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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의 화끈한 ‘백대빵’

BMW가 SUV로 영토를 확장한 것은 1999년이다. 세단 일색이던 라인업에 새로 투입된 X5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130만대 이상 팔리며 BMW의 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다. 미국의 개척시대에 총잡이들이 서부로 몰려가듯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SUV로 몰려가던 시기였다. 

BMW는 1994년 로버그룹을 인수하면서 미니와 랜드로버를 거느리게 된다. 랜드로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SUV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BMW는 2000년에 미니를 남겨두고 랜드로버를 포드에 매각한다. X5가 등장한 시점이 절묘하다. 랜드로버를 인수해 SUV 시장에 발을 담근 뒤 , X5를 만들어 BMW의 교두보를 마련하고는 랜드로버를 방출한 셈이다. 이후 BMW는 X3로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날로 커가는 SUV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그 X5가 신형 모델로 탈바꿈했다. 서울에서 출시를 알리는 날, 경남 남해에서 신형 X5를 타고 달렸다. 국내에서는 BMW 뉴 X5 x드라이브 30d 5인승과 3열 시트가 추가된 7인승 모델, 그리고 스포츠 성능을 극대화한 M 퍼포먼스 모델인 BMW 뉴 X5 M50d까지 총 3가지로 라인업을 짰다. 시승차는 X5의 대표라 할 수 있는 X5 x드라이브 30d 모델이다. 

BMW는 SUV라는 말 대신 SAV라고 말한다.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이 아니라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이라는 것이다. SAV는 단순한 사륜구동이 아님을 강조하는 말로 BMW가 특허 등록한 이름이다. SAV의 핵심은 구동력 배분 100대 0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어느 한쪽 바퀴에 100% 힘을 몰아줄 수 있다는 것. 암벽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를 생각하면 쉽다. 두 손 두 발로 벽을 타는 클라이머는 필요한 순간에 어느 한 곳에만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X5는 한 바퀴에 힘을 몰아줄 수 있다는 것. 이른바 인텔리전트 사륜구동이다. 

신형 X5는 4,886mm로 32mm가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이전과 같다. 대신 앞 오버행을 31mm, 뒤 오버행을 1mm 늘려 전체 길이를 키웠다. 높이는 3mm 가 줄어 1,726mm로 만들었다. 더 길어졌지만 몸무게는 40kg 가량 줄였다. 기름기 쫙 뺀 몸을 만든 것이다. 

심플한 디자인이다.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단순한 선 몇 개를 더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존재감은 빛난다. 화려한 치장과 현란한 라인이 아니어도 당당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빚어낸 디자인이다. 수평 라인을 강조한 옆모습에서는 견고한 느낌이 살아난다.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금 커졌다. 부리부리한 눈 같다. 옆에서 보면 차 앞부분의 라인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정면에서 보는 앞모습보다 옆에서 보는 앞모습이 더 매력적이다. 

시승차는 5인승으로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7인승의 경우 3열 시트까지 마련된다. 3열은 덩치가 작은 아이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시승은 여수를 출발해 남해까지 이어지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가을이 한창인 가을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리는 X5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실내는 조용했고 디젤 엔진은 놀라울 정도로 얌전했다. 가솔린 엔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엔진이 개선된 데 더해 차체의차의 구석구석을 방음재로 소음을 차단한 효과도 크다. 엔진소음과 잡소리를 잘 차단해 실내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돋보인다. 

모델 체인지를 하면서 X5는 더 강해졌다.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은 258마력의 최고출력과 57.1kgm의 토크를 생산해낸다. 최대토크는 1,500~3,000rpm에서 고르게 발휘된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순간적인 가속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3,000rpm 이상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 차가 움직이는 동안 항상 최대토크가 살아나는 셈이다. 힘과 효율 모두를 양립시키는 요소다. 

편안하게 달리다가도 언제든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지체 없이 발군의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감이 스포츠세단 뺨친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가속반응은 더 확실해진다. 시트가 몸을 밀고 나가는 느낌을 체험할 수 있을 정도다. 구불거리는 와인딩 로드는 X 드라이브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직선로에서는 물론 코너에서도 안정감이 살아 있다. 

사륜구동차의 주행 안정감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직선로에서는 더 그렇다. 어느 순간 계기판을 보면 체감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속도를 볼 때, 한쪽 타이어가 노면 바깥으로 나갔을 때, 빙판길이나 빗길에서 그 안정감은 빛을 발한다. 
코너에서는 좀 더 쉽게 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속도를 내고 코너를 돌아도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사륜구동은 그렇다. X5가 그랬다. 그냥 사륜구동이 아닌 인텔리전트 사륜구동이다. 
일반 세단보다 훨씬 높은 차여서 코너에서 심리적인 압박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X5는 계속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거침없이 달렸다.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을 때도 흔들림이 크지 않다. 규격대로 설치된 방지턱이라면 부담 없이 지나갈 수 있다. 굿이어에서 만든 255/50R18 사이즈의 런플렛 타이어는 공차중량 2,070kg의 거구를 지탱하며 가볍게 움직였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에서 차는 편안했다. 스트레스 없이 안정감 있게 달리는 차 속에서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 역시 편안할 수밖에 없다. 엔진 소음은 디젤인지 아닌지 궁금할 정도로 조용했고 노면에서 발생하는 잡소리는 실내로 파고들지를 못한다. 점차 속도를 올리면 바람소리가 조금씩 늘어나지만 이 역시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세단 부럽지 않은 편안함이 돋보인다. 묵직한 중량감이 주는 편안함이다. 

BMW 뉴 X5에는 새로운 i드라이브 터치 컨트롤러가 있다. 터치 패드의 입력 패널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당연히 한글도 인식한다. 독일 본사에서 개발했다는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10.25인치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데 일단 시원하고 선명해서 좋다. 질 낮은 내비게이션을 쓰는 다른 수입차들과는 격이 다르다. 
20기가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있어 음악이나 영화를 저장해놓을 수 있다. USB에 담아놓은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블루투스를 통해 핸드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맞춘 소소한 사양들이 차 타는 즐거움을 더 크게 해준다. 

360도 서라운드 뷰를 이용하면 주차 걱정도 사라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차의 앞뒤 양옆을 모두 보면서 주차를 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를 봐야할지 모니터를 봐야할지 갈등해야 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3.0리터 디젤엔진의 복합연비는 12.3km/L다. 도심에서 11.0km/L, 고속도로에서 14.3km/L의 연비를 보인다. 공기의 흐름을 감안한 디자인, 오토스톱 기능 등을 적용해 성능을 유지하면서 연료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가 빚어낸 연비다. 공기저항 계수는 0.31. 

판매가격은 가격은 뉴 X5 x드라이브 30d 5인승이 9,330만원, 7인승은 9,790만원이고 M50d는 1억 3,790만원이다. X5는 온로드에 어울린다. 사륜구동차라고 거친 오프로드를 마음껏 내달리기엔 너무 비싸고 고급이다. 

단도직입
운전석에 앉으면 큼직한 핸들이 부담스럽다. 조금 작은 사이즈였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핸들은 약간의 유격이 느껴진다. 오프로드에서는 유격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운전하는 데 편하지만 X5가 오프로드를 지향한다고 볼 수는 없다. 유격 없는 단단한 스티어링이 훨씬 더 X5에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비게이션에 한글 입력 시스템은 조작이 복잡하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단계를 줄여야 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시승 /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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