. A8같은 대형 세단이면 차라리 만드는 이도 타는 이도 속편하다. 필요한 기능, 성능 다 집어넣고 충분히 크고 비싸게 만들어 팔면 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이라는 장르의 차를 만들려면 복잡해진다. 어느 정도 고급으로 만들어야할지,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가격을 정해야 소비자들이 저항을 최대한 줄일지 등등 계산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아우디는 어느 선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을 하고 A3를 만들었을까.

작고 단정한 디자인에 흰색은 잘 어울리는 컬러다. 검정이나 회색 계열보다는 흰색이 훨씬 좋아 보인다. 차 길이는 4,456mm로 현대차 아반떼(4,550mm)보다 작다. 단정하고 절제 있는 디자인이 작은 크기를 커버한다. LED 램프로 날을 세운 헤드램프, 차체 측면을 가로지르는 견고한 수평 라인, 차체 사이즈에 비해 조금 크다 싶은 라디에이터 그릴, 날을 세운 트렁크 리드 등이 눈길을 끄는 디자인 요소들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품위가 있다. 작다고 튀는 모습이 아니다. 아우디 가문의 일원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외모다.

간결함은 인테리어로 이어진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간결함이 눈에 띈다. 오디오 버튼을 아예 치워버렸다. 멀티미디어인터페이스(MMI)를 통해 오디오를 조절하면 된다. 오디오와 관련해서는 변속레버 옆에 있는 볼륨 조절 버튼이 유일하다. 버튼이 없어도 MMI를 통해 필요한 라디오를  찾아 듣고 음악을 즐기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공조 버튼들도 치워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은 더 줄이거나. 센터페시아 상단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시동을 끄면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다.

뒷좌석 공간은 좁다. 성인이 앉으면 무릎 공간이 빠듯하다. 앞바퀴굴림 방식임에도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있어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든다. 앞바퀴굴림을 기본으로 하는 A3에도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적용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다. 작은 사이즈를 감안해 A3에서는 콰트로를 포기하고 센터터널을 없애 공간을 넓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택도 없는 얘기다. 아우디가 콰트로를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콰트로는 아우디의 자존심이자 존재이유와 같은 거니까. 이보다 작은 A1에도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덕분에 콰트로가 아닌 앞바퀴굴림차를 타는 이들까지 높게 솟은 센터터널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 아래에 있는 수납함에는 사고 등 비상시에 필요한 비상용 겉옷이 있다.

가죽시트는 럼버 서포트까지 갖추고 있어서 몸에 착 달라붙는다. 전동레버를 통해 시트포지션을 잡으면 정확하고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는 작지만 필요한 시야를 확보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인테리어는 고급 재질을 사용했다. 변속레버와 각종 레버, 대시보드 등을 만지는 손끝이 이를 느낀다. 값싼 플라스틱 재질을 만질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고급차’임을 느낀다.

2.0 터보디젤(TDI)엔진을 얹어서 150마력, 32.7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8.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성능과 1등급에 해당하는 16.7km/L의 연비를 확보했다.

작아서 좋은 건 회전할 때다. 크지 않아 부담 없이 돌아선다. 뒤가 조금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제어하는데 문제는 없다. 회전시 안쪽 타이어에 제동효과를 주는 토크 벡터링이 있어 부드럽고 확실한 코너링을 보여준다. 225/45R 17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는 노면에 밀착해 거침없이 내달았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라는 게 있다. 도로 상태 및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자동차의 주행 감각을 5단계로 나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어느 모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A3의 주행 느낌은 극과 극을 오간다. ‘효율’을 택하면 차는 느슨해진다. 쭉 달리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별다른 반응 없이 계속 달린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법한 여유 있고 느슨한 반응은 연료를 아끼는 데에 효과가 크다.

다이내믹모드를 택하면 자동차가 긴장하는 반응이 바로 전해진다. 반응이 민첩해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엔진브레이크가 작동하는 반응이 온다. 빠릿빠릿한 움직임이 운전하는 재미를 더한다. 당연히 연료는 조금 더 먹는다.

A3는 다중인격, 혹은 조울증을 가졌다. ‘효율’ 모드에서는 활기를 찾아볼 수 없는 축 쳐진 사람의 모습을 보이다가 ‘다이내믹’모드로 바꾸면 기력이 넘치는 활력을 보인다. 이런 확실한 변화가 운전하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동력성능 면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차다. 효율 모드로 달리다가 시속 100km에서 S레인지를 택하면 5단 2,200rpm을 마크하고 D 레인지에서는 6단 1,800rpm을 가리킨다. 

 

 

중저속 구간을 애용하고 승차감이 더 좋은 운전자라면 ‘효율’모드를, 적극적인 운전으로 고속주행을 즐긴다면 ‘다이내믹’ 모드를 택하는 게 좋겠다. 굳이 모드를 택하지 않아도 되기는 한다. 변속레버를 D 레인지에서 아래로 한 번 더 내려주면 S레인지가 되면서 차의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해진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그냥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주는 것만으로도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드라이브 셀렉터의 다이내믹모드, 변속기의 S 레인지와 수동변속기능,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순간적으로 차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효율’ 모드로 운행하다가 필요할 때 앞서 언급한 부분들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속도를 끌어 올리면 A3는 기대만큼의 반응을 보여준다. 

부지런히 달리다가 신호등 앞에서 차를 정지시키면 엔진도 스르르 멈춘다. 이 상태에서는 핸들도 완전히 잠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다시 살아난다. 오토스탑 시스템은 단 한 방울의 연료까지 아껴주는 장치다. 재시동이 걸린 뒤 출발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 차가 있다. 마음이 급한 운전자에게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16.7km/L로 1등급이다. 판매가격은 4,090만원. 차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을 느끼고픈 운전자에게는 딱 좋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에 USB 단자가 없다. 블루투스가 있어 오디오를 듣거나 핸즈프리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는데 USB 단자는 따로 마련해두지 않았다. MMI와 연동하는 한글 내비게이션은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개발 중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뭔가 소소한 부분에서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승/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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