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이제 NVH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수준이다. 소음과 진동 등의 전달 경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분석해 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NVH리서치랩 이강덕 연구위원의 말이다. 차음재, 방음재를 통해 소음을 ‘차단’하는 초보단계에서 벗어나 NVH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율’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제네시스의 경우 NVH 수준이 BMW와 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세단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강덕 연구위원은 자신했다.

NVH는 자동차의 성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소음과 진동, 그리고 잡소리 들이다. 엔진 소리, 노면에서 올라오는 잡소리, 엔진과 노면 충격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 등이 있다. 소리도 다 같은 소리가 아니다. 비비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심한 진동에서 발생하는 소리 등등.

과거에는 주로 소리를 막고 차단하는 방음재를 이용했다. 조용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방음재, 차음재를 차의 구석구석에 채워 넣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소리 하나 하나를 잡아내고 필요한 소리는 살려두거나 조금 더 증폭하거나 낮추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NVH가 중요한 것은 탑승객의 오감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끼며 성능 및 승차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소한 소리 하나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가하면 어떤 소리는 즐거움의 요소가 된다.

‘NVH 변동감 시뮬레이터‘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기아차 연구소의 NVH 리서치랩에서 개발 중인 이 기술은 풍동시험과 주행 시험로에서 측정 된 실내소음을 가지고 실제 도로에서의 바람소리와 로드노이즈를 합성해서 들려준다. 남양 연구소에서 계측된 소음신호를 가지고 캘리포니아주 테아차피의 12번 도로를 주행할 때 들을 수 있는 소음을 그대로 합성해서 들을 수 있는 식이다. 즉, 굳이 차를 가지고 특정장소까지 가지 않고도 그 곳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여기서 들으면서 그 음질이 개발목표를 만족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바람소리 가시화 기술’도 있다. 소음을 발생시키는 위치를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시험차량의 양쪽, 위 뿐만 아니라 차량의 바닥과 실내에서 동시에 가시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차량의 바닥에서 가시화하는 기술은 이미 성공했다. “아직 어떤 경쟁사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첨단 기술”이라는 게 이강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면 바람소리 개발업무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능동소음제어(ANC, Active Noise Control)기술도 개발 중이다. 소리로 소리를 차단시킨다는 개념으로 일정 주파수대역의 소음을 발생시켜 불쾌한 소리를 안들리게하는 기술이다. 엔진소음이나 흡배기 소음같이 협대역 소음인 경우에 적용하기 쉽지만 로드노이즈와 같이 광대역 소음인 경우에는 적용이 어렵다. 현대기아차는 순수 국내기술로 로드노이즈 ANC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양산화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NVH에 관한 고객 불만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BSR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잡소리와 이음(Buzz), 비비는 소리(Squeak) 부딪혀서 나는 소리(Rattle) 등을 말한다. 상품성을 결정짓는 소음이다.

BSR은 원인도 다양하고 발생 조건도 특정 조건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매우 곤란한 소음이다. 발생위치를 파악하면 발생원인과 조치방법은 쉽게 알 수 있는 게 BSR의 특징이다. 현대기아차는 BSR 가시화 기술과 BSR 인식 기술을 개발해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BSR은 바람소리와 달리 아주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 사라진다. 이를 실시간으로 가시화해야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기술이다. 현대기아차는 BSR 가시화 기술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기존 상용화된 소음가시화 장비대비 1/4 가격으로 저렴해 연구소는 물론 생산공장, 협력업체 등에서도 품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BSR 인식기술은 지문인식 기술과 같이 사람들의 지문 대신 BSR의 성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어떤 특정 BSR이 발생하면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그 BSR이 발생한 조건, 차종, 원인 및 조치 방법을 알려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연구소의 개발시험 뿐 아니라 정비 사업소에서 활용할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블루투스 통화 음질이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NVH는 통화할 때 시끄러운 소리로 작용하고 음 끊김, 메아리, 울림, 변성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현대기아차는 창문이나 썬루프를 여는 조건에서 블루투스 통화음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이즈 제거, 에코 제거 등 신호처리 기술을 IT기술에 접목해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훨씬 깨끗한 통화음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끄러운 잡소리와 음성신호를 완벽하게 분리해 내 세계 최고수준의 통화음질을 확보했다는 것. 앞으로 음성인식 장치 등 다른 분야로 확대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NVH 기술은 최근 발표한 제네시스에 집약돼 있다. 유럽 프리미엄 세단 수준을 타깃으로 개발된 제네시스는 고속주행에서의 정숙성, 진동, 거친 노면에서의 반응이 BMW나 벤츠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고속주행중 느끼는 정숙성이 압권이라고 이강덕 연구원은 자랑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