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로는 너무 살벌하다. 법과 질서 보다는 눈치와 편의, 그리고 융통성이라는 핑계로 온갖 불법과 변칙이 판치는 곳이 바로 우리의 교통현실이다. 여성 운전자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운전할 때에는 최대한 멀리, 그리고 넓게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복잡한 시내도로를 달리다 보면 언제 어디서 다른 차, 혹은 오토바이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교통량이 많은 길에서는 특히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
최소한 전후 좌우로 2대 이상씩을 봐야 한다. 앞차의 앞차까지 보고 운전해야 급정거 등의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뒷차의 뒷차까지 보며 운전해야 차선 변경이나 브레이크 조작등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양옆의 차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운전자의 눈은 최소한 10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차선 변경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거울에만 의지하면 안된다. 사각지대가 있어서다. 거울이 내 차 주위를 모두 완전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옆차가 바짝 붙어 달리면 사이드 미러로는 보이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 차선을 바꾸다가는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차선을 바꿀 때는 고개를 직접 돌리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순간적으로라도 고개를 직접 돌려 확인하면 사각지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하다.
운전 할 때에는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이 조급하면 속도를 내게 되고 과속은 사고로 직결된다. 여유 있게 운전하면 양보운전도 쉽다.
조급해지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가야할 목적지와 경로를 정확히 알면 급할 게 없어진다. 가는 길을 모른다면 미리 지도를 보고 경로를 익혀두자. 만일을 대비해 막힐 경우 돌아가는 길도 알아두면 손해볼 일이 없다.
급가속, 급정거, 급차선변경은 아주 위험한 운전습관이다. 주변에서 보면 이런 운전을 하는 이들은 습관적인 경우가 많다. 마치 경주하듯 차를 몰며 도로를 휘젖고 다니는 것. 이같은 운전은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운전자를 위해서나 좋을 게 없다. 안전에 가장 큰 위험을 줄뿐더러 연료 낭비가 심해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다. 운전 시야가 좁고 조급해지면 급가속 급정거 급차선변경을 하게 된다.
간혹 흰 장갑을 끼고 운전하는 여성 운전자들을 보게된다. 손에 땀이 많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할 때 장갑을 낄 이유가 없다. 손이 미끄러워 핸들을 놓칠 위험이 높아서다.
흰장갑을 끼고 운전하는 것은 “나는 초보운전자입니다”하고 광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초보운전자라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티를 낼 필요는 없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여성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다. 단지 여성운전자라서 도로에서 무시당하거나 위협을 받는 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다른 운전자들과 눈길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오로지 내 앞만 보며 달린다. 사실 여성운전자가 무시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나는 내 길만 가면 된다며 독불장군식으로 운전하는 것도 문제다. 괜한 피해의식은 떨쳐 버리고 당당하게 운전하자.
내 차선을 당당히 달리고 차선을 바꿀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고 당당히 양보를 요청하자. 다른 운전자와 눈길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도 좋다. 양보를 받고나서는 손을 흔들어주는 인사도 잊지말자. 짜증날 일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이런데서 생긴다.
처음 한 두 번은 힘들고 버겁겠지만 하다보면 된다. 왜냐하면 남자고 여자고를 떠나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운전하는 데 여자라서 안되는 일은 없다. 남자가 하는 운전은 여자도 할 수 있다. 여자가 못하는 것은 남자도 못한다. 운전에서는 그렇다. 도로 위의 수많은 김여사들이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