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에서 지붕을 거처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검정 라인이 눈길을 잡아당긴다. 정중앙을 피해 왼편으로 살짝 치우쳐 비대칭으로 그어진 라인으로 차의 앞모습이 점박이 강아지 얼굴 같아 정겹다. BMW 320d M 퍼포먼스 에디션이다. 차체를 가로지르는 굵고 얇은 두 개의 라인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디자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비슷한 스트라이프 무늬를 앞서 적용했던 차들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BMW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꾸 다른 모델들이 생각나서다. 

320d에 M 퍼포먼스 킷을 더한 BMW 뉴 320d M 퍼포먼스 에디션이 이번 시승의 주인공이다. ECU 데이터를 변경해 엔진 출력을 184마력에서 200마력으로, 38.8kgm의 토크는 42.9kgm으로 높였다. 엔진 힘이 세지는데 맞춰 인터쿨러 용량도 키웠다. M 퍼포먼스 전용 블랙 키드니 그릴은 전체가 블랙 컬러로 마감됐다. 리어 스포일러는 탄소강화 섬유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차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고속주행에서 다운포스를 얻는 기능이 있다.  
보닛에서부터 루프, 리어까지 이어진 스포티한 스트라이프와 카본 미러 캡, 그리고 고광택 크롬으로 도금된 스테인리스 트윈 테일 파이프, 페달 커버, 풋 레스트 등이 M 퍼포먼스의 구성 요소들이다. 320d 세단이 정장 차림이라면 M 퍼포먼스 에디션은 가볍고 튼튼한 운동화에 맵시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다. 320d로 M의 기분을 내게 만든 차다. 실속있게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탐하는 욕심쟁이 차라 할 수 있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얇은 타이어는 225/35R20 사이즈의 피렐리 P ZERO다. 고속주행에 맞춰 만든 초고성능 타이어다. 차 길이는 4,624mm, 휠베이스 2,810mm로 중협급에 필적한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덩치를 키워온 결과다. 실내 공간도 좁지 않다. 뒷좌석 한가운데 높이 솟은 센터 터널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아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스티어링휠은 흔히 ‘세무’라고 부르는 스웨이드 가죽으로 감쌌다. 부드럽다. 그냥 미끈한 가죽과는 다른 부드러운 질감이 좋다. 핸들 윗부분에는 포인트를 준 것처럼 빨간 라인 하나가 있다. 스티어링휠의 센터다. 핸들을 조작할 때 기준선으로 삼을 수 있다. 선 하나가 운전할 때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핸들은 2.2회전 한다. 매우 민감한 조향성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조금 돌려도 크게 반응하는 구조. 일반적으로 3회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2.2회전이면 엄청난 조향비다. 손맛이 기대된다. 

호화스럽지 않게 적당히 고급스럽다. 손끝이 느끼는 질감이 그랬다. 센터페시아는 단순했고 많은 기능은 변속레버 뒤에 있는 i드라이브 컨트롤러로 작동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꼼꼼하게 마무리됐다. 시트, 도어패널, 대시보드, 버튼들을 헤집는 손끝이 무색할 정도다. 지붕 틈새는 거칠지 않았지만 틈이 넓다. 조금 더 야무진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트윈터보가 적용된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보어x스트로크가 90x84mm로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잘 달리는 스프린터 타입의 구조를 갖췄다. 우렁대는 엔진소리는 조금 크다. 디젤엔진임을 감안해야 한다. 노면 잡소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직렬 4기통 엔진을 엔진룸 정중앙에 세로로 배치하고 뒷바퀴가 밀고 달리는 느낌은 앞바퀴굴림차가 따라올 수 없는 안정감을 가졌다. 터보랙이 거의 없는 트윈터보 엔진은 8단 변속기를 거치며 저속부터 고속까지 꾸준히 힘을 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겨우 1,500 근처를 머뭇거린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같은 속도에서 2,200rpm으로 뛰어 오른다. 즉각 반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시속 160km에서 3,000rpm을 마크한다. 4,000rpm까지 엔진의 힘을 뽑아내 속도를 올리면 비로소 차가 살짝 뜨는 느낌이 온다.  디젤 엔진답게 저속구간에서 느끼는 선 굵은 힘이 듬직하다. 

뒷바퀴굴림의 안정감은 고속에서 더 두드러진다. 속도를 낼수록 도로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A 필러에서 부서지는 바람소리는 고속에서 엔진소리까지 잡아먹어 버린다. 편평비 35인 20인치 초고성능 피렐리 타이어는 고속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달리며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저속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 노면과 접촉면이 넓은 초광폭 타이어라 홈이 파인 도로에서는 홈을 따라 미끄러진다. 도로와의 일체감이 지나친 셈이다. 

앞서 말했듯 조향감은 예민하다. 차선 변경을 위해선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된다. 코너에서는 날카로운 핸들과 단단한 서스펜션, 넓은 타이어가 조합을 이루며 돌아나간다. 다리를 걸면 휘청이며 넘어갈 것 같은 차가 있는가하면 걸어오는 다리를 그냥 밟아버리며 흔들림 없이 돌아가는 차가 있다. BMW 320d M 퍼포먼스 에디션은 후자다. 

힘 있게 달리다가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면 차는 스스로 시동까지 꺼버리고 완전히 힘을 빼버린다. 심장까지 멈춰버리는 것. 사람으로 치면 잠시 죽는 셈이다. 숨 쉬는 에너지까지 쥐어짜내 아끼는 이피션시 다이내믹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다. 부지런히 달리다가 멈추는 순간 실내를 덮어버리는 적막함은 느낄 때마다 새롭다. 시끄러운 장터를 한 순간에 적막강산으로 만들어버리는 마술 같은 장면이다.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순간은 조금 거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패들 시프트가 없다. 그냥 세단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M 퍼포먼스 에디션이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M 퍼포먼스 튜닝을 위해 부착한 리어 스포일러는 날카롭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고 만일 보행자와 사고가 난다면 치명적이다. 고속주행에서 다운포스 확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꼭 칼날 같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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