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인의 밤에 다녀왔다. 매년 이맘때쯤 자동차 업계의 한 해를 마감하는 자리다. 송년회라는 말이 없을 뿐 사실상 송년회다. 지난 한 해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다가오는 새해의 선전을 다짐하는 화기애애한 자리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주최했다.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가 참석했고 자동차 업계의 주요 CEO, 부품업계 관계자, 학계의 명망 있는 교수들, 언론인들이 두루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화려하지는 않았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자동차 업계의 행사들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소박했다. 각 분야를 대표한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기약하는 덕담을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은 없었다.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자동차 혹은 부품을 만들어 내는 노동자들의 자리는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차대에 엔진을 올리고 시트를 장착하고 다 만들어진 자동차를 쓰다듬으며 한 대 한 대 출고하는 그들. 자동차산업의 현장을 지키는 그들을 빼고 자동차 산업인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동차 산업의 뿌리가 그들이다. 근로자들이 만든 자동차로 오늘 자동차산업인의 밤에 참석한 이들이 먹고 사는 셈이다. 명색이 ‘자동차산업인의 밤’이라면 현장의 근로자들이 주인공이어야 하지 않을까. 주인공은 아니어도 그들이 참석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없는 그 자리는 앙꼬 없는 찐빵에 다름 아니다. 그들을 빼고 누가 자동차 산업인 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돌아보면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없었다. 해마다 열리는 행사지만 그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들이 만든 자동차로 놀랄 만큼의 실적을 올렸다며 자랑하는 자리에 그들이 함께 했다면 더 훈훈한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한국 자동차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입차 업계까지 포함하지는 못하더라도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이 자리를 함께 해야 온전한 의미의 ‘자동차산업인의 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자리는 진정한 ‘자동차산업인의 밤’이 아니었다. 그냥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밤’ 이었다. 근로자들이 빠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국내 생산 450만대, 수출 746억 달러, 국내외 누적생산 1억대”의 실적을 자랑하며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발전적 노사관계”를 얘기했다. 
내년엔 그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발전적 노사관계를 위해서. 

<자동차산업인의 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좌측으로부터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대표, 최인범 한국지엠 상임고문,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기현 의원(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부사장,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