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벤츠 E350 카브리올레와의 따뜻한 포옹

따뜻한 포옹을 해 본 일이 있는가. 어깨를 맞대고 잠깐 동안 꼭 껴안는. 내 몸을 껴안은 상대방 팔의 힘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는. 으스러져라 껴안는 열정적인 포옹은 짜릿하지만 몸이 불편하고, 팔의 힘을 느낄 새도 없이 스쳐 지나는 포옹은 성의가 없어 안하느니만 못하다. 꼭 껴안고 잠시 멈춘 뒤 놓아주는 포옹은 기분이 참 좋다. 상대방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포옹을 차와 나눌 수 있다. 벤츠 E350 컨버터블에서다. 안전띠를 채결하고 나면 벨트가 다시 뒤로 말려들어가며 탑승객의 몸을 꽉 조였다가 살짝 느슨하게 풀어준다. 그 느낌이 차와 포옹하는 듯해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성을 터치하는 세심한 부분이다. 

악수도 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안전띠가 운전자의 좌측 어깨를 지나 스윽 나온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것처럼. 마주 잡으면 안전띠가 손에 들어온다. 운전하기 전에 안전띠 먼저 채우라는 메시지다. 한 마디 말이 없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 속에 따뜻함이 전염돼 온다. 이성보다 감성으로 타는 컨버터블이어서 그 느낌이 더 크다. 

큼직한 삼각별 마크와 강한 선 하나 말고는 이렇다 할 장식이 없는 심플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나는 벤츠다”라고 말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삼각별 위, 보닛 끝에 또 하나의 벤츠 뱃지를 붙인 건 볼 때 마다 거슬린다. 하나면 충분하다. 중언부언하는 말이 불편한 것과 마찬가지다. 

헤드램프에는 쌍꺼풀 눈썹처럼 두 개의 라인이 배치됐다. 강한 인상을 준다. 심플한 이미지에는 도움이 안 되는 장식이기도 하다. 하드톱이 아닌 소프트톱을 택했다. 컨버터블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기에는 소프트톱이 제격이다. 하지만 하드톱이면 쿠페+컨버터블이라는 효과를 낼 수도 있었을 터. 결국 소프트톱은 모델 체인지가 필요한 어느 시점에는 하드톱으로 바뀌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시속 40km 이하에서는 달리면서 톱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앞으로 쏠리는 보디 측면의 선 처리는 대부분의 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정지 상태에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구태의연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실내는, 특히 센터페시아는 벤츠의 그것이다. 3 스포크 핸들에 3개의 원으로 구성된 은색 바탕의 계기판, 센터페시아에 나열된 버튼들, 그리고 커맨드 시스템. 전형적인 벤츠의 실내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가솔린 엔진의 느낌이 반갑다. 조용하게 숨을 쉬는 가솔린과 굵은 숨을 토하는 디젤엔진은 이처럼 첫 느낌이 다르다. E350 카브리올레의 크지 않은 엔진 소리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지붕을 닫고 달렸다. 소프트톱이지만 안감을 두껍게 적용해서 그런지 조용했다. 잡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이 그리 유쾌하진 않다. 타고 넘는 순간 강한 하체가 느껴진다. 

핸들은 2.4 회전한다. 조금만 돌려도 크게 반응하는 예민한 스티어링이다. 빠른 조향반응은 운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직접 운전하지 않는 승객 입장에선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옆에 누군가를 태웠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핸들을 다뤄야 하는 이유다. 

지붕을 열고 본격적인 오픈 드라이빙을 시작했다. 지붕을 덮었을 때 좁았던 후방 시야까지 탁 트이며 눈이 먼저 시원해진다. 실내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차창을 모두 내리면 된다.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게 오픈드라이빙의 참맛. 그래도 너무 부담스럽다면 차창을 올리면 된다. 공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실내로 바람의 유입을 줄여주는 에어캡 기능이 있어 좀 더 안락한 상태로 오픈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에어 스카프도 있다. 시트의 목 부위에 송풍구를 뚫어 따뜻한 바람이 나오도록 만든 것. 마치 스카프를 두른 듯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싸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3,498cc의 V6 가솔린 엔진은 6,500rpm에서 306마력, 3,500~5,250rpm 사이에서 37.8kgm의 최대토크를 만들어낸다. 중저속에서 큰 힘을 내는 디젤엔진과 달리 고속주행에서 제대로 힘을 쓰는 것. 하지만 배기량이 커 엔진회전수가 낮아도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시속 100km에서 엔진rpm은 1,600 근처다. 자동7단 변속기는 5단 기어비가 1:1로 6, 7단이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가속페달의 저항점을 넘어 완전히 밟아 킥다운을 하면 강한 구동력이 살아난다. 6,000rpm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가속감은 압권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시간은 6.4초. 빨리 달리기로 작정하면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이다. 
후륜구동이 주는 안정감, 오픈 드라이빙의 시원함이 잘 어울린다. 앞 뒤 타이어는 편평비가 다르다. 앞에는 40시리즈, 구동바퀴인 뒤에는 35시리즈인 컨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했다.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야간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에 반응해 차가 회전하는 방향을 비춰준다. 왼쪽, 혹은 오른쪽 어두운 방향을 응시해야하는 운전자의 시야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 이젠 램프도 똑똑해야 하는 게 자동차의 세계다. 

지붕을 여는 즐거움을 얻는 대신 많은 짐을 싣는 건 포기해야 한다. 트렁크에는 골프백 하나가 겨우 들어간다.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백을 맡겨놨더니 캐디는 트렁크 대신 조수석에 예쁘게 백을 넣어뒀다. 트렁크를 열고 고민했을 그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잘 넣으면 들어가는데 조수석에 넣어둔 건 좀 심했다. 

고속도로 연비는 11.2km/L, 도심 연비는 8.1km/L, 복합연비는 9.3km/L로 5등급이다. 디젤엔진의 우수한 연비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판매가격은 8,4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저속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중간에 기어가 툭하고 풀리는 듯한 반응이 가끔 나타난다. 유쾌하지 않은 반응이다. 4인승이지만 뒷좌석은 좁다. 핸들 아래 무릎 에어백이 들어가 있는 곳은 틈새가 벌어져 있다. 눈이 잘 안가는 곳이지만 그런 곳일수록 더 깔끔하고 야무지게 마무리해야한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벤츠 아닌가.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