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등장한 르노삼성차의 QM3는 여러 가지로 주목받을 만한 가치를 가진 차다. 발랄한 외모에 우수한 연비는 물론 교체 가능한 시트커버를 적용하는 등 곳곳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의미 있는 차다.
QM3의 배경을 살펴보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는 르노삼성차의 현실이 보인다. ‘자동차 복잡계’라 할만하다. 복잡계 자체의 이론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네이버의 두산백과에 따르면 “어느 장소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그 주변에 있는 다양한 요인에 작용을 하고, 그것이 복합되어 차츰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부산에 번듯한 공장을 갖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QM3들 자체 생산하는 대신 스페인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르노가 그렇게 결정했고 르노삼성은 이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르노가 스페인에서 생산한 QM3를 한국으로 수입해서 르노삼성 브랜드로 파는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한국이 지리적으로 얽혀있고 르노, 르노삼성에 삼성이라는 브랜드까지 복잡하게 얽혔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미국 일본 닛산 미쓰비시까지도 가세한다. 르노삼성차의 부산 공장에서 닛산과 미쓰비시의 모델을 생산해 미국에 내다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한국의 르노삼성차를 운용하는 데 따른 결과다. 자기 공장에서 남의 차를 만들고, 남의 공장에서 만든 차를 수입해 파는 상황이 지금 르노삼성차이 복잡한 현실이다. 남의 자식을 대신 낳아주고 정작 자신은 남의 아이를 입양하는 대리모 신세다.
QM3는 수입차지만 국산차 메이커인 르노삼성차가 수입판매하면서 국산차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판매실적은 르노삼성차의 실적인 만큼 국산차 통계에 편입된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과 미쓰비시 브랜드의 차종들에 대한 생산 통계는 또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궁금해진다. QM3의 등장으로 한국의 자동차 시장도 ‘복잡계’에 편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편치 않아 보인다. 복잡계안의 어느 한 곳에서 생기는 사소한 문제가 어떤 큰 사건을 만들어낼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QM3에 대한 초기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르노삼성차는 자신감을 갖는듯하다. 복잡계 덕분에 힘을 얻는 셈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르노삼성차의 입장에서 그렇다. 장기적으로 르노삼성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이 복잡다단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게 사는 길이다. 대리모 노릇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을 벗어나는 임시방편이어야 한다. 대리모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내 아이를 내가 낳아서 제대로 키울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QM3의 반응이 뜨겁다. 르노삼성차가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복잡계를 탈출하는 디딤돌로 삼기를 바란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